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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로 보는 세계

우편함에서 낚은 특종

납세 기록 비밀에 부쳤던 트럼프, 최대 18년 연방소득세 미납 의혹

제1132호
등록 : 2016-10-11 21:00 수정 : 2016-10-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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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6일 미국 마이애미 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납세 기록을 공개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0월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누리집에 긴급 속보를 띄웠다. 기사 제목은 ‘트럼프, 20년 가까이 연방소득세 한 푼도 안 냈을 수도’였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납세 기록을 공개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납세 기록을 공개하라”는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을 ‘모르쇠 작전’으로 버텨온 상황이었다. 기사에는, 그렇잖아도 잇단 ‘대통령 자질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트럼프에게 치명타를 줄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1995년 트럼프의 소득신고와 세금환급 신청서 사본을 공개했다. 핵심은 트럼프가 그해 무려 9억1600만달러(약 1조186억원)를 손해 봤다고 신고한 데 있다. 일반적으로 납세자가 신고한 소득을 바탕으로 세금을 매기게 된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선 트럼프처럼 ‘마이너스 소득’을 신고하면 그해뿐만 아니라 이듬해에도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세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다른 일부 부유층처럼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덜 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자신이 경영하거나 소유한 기업의 장부상 영업손실을 개인 소득신고 항목과 바꿔치기 신고해 세금을 줄이는 전형적인 탈세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엘 로젠펠드 미국 뉴욕대학 교수는 “누군가 내게 소득세 문제를 의논하면, 트럼프처럼 9억1600만달러를 벌 때까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세금 관련 규정을 보면, 당시 트럼프는 ‘마이너스 소득’ 신고를 한 덕분에 신고 이전 3년부터 신고 이후 15년간 과세소득 상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최대 18년 동안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행법상 개인의 세금 기록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공개해선 안 된다. 하지만 딘 바케이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은 지난 9월 하버드대학 포럼에서 “트럼프의 납세 기록을 확보해 보도할 수 있다면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가 최우선이라는 논리다.

트럼프 쪽은 <뉴욕타임스>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세금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 눈치이기도 하다. 10월4일 밤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 민주당의 팀 케인 후보는 “사실상 탈세나 다름없다”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반면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후보는 “사업가, 경영인으로서 현명한 처사였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를 두둔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제보를 <뉴욕타임스>만 받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에 보낸 것과 같은 트럼프의 소득신고와 세금환급 신청서 사본이 <뉴욕데일리뉴스> 등에도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뉴욕데일리뉴스>는 문서의 진위를 끝내 확인하지 못한 채, ‘낙종’하고 말았다.

일반우편함에서 어마어마한 문서를 처음 발견한 <뉴욕타임스>의 수전 크레이그 기자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에 나와 취재 뒷이야기를 했다. “자료를 처음 봤을 때부터 확인 과정 내내 이 문서가 진짜일지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세무 대리를 맡았던 잭 밋닉을 플로리다까지 가서 만나고 확인받고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교훈도 아니고, 당국 고위 관계자에게 정보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 크레이그 기자의 특종에는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취재 방법’이 동원됐다. 그는 “우편함을 확인하는 습관이 이번 특종에 큰 역할을 했다”며 “더 많은 제보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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