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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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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시대 만들어진 신데렐라

왕훙(인터넷 스타) 팡위안
등록 2015-12-24 08:16 수정 2020-05-02 19:28

12월12일 중화권 연예계에 ‘빅뉴스’가 타전됐다. 주인공은 홍콩의 스타 배우이자 가수인 궈푸청(곽부성)의 열애 소식이었다. 그는 저우룬파(주윤발), 류더화(유덕화) 등과 함께 중화권의 대표적 ‘올드 스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열애 공개가 화제가 된 것은, 그동안 무수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연애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궈푸청은 올해 50살인데다 지금까지 ‘결혼 공포증’을 가진 연예인으로 유명했는데 23살 연하의 여자와 결혼까지 염두에 둔 열애를 공표하자, 중화권 연예계와 팬들이 ‘멘붕’에 빠졌다.

<명보> 홈페이지

<명보> 홈페이지

수많은 전 여자친구들도 궁금해하는 궈푸청의 공개 여자친구는 이른바 ‘왕훙’(网絡紅人의 준말·인터넷 스타)이라 불리는 미모의 젊은 ‘여사장’ 팡위안이다. 그녀는 현재 중국 타오바오(인터넷 쇼핑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옷가게는 타오바오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타 가게’다. 그녀가 왕훙으로 불리는 이유는, 모델 출신이기도 한 그녀가 인터넷에 온갖 명품 옷과 가방 등을 걸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포즈로 찍은 셀카 사진들이 네티즌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궈푸청의 연인 외에도 ‘국민남편’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중국 재벌 2세 왕쓰총의 전 여친들도 왕훙이었고, 뤄즈샹이나 린겅신 등 중화권 유명 연예인들의 여친도 모두 왕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녀들 역시 대부분 모델 출신에다 타오바오에 옷가게 등 자신의 가게를 소유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가 인터넷에 셀카 사진을 남발하며 마치 삼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인생 반전에 성공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뿌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녀들이 왕훙으로 유명세를 얻은 것 역시 궈푸청 같은 유명인과 ‘인연’을 맺고 나서야 가능해진 일이다.

“왕훙은 현실 생활이나 인터넷 생활 중에 어떤 사건 또는 행위가 네티즌의 관심을 받아서 유명해진 사람을 지칭한다. 왕훙의 출현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매개로 한 환경 아래 인터넷 플래너와 전통매체 및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적 수요 등 이익공동체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결과다.” 중국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정의하는 ‘왕훙’의 사전적 의미다.

중국의 인터넷 비평매체 에서는 다음과 같이 왕훙을 비판하고 있다.

“‘미가 곧 정의’인 세상에서 그녀들은 ‘미’로 남자들의 관심을 끌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왕훙은 또 각종 셀카에 능하고 여자들 마음속에 (그들은) ‘인생 승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명품 옷과 가방 등을 걸치고 고급 호텔과 술집, 수영장 등에서 먹고 마시는 모습을 셀카로 찍어서 자랑한다. 어떤 때는 명품 가방을 자랑하고 또 어떤 때는 잘생기고 돈 많은 남편이나 남친을 자랑한다. 그들은 모두 생활 속 ‘드라마 여왕’으로 분장하는 데 익숙하다.”

왕훙은 올해 ‘10대 유행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이징=박현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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