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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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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보이는 건 육지것들 싸늘한 등

수십 개 무덤 발견된 로힝야 보트난민의 ‘정글캠프’, 유엔 배급카드로 몸값 거래되기도… 댈 곳이 없어 아시아 ‘수치의 바다’를 떠도는 배에 탄 사람이 “적어도 7천~8천 명”
등록 2015-05-15 07:03 수정 2020-05-03 00:54
4월19일 중동과 아프리카의 ‘보트피플’ 800여 명이 유럽으로 향하는 길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다. 5월1일 타이 남부 정글에선 버마(미얀마)의 무슬림 로힝야 난민들의 집단 무덤이 발견됐다. 이들 또한 보트피플로 버마나 방글라데시를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중 ‘트랜싯’(transit) 국가 타이에서 비명횡사한 것이다.
박해를 피해 난민 보호를 요청하는 건 세계인권선언 제14조가 보장한 만인의 권리다. 그러나 보트를 타고 도착한 난민은 불법이주자, 심지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감호소에 기약 없이 갇힌다. 지중해가 유럽의 수치라면, 아시아를 감싸는 다양한 해역과 ‘다양한 감호소’는 아시아의 수치다.
‘보트’는 분쟁과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난민과 이주민들의 가장 절박한 이동 수단이지만, 죽음은 보트피플에게 운명처럼 달라붙는다. 보트피플은 ‘죽어도 떠나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트난민 문제를 꾸준히 보도해온 은 보트피플 기획 ‘죽어도 떠나는 사람들’을 2회에 걸쳐 싣는다. 첫 회는 최근 아·태 지역 보트난민의 중심축인 로힝야 보트피플 문제를, 다음회는 보트피플을 감호소에 가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보트난민 정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기획연재


죽어도 떠나는사람들



연재 순서
① 아시아의 수치 로힝야 보트피플
② 오스트레일리아 난민정책

참고 기사
그들의 고통이 쓰나미처럼 다가왔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돈맛’을 알아버린 국경

4월 하순 어느 저녁께, 무하마드(22·가명)는 갖고 있는 옷 중 가장 지저분한 걸로 갈아입었다. 또래 친구 5명과 밀항선에 오르기로 한 날이었다. 험난한 여행길에 좋은 옷은 필요 없었다. 밀항선을 타고 타이를 거쳐 말레이시아에 닿기까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총비용 16만다카(약 222만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돈이다. 그래도 배에 운명을 걸기로 했다. 한 발짝도 진척할 수 없는 인생이 난민캠프에서 썩어간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어서다. 무하마드는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나고 자란 로힝야 청년이다.

“똑똑한 변호사가 되어 로힝야를 변호하는 게 꿈이다. 공부도 더 하고 싶은데 캠프에서 과외라도 받으려면 과목당 월 200다카(약 2700원)는 줘야 한다. ‘영어 말하기 시리즈 1·2·3…’을 갖고 싶은데 책 살 돈이 없다. 내겐 미래도 없고, 아무것도….”

“그래도 보트만은 타지 말라”
5월1일 말레이시아 국경을 코앞에 둔 타이 남부 송클라 지방 파당베사르에서 로힝야 난민이 대부분인 보트피플들의 집단 무덤 32개와 주검 26구가 발견됐다. 그날 이후 무덤과 주검은 매일 추가되고 있다. Bo Min Aung 제공

5월1일 말레이시아 국경을 코앞에 둔 타이 남부 송클라 지방 파당베사르에서 로힝야 난민이 대부분인 보트피플들의 집단 무덤 32개와 주검 26구가 발견됐다. 그날 이후 무덤과 주검은 매일 추가되고 있다. Bo Min Aung 제공

이따금 기자와 메시지를 나눌 때면 절망을 풀어놓는 게 그의 일이다. “그래도 보트만은 타지 말라”고 다독이는 건 기자의 일이다. 너무 위험하니까. 무하마드는 몇 해 전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에 따라 신체검사까지 받았고 미국으로 갈 뻔했다. 그러나 2010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국 내 로힝야 난민들의 재정착 프로그램을 돌연 중단시켰다. 유엔도 이 문제를 크게 압박하고 있지 않다. 그날 이래 무하마드의 절망은 정점을 향해 갔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 ‘지저분한’ 옷까지 입었던 무하마드는 여전히 캠프에 남아 있다. 그날 차림을 수상히 여긴 엄마가 막아서 못 갔단다. 친구들은 국경타운 테크나프를 거쳐 벵골만 생마린섬으로 갔고 거기서 큰 화물선에 올랐을 것이다. 요즘 바닷물도 출렁이고 날씨가 좋지 않다. 엄밀히 말해 ‘항해 시즌’은 아니다.

무하마드 친구들이 집을 나선 지 일주일이 지난 5월1일, 타이 남부 정글에서는 로힝야 난민과 방글라데시 이주민으로 추정되는 집단 무덤 32개와 주검 26구가 발견됐다. 말레이시아 국경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송클라 지방-사다오 지구-파당베사르 서브지구-탈로 마을’이었다.

무덤이 발견된 곳은 일명 ‘정글캠프’라 불린다. 지난 2년6개월간 로힝야 난민들이 북적거리는 방글라데시 동북부나 버마 서부 아라칸주의 다양한 지점을 떠난 밀항선이 타이 남부 팡아(푸껫섬 부근) 혹은 라농 해안가에 도착하면, 타이 거주 브로커들은 ‘보트피플’을 모두 ‘정글캠프’로 데려왔다. 캠프는 몸값이 거래되는 인간 매매 현장이다. 몸값을 내지 못하면 고문·감금·성폭행을 당하거나 그러다 죽을 수도 있는 아주 사악한 공간이다. 무하마드처럼 책 한 권 살 돈이 없는 젊은이도 일단 배에 오른 뒤 이곳에서 가족이나 친지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호소해왔다. 2013년부터 이 문제를 취재·보도해온 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몸값을 내지 못하는 난민 중에 유엔 배급카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을 최초로 접했다.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출신 압둘(가명)의 말이다.

“배 타기 전 1만다카(약 14만원)를 낸다. (‘정글캠프’에서) 나머지 몸값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는 가족은 ‘유엔 카드’를 (방글라데시 거주) 브로커에게 준다. 그 카드에 할당된 구호물자로 몸값을 채우는 것이다. 몸값이 다 채워지면 브로커는 카드를 가족에게 돌려주고 난민을 (정글캠프에서) 풀어준다. 카드만 맡겨도 우선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돈을 벌어 몸값을 다 갚은 뒤 카드를 돌려받는다.”

유엔 카드로 ‘결제’하는 형편이라면 유엔 배급량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20만~50만 명으로 추정되는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 난민 중에서 유엔 카드를 지닌 ‘공식’ 난민은 고작 10분의 1이 될까 말까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래되는 몸값의 출구가 도무지 없는 이들, 바로 그들이 정글캠프에서 비명횡사했다.

타이 정부가 돌연 무덤을 파헤친 이유

타이-말레이시아 국경 근처의 한 ‘정글캠프’ 내 로힝야 여성들과 아이. 지난 2년6개월 동안 로힝야 보트피플 대열에는 여성과 아이들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Bo Min Aung 제공

타이-말레이시아 국경 근처의 한 ‘정글캠프’ 내 로힝야 여성들과 아이. 지난 2년6개월 동안 로힝야 보트피플 대열에는 여성과 아이들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Bo Min Aung 제공

“우리는 몸값을 내지 못해 남겨진 사람들입니다. 브로커들은 우리가 살든 죽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밥과 물, 단 한 번도 제대로 먹고 마신 적이 없습니다.”

5월1일 타이 군경이 들이닥친 정글캠프에서 9개월간 갇혀 있었다는 생존자 아누자(28)의 처절한 말 마디마디가 미디어를 타고 정글 밖을 울렸다. 그 정글에서 발견된 10대 소년 2명은 자신들이 8개월간 갇혀 있었고 군경이 들이닥치기 전 800명이 그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사라진 800명,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5월3일 에 전해진 방글라데시 나야파라 난민캠프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아직 정글에 난민들이 있고 (양국 단속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타이 남부, 말레이시아 국경 부근은 지금 난민과 이주자들의 무덤으로 봇물이 터진 듯하다. 첫 발견 지점에서 1km도 되지 않는 구역에서 5개의 무덤이 더 나왔고, 5월2일 3개의 해골이 발견됐으며, 5월5일에는 푸껫섬 부근 팡아에서도 해골 2개가 묻힌 캠프가 발견됐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5월7일 “10일 안에 로힝야 캠프를 모두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송클라 지방 핫야이 지구 (무슬림) 공동묘지에만 120구가 묻혀 있다. 남부 산속을 다 뒤지면 지난 2년6개월간 묻힌 주검이 2천~3천 구는 족히 될 거라고 본다.” 타이 거주 로힝야 인권운동가 보민 아웅의 말이다. 보민 아웅은 2012년 버마 아라칸주에서 발생한 로힝야 학살 이후 탈출 행렬을 잇고 있는 로힝야 난민들과 그 행렬에 조금씩 가담해온 방글라데시 이주민들의 목숨을 쥐락펴락해온 브로커들의 잔혹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사·고발해온 인물이다. 5월1일 무덤 발견 이후 관련 브로커들의 연이은 구속에는 보민 아웅의 제보와 압력의 힘이 적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 체포된 거물 로힝야 브로커 안와르를 비롯해 브로커 관련 정보를 타이 당국에 100번쯤 ‘찔렀다’고 말했다.

100번을 찔러도 움직이지 않던 타이 정부가 돌연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지난해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가 타이를 최악의 등급(Tier 3)에 놓으면서 타이 정부는 압박에 시달려왔다. 3월 말에는 인도네시아 벤지나섬에서 밀항과 인신매매를 거쳐온 동남아 각국 노동자들이 타이 어선에서 현대판 노예로 착취당하는 실태가 'AP'의 1년간 추적 끝에 보도된 바 있다. 'AP' 보도 뒤 인도네시아 경찰은 타이 노동자를 포함해 500명 이상을 구출했다. 반면 타이 군정 쁘라윳 총리는 국익 운운하며 이 문제를 보도하지 말라고 기자들을 겁박해 비난을 샀다.

타이는 전세계 3위 수산물 수출국이고, 수산업 매출 규모는 연간 1740억밧(약 5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최근 인신매매와 노예노동의 표본처럼 떠오른 타이 수산업계 개혁을 요구하며 6개월의 시간을 줬다. 개혁이 없다면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다각도로 가해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3월 군정 의회가 반인신매매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처벌 수위를 사형으로 격상시킨 건 대외적 ‘의지’를 표명한 좋은 예다. 이번 정글캠프 사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선택한 사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부국장 필 로버트슨은 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타이 정부의 조사는 겉핥기 식”이라고 지적했다. 필 부국장은 “단지 지역 공무원 수준이 아니라 정부와 군 고위층이 연루돼 있다고 본다. 집단 무덤 첫 발견 뒤 15명이 넘는(5월7일 현재 38명으로 증가) 이 지역 경찰 간부들을 한직으로 발령한 것도 그들이 이 문제에 연루됐기 때문은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7일 현재 구속자 4명 중 3명이 송클라 지방 공무원이고 수배자 대부분도 지역 공무원이다.

“다시 전화할 때는 돈 준비하세요, 아빠”
타이-말레이시아 국경 근처의 한 ‘정글캠프’에서 브로커(왼쪽)가 로힝야 난민(오른쪽)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Bo Min Aung 제공

타이-말레이시아 국경 근처의 한 ‘정글캠프’에서 브로커(왼쪽)가 로힝야 난민(오른쪽)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Bo Min Aung 제공

단속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단속으로 인한 당장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발칵 뒤집힌 언론은 잇따른 무덤 ‘발견’에 ‘인신매매 충격’을 전달하느라 여념이 없고 인권단체들도 대대적인 단속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좀체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 지금 바다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바로 타이 해안에 도착한 수많은 밀항선들이 배 댈 곳을 찾지 못해 바다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하마드 친구들이 승선한 보트도 그중 하나다.

무하마드가 소식을 간절히 기다려온 친구 라피크(20·가명)는 5월4일 오후 2시께(방글라데시 현지시각) 브로커의 전화기를 이용해 난민캠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타이 해안가 근처인데 배가 정박하지 못해 바다 위에 떠 있다고. “다시 전화할 때는 돈 준비하세요, 아빠.” 아들은 간신히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라피크의 부모님이 나를 안고 마구 우셨다.” 무하마드가 전했다.

4개월 전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살림(27·가명) 역시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5월3일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25일 전 타이 해안 근처에 도착했지만 배 댈 곳을 찾지 못해 바다에 떠 있다고 했다. 두 개의 큰 배에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으며 “매일 사람이 죽어나간다”고도 했단다. 15살 소년 샤피(가명) 역시 약 두 달 전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를 떠났다. 그의 가족도 최근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같은 메시지다. 바다 위에 떠 있다고.

“매일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증언을 검증할 길은 현재 없다. 분명한 건 수만 명의 난민들이 배를 탔고, 수천 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며, 도착지로 예정된 곳은 단속으로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지난 9년간 로힝야 인권 문제를 집중 조사해온 ‘아라칸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약 반년간 버마 아라칸주 마웅도(로힝야 주류지역)와 방글라데시 테크나프에서만 약 6만8천 명이 배를 탔다. 전년 같은 기간의 5만4천 명보다 많은 수다. 이 가운데 2월부터 4월까지 파악된 출발 인원은 2만1천 명이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된 이후인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타이 해안가에 도착한 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서 두 달 반, 목격한 34명의 죽음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한 선착장에서 젊은이들이 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이 많이 사는 이 지역의 저임금 시장은 로힝야 난민의 불법노동으로 대거 채워진다. 이유경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한 선착장에서 젊은이들이 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이 많이 사는 이 지역의 저임금 시장은 로힝야 난민의 불법노동으로 대거 채워진다. 이유경

“지난 몇 주간 약 1천 명만이 (몸값을 내고) 아주 비밀스럽게 하선한 걸로 알고 있다. 돈을 내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이 어디쯤에 떠 있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아라칸 프로젝트’ 디렉터 크리스 리와의 말이다. 크리스는 5월 초 현재, 적어도 7천~8천 명이 바다 위에 있을 거라고 봤다. “이제 ‘정글캠프’가 아니라 ‘보트캠프’다. 더 위험할 수 있다.” 크리스의 한숨이다. ‘아라칸 프로젝트’가 에 공개한 최근 도착 사례 하나를 보면 ‘보트캠프’의 위험이 아찔하게 드러난다.

14살 소년 카림(가명)이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를 떠난 건 2월 초다. 생마린섬으로 가서 오른 화물선은 여성 25명, 어린이 20~30명을 포함해 450명을 태운 20일 뒤에야 출발했다. 그 20일 동안 3명이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브로커는 이들을 바다에 던졌다. 브로커는 출항 직전 개인 상비약도 모두 빼앗았다. 항해 3일째, 3명이 또 죽었다. 그들도 바다에 던져졌다. 5일째(3월 초로 추정) 브로커는 타이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타이 선장과 로힝야 브로커는 누군가와 오래 통화하더니 “상황이 좋지 않아 배를 정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즈음 로힝야 브로커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우리는 타이에 왔다. 몸값 낼 준비를 하라.” 카림도 아빠와 잠시 통화하며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카림이 풀려난 건 4월15일이다. 작은 보트가 카림의 화물선에 접근했고 돈을 지불한 카림을 포함한 18명이 석방됐다. 작은 보트를 타고 육지로 가 두 달 반 만에 땅을 밟았다. 타이 가이드의 안내로 4시간 트레킹 뒤 도착한 곳은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 두 달 반 ‘보트 세상’에서 카림은 34명의 죽음을 봤다. 모두 바다에 잠들었다.

“타이 해군이 출동해 배들이 어디에 있는지 수색하고 구조에 나서야 한다. 이 구조 작업이야말로 타이 정부의 브로커 단속 의지를 검증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부국장 필의 말이다.

“로힝야 보트피플 문제는 버마와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답이 없다. 지금 저 많은 배들이 정박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바다 위에서 죽어갈 수도 있는데 어쩔 텐가.” ‘아라칸 프로젝트’ 디렉터 크리스는 ‘인신매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중해처럼 헬기라도 뜬다면

기사를 마감하는 5월7일 현재, 유럽으로 향하는 지중해 난민보트 위 상공처럼 구조헬기가 뜨는 장면은 이곳에 없다. 구조선이 접근하는 일도 없다. 로힝야 난민들을 받아줄 국가도 없다. 이들의 조국 버마는 'AP' 보도 뒤 타이 어선에서 해방된 자국민들의 본국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혹시 로힝야가 섞여 있진 않은지 까다롭게 심사 중이라는 후문이다. 고향도 이웃도 산도… ‘육지’ 것들이 모두 싸늘한 등만 내보이는 통에 바다 위 보트피플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로힝야족을 취재했던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가 당시 자료를 편집한 영상입니다. 이는 현재 동남아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 '보트피플'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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