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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장 지진다” 구글 번역은?

인공지능 새로 장착한 신경망 번역 ‘폭풍 성장’
등록 2017-01-03 12:26 수정 2020-05-02 19:28
인공지능을 장착한 새 구글번역기는 무척 똑똑해졌다. “이정현 장 지진다”라는 문장을 번역기로 돌리면 “Lee Jeong-hyun is gone”(이정현은 끝났다)으로 옮긴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솔한 언행을 문자 그대로 직역하지 않고 맥락을 파악해 풍자하듯 표현했다. 구글 번역 화면 갈무리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새 구글번역기는 무척 똑똑해졌다. “이정현 장 지진다”라는 문장을 번역기로 돌리면 “Lee Jeong-hyun is gone”(이정현은 끝났다)으로 옮긴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솔한 언행을 문자 그대로 직역하지 않고 맥락을 파악해 풍자하듯 표현했다. 구글 번역 화면 갈무리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몇 년 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구글의 미래 성장동력은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전자우편, 유튜브, 검색에 연관 광고를 붙이는 ‘애드센스’는 기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했다. 구글의 계획은 이들 주력 서비스를 기계학습, 즉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것이었다.

머신러닝 기반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비롯한 물류·교통 체계의 혁신이다. 또 다른 상징적 사례가 2016년 11월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구글 번역기 폭풍 성장’이다. 그 바탕에도 인공지능을 새로 장착한 신경망 번역이 있었다. 완전히 달라진 구글 신경망 번역기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다음 문장이 꼽힌다. “이정현 장 지진다.”(Lee Jeong-hyun is gone.)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할 리가 없고, 새누리당이 갈라지는 일도 있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문장 하나를 실로 기계답지 않게 번역한 것이다. 구글 번역기는 ‘장을 지진다’는 한국어 표현을 곧이곧대로 뜨거운 소스에 손을 집어넣는다는 식으로 어색하게 옮기지 않았다. 대신 사람이 글을 읽고 이해해 다른 언어로 표현하듯 맥을 짚어 번역했다. 저 말을 우리말로 다시 옮기면 “이정현은 끝났다” 정도가 될 것이다.

는 ‘모습을 드러낸 위대한 인공지능’(The Great A.I. Awakening)이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구글이 얼마나 대단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는지 잘 알려준다. 또 이 기술을 실제 사례에 접목해 놀라운 발전 과정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2006년 첫선을 보인 구글 번역은 구글의 대표적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한 달 이용자 5억 명, 하루에 번역하는 단어 수만 1400억 개다. 구글 서비스인 지메일, 크롬, 유튜브 등에 프로그램으로 내재된 번역 기능까지 고려하면 그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피차이는 신경망 번역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최근 유럽에 난민 위기가 불거진 뒤 아랍어-독일어 번역 사용량이 다섯 배나 급증했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기계가 사람만큼, 혹은 사람보다 더 잘 번역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삶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2011년 구글 내에 인공지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팀인 ‘구글브레인’(Google Brain)이 생겼다. 구글브레인은 인공지능의 성능과 적용 사례를 연구하며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왔고,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유명세를 떨친 인공지능 ‘알파고’에 사용한 딥러닝을 활용해 인간의 신경망을 본뜬 신경망 번역을 개발했다.

이제 신경망을 토대로 하는 기계 번역은 단어 대 단어 수준의 기존 번역에서 한 걸음 나아가 앞뒤 맥락을 파악해 문장 대 문장, 혹은 문단을 통째로 옮겨준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연산 능력이 있으면 기술·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다지만, 이를 기획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와 기술적 난관이 있었다.

구글브레인팀이 아이디어를 낸 뒤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9개월에 불과했다. 신경망 번역은 하룻밤 새 지난 10년 넘게 구글 번역기가 이룩한 성과를 훨씬 뛰어넘을 만큼 진보했다. 1950년 수학자 앨런 튜링은 사람인 척하고 다른 사람과 5분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연산 능력을 지닌 컴퓨터가 있다면 이를 인공지능으로 불러도 좋다고 제안했다. 다시 태어난 구글 번역기는 단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언어 장벽의 양상 자체를 바꿔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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