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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그리고 기이한 이야기들

항공 사건·사고 많았던 2014년, 가장 타격 많은 항공사는 보잉777이 연달아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등록 2015-05-16 09:27 수정 2020-05-02 19:28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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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유난히 항공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다. 3월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이 실종돼 총 239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7월17일 광주에서 강원도 특수구조단 소속 헬리콥터가 추락해 우리의 소중한 5명의 소방관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같은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17편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반군이 쏜 지대공 유도탄에 격추돼 총 298명이 숨을 거두었다. 두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만 가오슝을 출발해 마공공항으로 향하던 트랜스아시아 222편이 추락해 총 48명이 죽었다. 12월28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에어아시아 8501편이 기상 악화로 바다에 추락해 162명이 사망했는데, 여기에는 30대 한국인 부부와 그들의 딸이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에서는 12월5일 발생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전세계 항공 사건에서 불운의 대명사는 말레이시아항공이었다. 장거리 대형기인 보잉777이 어처구니없게도 연달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특히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은 아직 기체 잔해를 찾지 못했고, 정확히 어디서 추락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미스터리함 때문에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가설과 루머가 쏟아져나왔다. 수색 작업이 한창이던 때, 나는 쿠알라룸푸르에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시아 정부에 강한 불만을 품고 근래에 가정까지 파탄 난 기장이 자살비행을 시도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근 미군의 합동군사작전 시기에 실수로 격추됐다고 주장하는 책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출판됐고, 신분을 위조한 이란 국적의 승객들이 다른 곳에 착륙시키려다가 추락했다는 테러설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외계인 납치설, 소설 과 같이 샹그릴라 착륙설까지 나왔다. 말레이시아의 한 주술사는 실종기를 찾는 데 드리운 수많은 악의 기운을 없애기 위해 (전해지는 바로는 정부 고위직의 초청으로) 굿까지 했다고 하니 이 사건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많은 불안을 만들어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항공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명확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항공사는 치명타를 입었다. 이런 대규모 사건이 계속 터지는데 버틸 수 있는 항공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사람들이 해당 항공을 기피하게 되고 자연히 탑승률이 떨어지게 된다. 탑승률을 올리기 위해 가격을 낮추지만 그래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버겁다. 말레이시아항공은 현재 엄청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구입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장거리 대형기 A380 6대와 B777 4대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고, 현재 운항하는 노선도 대거 정리할 예정이다.

항공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적고 벌에 쏘여 죽을 확률보다 조금 높다고는 하지만, 유독 항공 사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규모가 커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탑승자라고 가정했을 때 전이되는 일종의 공포감 때문일 테다. 이 공포감은 다른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탑승자가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에 기반한다. 올해 초부터 에어베를린 추락 사건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2015년, 이보다 더 큰 사고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PS. 대한항공이 네팔 대지진에 무료로 긴급 수송기를 보냈다고 한다. 바로 보내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분도 있지만, 카트만두 공항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업무 조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비난보단 칭찬을 해야 할 일인 듯하다.

이규호 미국 일리노이대학 인류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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