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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 추월하는 시점 당겨진다

[코로나 뉴노멀]
1부 4장 G제로 시대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 추월하는 시점 2030년에서 당겨질 듯
등록 2020-05-30 07:17 수정 2020-06-13 04:38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렇잖아도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 대립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간다. 5월1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렇잖아도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 대립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간다. 5월1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은 예전과 똑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개막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니게 됐다. ‘접촉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을 줄게 해 의도치 않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안겨줬다. 화석 연료로 지탱하는 지금의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를 외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작은 정부론’에 시달리던 국가는 영역을 확장해나갈 태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지(G)2 시대가 저물고 지(G)0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코로나 뉴노멀’이 정의와 평등의 얼굴을 갖게 하기 위해 세계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_편집자주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 모든 국가와 기존 질서, 미-중 관계에 막대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의 시사평론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 이전(BC)의 세계와 코로나 이후(AC)의 세계가 명확히 다르다”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입안한 커트 캠벨 역시 코로나19 사태는 1956년 영국이 미국에 세계 패권을 내주었던 ‘수에즈의 순간’(Suez Moment)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발생국’ 중국, 126개국에 방역물품 공급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다음 세 가지를 주목할 만하다.

첫째, 미국의 지도력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 돋보이면서 주요 2개국(G2)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에서 어느 쪽도 세계를 이끌 리더십과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은 이전과 달리 국제적인 지도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깊은 곤경에 빠졌다. 중국은 ‘발생 원인국’이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빠르게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으면서 국제적인 지위를 높였다. 5월21일에는 전국 각지의 공산당 지도자 5천여 명이 모이는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를 열어 방역에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포스트 코로나’ 정국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배제하면서 자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 가치사슬을 형성하려 경쟁할 것이다. 전세계가 두 국가의 향후 행보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둘째, 미-중 전략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선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것처럼 보였고, 올해 말 대선에서 재선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중한 2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고 대처에도 무능했다. 미국은 5월25일 현재 10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와, 전세계 사망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제는 약 –6.0% 후퇴하리라 예상된다. 실업률은 20% 이상 치솟았다. 심지어 1920년대 ‘대공황’ 시기보다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미국 대선까지 ‘중국 책임론’을 집요하게 추궁하며, 대중국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중국 제외한 가치사슬 구성 의지 드러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해 두 가지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미국의 무기력함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생존이 미국과의 관계에 달려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강화했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의 생존을 결정할 역량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대신 중국은 코로나19 위기를 자국의 국제 영향력 확대와 대미 주도권 확보 기회로 삼으려 한다. 3~4월에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임을 보여주면서 126개국에 코로나19 관련 방역물품을 공급했다. 대부분 국가가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세계의 교통과 교류가 마비된 3~4월 중국과 유럽 간 철도 운송량이 오히려 늘어난 이유다.

셋째, 미-중 경제력 격차는 더 줄어들 것이다. 기존 추세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은 2030년께로 예측됐다. 그러나 미국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가 됐고, 중국은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나라가 됐다. 이에 따라 미-중 경제 규모 차이는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

이 추세에 대한 미국의 반격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5월20일 미국 백악관은 ‘대중국 신냉전 선언’이라 할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집대성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2017년 12월 발간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이미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현존하는 국제 질서의 도전자로 규정한 정책의 연속선상에 있다. 중국과 경쟁 관계임을 분명히 했고, 다음과 같은 4가지 정책목표를 확인했다. 첫째, 미국 국민, 본토, 삶의 양식을 보호한다. 둘째, 미국의 번영을 촉진한다. 셋째,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다. 넷째,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한다.

그리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이같이 제시했다. 첫째, 현 중국의 도전에 우위를 확보할 미국의 제도, 동맹, 파트너십 역량을 강화한다. 둘째, 미국과 자국의 동맹·파트너들의 사활적인 국가 이익에 해가 되는 중국의 행태를 멈추거나 줄이도록 압박한다. 미국은 이미 ‘경제 번영 네트워크’ 구상으로 중국을 제외한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중국은 5월21일부터 양회를 열었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공작보고’에서 현 코로나19 국면과 미-중 전략경쟁이 초래한 어려움으로 인해 경제발전의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보고’를 보면, 미-중 전략경쟁에 응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중국은 기존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더해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추가해 ‘일대일로 2.0 버전’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국내 내수시장 강화, 전략산업 육성, 기술의 전략적 자주성 확보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을 구성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해 다자협력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외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국제정치에서 미-중 양국은 전력을 다해 모든 영역에서 가능한 한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추진하려 할 것이다. 탈동조화란 한 나라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경제의 흐름과 달리, 독자적인 경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각자의 내적 역량을 집약하고, 대외 우군을 최대한 끌어모아 상대에 대한 우위를 분명히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정책은 미국의 대선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한국 진퇴양난 몰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중을 제외한 나라들은 선택의 시간에 내몰리고 있다. 주요 강대국들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어, 아직은 어느 나라도 과거 냉전과 같은 진용을 형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내뿜는 고기압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한반도 상황은 이들 나라보다 더 절박하다. 북한의 비핵화 추진은 더 이상 미-중의 핵심 사안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자력갱생에 기초해 핵 역량을 유지하고, 한국·주한미군에 대한 군사 역량 강화, 중국·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유지로 방향을 정했다. 미국은 한국이 대중국 압박·군사전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한미군 재조정은 물론이고 ‘경제번영 네트워크’에서 한국을 배제하려 들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은 사드 사태와 비교할 바 없는 혹독한 경제제재를 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북한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대한 한국의 외교·안보·경제적 이해를 위협하리라.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이런 도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과 해답이 궁금하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정치외교학),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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