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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요격하는 스탠더드미사일3

북한 비핵화 의지 꺾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선
등록 2018-10-20 07:44 수정 2020-05-02 19:29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는 언제까지?’ 한반도 정세가 평화와 화해로 가는 지금, 사드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정용일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는 언제까지?’ 한반도 정세가 평화와 화해로 가는 지금, 사드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정용일 기자

국방부가 스탠더드미사일3(SM-3)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12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M3 도입을 결정했느냐”는 안규백 국방위원장의 질의에 김선호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이 “2017년 9월 합동참모회의에서 SM3급으로 소요 결정이 됐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해 9월 합동참모회의에서 ‘해상탄도탄 요격유도탄’의 작전요구성능(ROC)으로 ‘요격고도 100㎞ 이상’이 결정된 것이 주효했다. 이를 충족할 요격미사일은 SM3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격고도가 변경되지 않으면 SM3 도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시사

SM3는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제’(ABMD)의 핵심 요격미사일이다. 블록I 계열은 요격고도가 150~500㎞, 블록II는 1천㎞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블록I 계열 도입을 고려하는데, 이미 미국에서 산 패트리엇3와 한국이 자체 개발한 M-SAM과 L-SAM이 ‘저층 방어’를, SM3는 ‘상층 방어’로 역할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SM3의 대당 가격은 200억원 이상이다. 한국형 이지스함 3척에 20기씩 모두 60기를 도입하면 그 비용만으로도 1조2천억원 이상, 이지스함 성능 개량비에 8천억원 이상 든다.

문제는 SM3가 한국 방어에는 거의 기여를 못하면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참여는 기정사실화하는 거란 점이다.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천신만고 끝에 정상화한 남북관계와 한-중 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

SM3가 한국 방어에 무용지물에 가까운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남북한이 휴전선을 맞대고 있으면서 종심(전방에서 후방까지의 거리)이 짧다는 지리적 특성에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013년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저고도로 비행하고 몇 분 만에 떨어질 수 있을 만큼 북한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SM3에 기반을 둔 해상 MD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북, 한–중 관계에 찬물

반면 남북관계와 한-중 관계에는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남북관계를 보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더 이상 전쟁은 없다”며 불가침 확약을 했다.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선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을 만들겠다며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특히 이들 정상회담에선 “단계적 군축”에도 합의하면서, ‘군사 분야 이행 합의서’를 별도 부속합의서로 채택했다.

SM3 도입은 이런 정상 간 합의에 정면 배치된다. 북한은 미국 주도의 MD를 선제공격용으로 간주해왔다. 한국이 자국 방어와 별 관계도 없는 SM3를 도입한다면,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굳건해진 남북한의 신뢰에 금이 가고 만다. 일각에선 비핵화에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SM3 도입 등 이른바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야말로 비핵화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이후’ 한-미 동맹에 비해 군사적 열세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판단할수록 비핵화를 주저할 것이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에 남북 간 “단계적 군축”이 담긴 까닭이기도 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한-중 관계에서 생길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대란’이 다시 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의 기습적인 사드 배치로 수교 이래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는 지난해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상화 절차를 밟아왔다. 한국이 ‘3불’, 즉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이 3국 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SM3 도입은 ‘3불’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다. 미국의 MD 참여와 한·미·일 3각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상당한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M3는 한국 방어에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반면 작전 반경과 요격고도를 볼 때 주일미군 기지나 미국 항공모함 전단 방어용으로는 이용될 수 있다. 더구나 한-미 동맹은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면서 일본과 군사협력을 추구해왔다. 한·미·일 군사정보약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를 위한 제도적 조처이자, MD를 기반으로 사실상 ‘3자 동맹’을 추진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SM3 도입은 지금까지 MD 참여와 불참 사이에 모호하게 존재했던 경계선마저 지워버릴 것이다.

확장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선

더 주목할 점은, SM3 도입이 미국이 경북 성주에 사드와 함께 배치한 AN/TPY-2 레이더 업그레이드와 맞물리면서 일체화할 가능성마저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은 이 레이더가 사드 체계에 국한해서 운용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은 ‘주한미군 합동긴급작전 요구’에 따라 이 레이더의 업그레이드에 착수했다. AN/TPY-2 레이더에서 수집한 미사일 비행 정보를 패트리엇 포대로도 전달해 요격 정보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그다음 계획에 있다. 이미 미국 정부는 모든 AN/TPY-2 레이더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사드뿐만 아니라 패트리엇, 해상 MD, 미국 본토 방어용 MD 등 다른 요격체제의 레이더로도 쓸 수 있다. 미 의회는 2019년 MD 성능 향상 예산으로 행정부가 제출한 8100만달러에서 2억8400만달러로 대폭 증액했는데, 이 증액분의 상당액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 체계를 비롯한 MD 강화에 쓰일 예정이다.

SM3를 도입할 때의 딜레마는 여기서 잉태된다. 이 요격미사일을 도입·배치할 때 유력한 방어 지역은 부산·경남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요격률을 높이려면 성주에 배치된 레이더에서 조기 정보를 받는 게 유리하다. 이지스함에 장착된 레이더보다 훨씬 빨리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MD 참여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한-미 연합 방위체제에서 SM3만 따로 운용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얘기다.

하여 SM3 도입 계획은 백지화하는 것이 옳고, 국익에도 이롭다. 우리 안보에는 백해무익하고 탈냉전의 문을 노크하는 남북관계와 신냉전의 문을 노크하는 미-중 관계 모두에서 우리에겐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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