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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북 압박 전략인가

대북 강경론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 태도의 미묘한 변화
등록 2017-04-25 12:54 수정 2020-05-02 19:28
최근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일성 전 주석의 105번째 생일이던 지난 4월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최근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일성 전 주석의 105번째 생일이던 지난 4월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학 선즈화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태도와 관련한 논문으로 유명하다. 그는 논문에서 한국전쟁 발발 이전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과 참전을 결정한 마오쩌둥의 계산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마오쩌둥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순망치한’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선 교수는 “중국의 전통적 대북 정책이 더는 ‘한반도 전략’에 도움되지 않으며, 근본적인 이해관계가 어긋날 수밖에 없는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재검토하고 한국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최근 선 교수가 중국 각 대학 공개 강연을 통해 거듭 이런 주장을 펼쳐 논란이 붙었다. “중국과 북한은 추구하는 근본 이익에서부터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국경 주변과 지역 정세의 안정은 중국에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그 자체로 중국은 핵 보유의 타당성 자체를 놓고 전세계와 끊임없이 시비를 주고받는 나라와 이웃하게 됩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핵 보유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결국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절대 일치할 수 없는 겁니다.”

선 교수는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반한 감정을 조장하고, 이른바 ‘사드 보복’을 하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바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중국의 국수주의자들은 “반세기 넘게 이어진 중국 외교정책의 근간을 부정한다”며 선 교수를 맹렬히 비난했다. 이들은 국가기밀누설죄로 2년간 옥살이한 선 교수의 전력을 들먹이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공산당 기관지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은 선 교수의 주장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외교 전략에 대한 자국 내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이 과거와 미묘하게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의 경우를 살펴보자. 2004년 유명 격월간지 는 북한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가 폐간됐다. 2013년에도 공산당 기관지 편집위원이 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가 해고됐다. 그런데 검열 대상에 올라 삭제됐을 법한 선 교수의 강연 내용은 버젓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 선 교수는 “적어도 저는 북한 문제에 관해 다른 관점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해요. 결국, 정책을 정하는 거야 당 지도부가 하는 일이지만 적어도 대중은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죠. 예전에는 그조차 허용되지 않았어요”라며 중국 정부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월18일치)도 이런 사실에 주목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서 북한은 항상 최우선 동맹국이자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였다. 북한 정권이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이 원칙은 변함없이 지켜졌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은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고, 한국과는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했으며,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했다. 중국은 지난 2월 북한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석탄은 북한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과의 무역 자체를 중단하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더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촉구했다.

중국은 중재자 구실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거나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사설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대북 강경론에 여지를 두는 것은 북한을 압박하는 새로운 전략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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