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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전문 능력의 종말인가? 집단지성의 결실인가?

등록 2009-04-09 07:08 수정 2020-05-02 19:2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특집/ 정보화의 빛과 그림자‘위키피디아’,
전문 능력의 종말인가?
집단지성의 결실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난해 6월, 프랑스 광고대행사 유로 RSCG는 공식 성명을 통해 위키피디아가 ‘CAC 40’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각종 포털의 검색 결과 상위에 분류되는 온라인 백과사전은 네티즌들의 공동 참여로 제작되는, 비제도권 정보의 비약적 발전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기능 양식은 완벽하다고 말하기 힘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교묘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인터넷을 발명한 사람들은 위계질서와 전통적 권위에 저항하는 정보처리 기술 관련 학생들과 젊은 기술자들이라 할 수 있다.1) 기존 질서에 반대하는 그들이 받아들인 유일한 가치는, 자신들과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기술적 역량이었다. 자율적인 전문 능력이라는 개념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더불어 큰 중요성을 지니게 됐다. 오늘날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웹2.0’2)의 시작은 전문 능력에 대한 전통적 개념을 뒤흔들어놓았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정치적 개입의 가능성 또한 열어놓았다.





   


◎ 혼돈속의 한국 어디로 가나
◎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불안
◎ 백인 무슬림 여성의 사랑과 연대
◎ 센강이 나눈 파리의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
◎ 홍세화편집인 “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인가?”[5월호 기사 전체목차] | [르 디플로 바로가기]


현대의 온라인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권위 보유자들과 대립해 있다. 각종 정보와 정보처리 코드들이 국가적·상업적 차원과 무관하게 만들어진다. 웹로그(일명 블로그)와 위키3)에서는 전문가 신분이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책임과 존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존경심은 전적으로 완성된 업적에서 생겨난다. 위키피디아 무료 백과사전은 이용자들이 만들어내고, 기고가들은 그들이 작성한 데이터의 수, 작업한 항목 유형, 통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다른 기준들에 의거해 분류된다.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 능력이 무시되는 현상은 인터넷에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의견의 적합성을 인정해주는 절차가 없다면, 유익한 것과 유해한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아마존이나 이베이(e-Bay) 같은 대형 온라인 업체 중 하나인 슬래시닷(Slashdot)의 프리웨어 ‘열혈 애호가’들은 네티즌 방문 횟수와 페이지뷰 수로 정보의 가치를 평가한다. ‘리에디트’(Reedit)와 ‘디그’(Digg)처럼 정보 공유가 가능한 ‘사회적 미디어’나 구글의 검색 결과를 알려주는 페이지랭크(PageRank)의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지성, 다시 말해 무수히 많은 개인들이 선택한 결과물들이 자동적으로 결집된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 되는 셈이다.4)

신뢰에 바탕을 둔, 대중 지성의 자동 결집

위키피디아는 이런 신뢰에서 출발해서 다수의 인식을 교정하는 데 기여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꿀벌통의 생각”5)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와이어로 위키는 ‘빠르다’는 뜻이다. 위키의 원칙은, 이 사이트 내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기존 문서를 변경하거나 링크를 만들어 사이트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트에 등록된 편집자들은 익명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이 한 작업과 자신들의 동료로부터 받은 인정 표시를 집계해 개인 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이 페이지를 자신들의 메신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주시 항목’(watch list)을 만들어 눈길을 끄는 항목들에 가해지는 작의적인 수정을 감독할 수도 있다.

위키는 단일 저장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한 문서가 수정되면 그 문서가 새 버전이 되고 이전 버전은 기록보관소에 보존된다. 이렇게 하면 문서들의 변경 과정(히스토리)을 확인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길 때 손쉽게 이전 버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 결과 문서 내용들은 엄청나게 확장된다. 토론 페이지(talk pages)에서는 편집자들이 문서의 내용과 사이트의 제반 정책에 관한 토론을 벌인다. 토론 페이지에서 벌어지는 토론과 달리 위키의 문서 항목에는 편집자 서명이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율법학 교수인 요차이 벤클러가 “동등 계층에 의한 집단생산”(peer production)이라고 부른 위키피디아의 발전 모델은 자발적으로 임무를 맡는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요구한다. 사실, 실재 능력에서 그들 중 일부가 착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속일 위험도 있다. 하지만 벤클러는 동료들의 통제나 통계적 평균 수치(참여자들 수가 상당히 많은 경우)가 잘못된 자체 평가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6) 평등한 사람들 사이의 공평한 커뮤니케이션에 근거한 이 집단생산 체제는 전문가들의 고립된 위치와는 상반된다. 위키피디아의 창시자인 지미 웨일스는 2008년 6월, “공개 백과사전은 놀라울 정도의 정확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위계적인 고전적 백과사전의 마음 편한 저자와는 반대로 공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논증을 하고 있는지 또는 잘못된 발상에 근거해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상호 접촉할 수 있기7)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위키피디아에서 전문 능력은 ‘개인’ 안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다양한 관점의 결집, 다수의 지성 안에서 구현된다. 그래서 문서 작성이 권장된다. 어느 정도 집단적 작업이 이루어지면 이 문서들은 언제나 지식의 보고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의 열쇠는 편집자들을 모집하는 일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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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능력, 참여자가 많을수록 높아져

다수의 편집자들이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위키피디아인들의 경험이 ‘흥미로운 것’인 동시에 “당신이 지금 즉시 이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위키피디아의 설립 원칙처럼 즉각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런 발전 모델의 장점은 “여러 프로젝트들이 재빨리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지성”은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 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이 점은 경험적으로 확인되는데, 위키피디아 문서 항목에 수록된 참조 사항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 그 질도 높아진다.8)

무엇이 백과사전적인지, 어떤 주제가 백과사전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공식적 기준은 ‘지명도’다. 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들 같은 새로운 미디어 전문가들이 좋은 예다. 미들베리대학의 제이슨 미텔 교수는 위키피디아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자신이 “그 정도로 유명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 페이지를 삭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왜 제이슨 미텔과 알렉산더 핼러베이스 교수는 위키피디아의 한 항목을 차지하고, 스티브 존스나 수잔 헤링 교수처럼, 영향력 있는 저서들과 논문을 더 많이 집필하고 자기 분야의 중요 연구지 책임자로 재직하는 등 객관적으로 더 유명한 다른 미국 대학교수들은 위키피디아에 수록되지 않는 것일까? 핼러베이스는 자신에 관한 항목이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자신이 2006년 위키피디아 연례 컨퍼런스에 참가해 위키 마니아로 등록됐다는 것, 두 번째로 잘못된 문서들이 수정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보려고 위키피디아의 13개 항목에 잘못된 정보를 입력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9)

백과사전 등록, 주관적인 기준에 의거

백과사전에 포함될지는 주관적인 기준에 좌우된다. 제이슨 미텔 역시 지명도가 위키피디아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대적인 가치라는 점을 시인한다. “편집자의 의견과 판단, 특히 나에 관한 페이지처럼 중요하지 않은 주변부의 페이지들은 더더욱” 주관적 기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많은 기고가들이 ‘지명도 부족’이라는 가혹한 판결로 인해 공들여 작성한 자신의 문서들이 삭제당하는 불유쾌한 일을 겪는다.

또한 의견 대립 문제도 발생한다. 태권도는 순전히 한국 고유의 무술인가 아니면 일본 무술의 되풀이인가? 터키는 유럽에 속하는가 아니면 동양에 속하는가? 이와 유사한 많은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위키피디아인들은 일련의 ‘민주적’ 절차와 예절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상당수 반대 의견이 익명으로 작성되므로, 중요한 것은 논증의 질이다. 하지만 다른 요인들도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고참 편집자인 크랜스키는 위키피디아인들에게 중요한 자질은 인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는 여유를 가지고 우리의 규칙을 설명해준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분명히 말하면, 지구력이 강하고 전문용어와 절차들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의견 대립에서 승리한다. 이 프로젝트의 평등 원칙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들이 외부의 권위나 타이틀들을 언급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에스제이’(Essjay)는 위키피디아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위키피디아 내 거의 모든 단계의 요직을 거쳤고, 자신이 위키백과에 쓴 항목들로 인해 와 인터뷰까지 한 사람이다. 지미 웨일스가 영리 목적으로 2004년 창설한 위키아는 그에게 커뮤니티 매니저직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그에게 치명적이었다. 위키아에 에스제이의 약력이 소개됐는데, 위키피디아인들이나 독자들에게 제공된 프로필과 일치하는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법학과 철학박사 학위를 소지한 종교학 교수가 아니라 24살의 무학력자 백수였다. 에스제이는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승리하기 위해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자주 거론했다. 한 예로 가톨릭 내에서의 ‘인쇄 허가’라는 용어 사용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그는 “내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한다. 이것의 신빙성에 내 박사 학위를 걸겠다”10)라고 말하면서, (Catholicism for Dummies)11)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그의 실체가 폭로되자 에스제이는 인터넷에 상주하는 정신이상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가짜 신분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어느 누구에게도 먹혀들지 않았고 그는 위키아와 위키피디아를 떠나야만 했다.

앤드루 킨은 격렬한 논조의 안티 ‘웹2.0’ 기사에서 ‘고상한 아마추어’ 숭배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블로그들과 위키들이 ‘결집된’ 내용들을 생산하는 미디어와 편집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들이 위험한 동시에 야만적이라고 평가한다.12) 킨은 아마추어들이 지배하는 묵시록적 세계를 보여주려고 윌리엄 커널리를 예로 든다. 케임브리지의 영국 남극조사단 기후학자 커널리는 기후 온난화 문제를 다룬 위키피디아 항목의 잘못들을 수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퍼뜨리고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 모든 다른 견해를 완전히 삭제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익명의 사람들은 그를 위키피디아 최고기관인 중재위원회에 회부했고 커널리는 이후 하루에 한 항목 이상 쓸 수 없다는 제재를 받았다.13)

익명의 조작 가능성 우려도

익명 아래서는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호기심에서 또는 장난 삼아 허위로 게재하기도 한다. 2007년, 버질 구드는 위키 문서를 작성하는 편집자들이 접속한 기관들을 식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위키 스캐너를 개발했고, 이것으로 명백한 자체 조작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 예로, 누군가 미국의 전자투표기기 제조업체 다이볼드의 IP14) 주소에서 위피키디아를 편집하면서 다이볼드가 제작한 기기의 신뢰도에 관한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견해를 삭제하고, 다이볼드 경영진이 부시 대통령을 위한 기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15)

고의적인 방해 공작 또한 위키피디아에 피해를 입힌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가 바로 전직 기자이자 로버트 케네디의 보좌관이던 존 세이겐탈러 사건이다.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어떤 짓궂은 사람이 2005년 5월 세이겐탈러에 관한 자료에 그가 존 케네디 암살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고 1971년 소련으로 이주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기극은 9월이 돼서야 진상이 밝혀졌다. 10월에 웨일스는 세이겐탈러의 요청에 따라 이 항목의 이전 버전을 삭제했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현존 인물에 관해 얼마나 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수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때로는 당사자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때로는 당사자가 잘못을 수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이겐탈러 사건은 위키피디아에서 그나마 가장 덜 유감스러운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문서의 토론 페이지에 헛소문이 올라오자 자칭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수많은 토론가들이 희생자에게 동정심을 보이기보다는 그에게 격분했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려 하는 대신 위키피디아를 협박했다. 프리웨어의 경우, 사람들이 어떤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선택하면, 사용자들이 잘못을 수정할 책임을 지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사람들이 그들의 참여를 감시할 권리를 갖지 않으면 부조리한 것이 된다.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실제 그 사건의 발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중의 눈’이 모든 잘못을 수정할 수 있으리라는 어떤 보장도 없다. 마찬가지로, 디그처럼 페이지나 링크를 모아놓은 사이트들은 소프트웨어 사용자들 사이에서의 인기 지수를 만들어낸다. 웨일스는 언젠가 “구글에 나오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글의 검증성과 책임성 수반돼야

위키피디아에서는 검증성이 진리를 대체한다. 하지만 어떤 주장이 하이퍼텍스트 출처 형태로 즉시 보여지고 저자의 명성을 능가할 때 디지털화하지 않은 주변부의 문화들은 보이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 위키피디아의 한 페이지가 구글 검색의 첫 페이지 결과들에 꾸준히 나타나면(위키피디아는 항목 작성을 비롯해서 수많은 다른 링크를 포함하고 있고 빈번히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이렇게 될 확률이 높다) 전문 능력과 인기가 혼동될 수 있다.16)

정확성과 관련해 는 위키피디아에서 발췌한 42개와 과학 분야 항목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항목들을 비교해 두 백과사전의 자료가 질적으로 동등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브리태니커가 그 분석에 이의를 제기했다.17) 과학적 정확성으로 보자면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의 신뢰도 사이에 공통되는 측정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솔루션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해커는 암호의 작동 여부로 동료들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경우, 기여의 정확성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백과사전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시선들의 양보다는 자질이 더 중요하다. 어떤 자료는 뛰어나고, 어떤 것들은 형편없다는 식의 일관성이 부족한, 계속 공사 중인 현장18)이 되기보다는 기고가가 자신이 만들어낸 문서에 대해 책임(형사적 책임까지 포함되는)을 지는 절차가 객관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이른바 ‘다루기 힘든’ 학문에 관한 위키피디아 항목은 전문화되고, 기술적이고, 비이데올로기적이기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적다.19) 기후 온난화 같은 예외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누구도 ‘식물형태학’이나 ‘고압누전차단기’ 같은 항목을 방해하려 들지 않는다. 이런 항목들은 정통한 저자들이 논리적으로 작성하거나 관련 저서 일부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즉, 무료 백과사전이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들에 의거해 승인된 것이 아니라 모든 백과사전 업체에 적용되는 전통적인 자질에 의해서 승인된 것이다.

인터넷의 민주적 잠재력을 지나치게 낙관할 경우, 자칫 소수에 의한 과두 체제나 불평등 체제까지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자유 제작 내용물들이 시장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들은 이 디지털 선물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필요를 만들어내면서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웹 액세스 제공자들의 이익에 도움을 주고 있다.20)

하지만 이런 ‘좌파적’ 주장들은 사실 오래된 대중문화 비판 전통에 속한다. 대중문화는 늘 실제 쟁점을 은폐하는, 저속하고 기만적인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비판으로 대중문화의 즐거움에 빠지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대중과의 연대, 즉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정의를 주장하는 진보적 호소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개인의 성공에 초점이 맞춰지는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는 개인의 잠재력 실현이 사람들의 행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참여의 특징들(이를테면 모여서 시위를 하고 구호를 외친 다음 집으로 돌아간다)은 참신성이 부족하다. 진보주의자들이 위키피디아의 성공에서 개인의 즐거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성공에 정치활동 부흥의 싹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 우려, 폭넓은 자율적 참여

그럼에도 위키피디아의 정확성 부족은 문제가 많다. 백과사전의 목표는 진리다. 이 진리는 정치적 목표가 아니라 과학적 목표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위키’ 형태로 허용된 개인들의 열광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시장은 위키피디아 편집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합의한 사심 없는 투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료 백과사전이 무엇인지 모두 다 즉각적으로 이해한다. 좌파는 그와 같은 열광적인 프로젝트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구성과 조직 문제에 대한 진지한 분석도 포함돼야 한다. 접근 조건의 유연성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얼마나 폭넓은 자율성이 제공되는지가 온라인 협동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결정짓는다.

이런 의미에서 위키피디아는 관료적 특성과 부족적·집단적 특성이 혼합된 독창적인 조직 유형이 출현했음을 보여준다. 열렬한 참여자들이 ‘온라인 부족의 관료주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모델들은 비디지털 환경에도 이전될 수 있는가, 아니면 첨단을 달리는 소수 사람들의 비밀의 화원에 남아 있을 것인가?

글•마티외 오닐
스탕달대학(그르노블3대학) 연구원. 주요 저서로 (플루토 프레스, 런던, 2009) 등이 있다.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2006), (2008) 등이 있다.

1) 장 마르크 마나흐, ‘정보사회의 수선자’, , 2008년 9월호.

2) 쌍방향 소통과 네티즌의 참여를 지향하는, 발전된 웹 형태를 지칭한다.

3) 이용이 허가된 모든 방문자가 웹페이지를 자유롭게 변경하거나 내용을 덧붙일 수 있는 내용관리 시스템.

4) 구글의 경우, 하이퍼텍스트 링크 형태로 관련 사이트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이유로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특정 사이트들이 가장 관련성이 크다고 안내한다.

5) 마샬 포, ‘꿀벌통’, , 보스턴, 2006년 9월.

6) 요차이 벤클러, , 예일대출판부, 예일, 2006년.

7) 지미 웨일스, ‘대중의 지혜’, , 런던, 2008년 6월.

8) 앤드루 리, ‘참여 저널리즘으로서의 위키피디아: 뉴스원으로서의 협동미디어 평가 기준’, 제5차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 오스틴(텍사스), 2004년 4월 16∼17일.

9) 오류가 수정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이다. en.wikipedia.org/wiki/Alexander_Halavais 참조.

10) 노엄 코헨, ‘위키피디아 참여자들의 허구적 측면’, , 2007년 3월 5일.

11) 존 트리길리오, 케네스 브리겐티, , 페이퍼백, 2003년. ‘더미 시리즈’는 초보자들을 위한 쉬운 해설서다.

12) 앤드루 킨, , 더블데이, 뉴욕, 2007년. 인터넷 모델에 대한 비판을 미디어로 확장시킬 때 킨의 견해는 확고하지 않다. 대형 미디어의 정보가 갖는 신뢰성과 블로그들의 거친 표현을 대립시키는 것은 대형 미디어들이 그들 소유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3) 같은 책, 43쪽.

14) 정보 네트워크에 연결할 때 컴퓨터에 할당되는, 숫자로 조합된 고유 주소.

15) 존 볼랜드, ‘누가 위키피디아를 작성하는가: 다이볼드, CIA, 캠페인’, , 샌프란시스코, 2004년 8월 14일.

16) 2007년,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상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사이트 중 17위였다. 100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4천 명의 전문가가 작성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5128위였다. 킨의 앞의 책 참조.

17)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치명적 결함: 의 백과사전 정확도에 관한 최근 연구 반박’, 2006년 3월.

18)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시티즌디엄’과 ‘베로피디아’ 같은 것들이다. 시티즌디엄은 위키피디아의 공동 창설자인 래리 생어가 만든 것으로 위키의 에너지와 이미 인정받은 전문가들의 역량을 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로피디아는 탁월하다고 평가되는 위키피디아의 항목들을 ‘동결’한다.

19) 세르주 알리미, ‘너무나 행복한 사이버-레지스탕스들’, , 2000년 8월호.

20) 장 마르크 만도지오, , 뉘장스 백과사전출판부, 파리, 2000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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