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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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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변호사들 증거 동의 신중해야”

무고 위기 몰린 부현정씨 무료 변론 나선 김용원 변호사

피해자 관점 판결 이끌어낼까
등록 2018-04-17 13:01 수정 2021-06-26 13:26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뒤 가해자 쪽이 무고로 고소해 벼랑에 내몰렸던 부현정씨의 사연(제1202호 표지이야기 ‘그는 어떻게 무고로 몰렸나’)이 보도된 뒤 몇몇 변호사로부터 무료 변론을 맡아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김용원 변호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86년 형제복지원의 잔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세상에 처음 알린 수사 검사였다. 최근 검찰은 당시 수사가 외압으로 중단됐다는 증거를 확보해 진상 규명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된 보도에 나오는 ‘담당 검사’가 다름 아닌 김 변호사다.

형제복지원 실태 알린 검사 출신
“세상에 억울한 일이 다 밝혀지나요. 그런데 부현정씨는 강제추행 피해자인데 무고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훼손되는 일을 넘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결정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결과가 100% 바로잡힌다는 보장은 없지만, 내가 수백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김용원 변호사는 무고죄 2심부터 변호해온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와 함께 이번 무고 사건의 대법원 상고와 민사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가해자가 부현정씨를 상대로 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민사소송에, 거꾸로 부씨의 정신적 피해와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긴 재산상 손해 등에 대해 1억7천만원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한겨레21>과 전화 인터뷰를 한 4월9일 오전에도 김 변호사는 대법원에 제출할 상고이유보충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엉터리’로 보이는 자료가 버젓이 증거로 채택된 일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겨레21>은 제1202호 기사에서 고소인(부현정씨 성추행 가해자) 쪽이 제출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동영상에 편집 의혹이 있음을 지적했다. “증거로 동의하지 말아야 하는 엉터리 증거도 많다. 고소인이 편집에 능한 촬영기자였고, 따라서 녹음파일이나 동영상 등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때 검토할 부분이 많았다.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 특히 CCTV 동영상은 증거 동의를 하면 안 된다. ‘두 사람이 썸타는 관계로 보였다’는 발언이 담긴 와인바 사장의 녹취록도 그 녹취록이 나온 과정을 면밀히 살폈어야 한다. 1심 변호사들이 너무 쉽게 증거 동의를 해준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증거가 재판에 쓰이게 된 것에 법원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민사소송은 변론주의라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증거조사를 안 한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순수한 변론주의가 아니다. 피고인이나 변호사가 다른 증거를 신청하지 않아도 사건 내용에 의문점이 많고 범죄사실로 단정하기 어려울 때는 법원이 직권으로 필요한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 변호사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여성의 성폭력 무고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좀더 적극적인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
부현정씨 사건에 대한 김 변호사의 비판은 피해자 관점이 결여된 한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1심 판사들은 부현정씨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날, 주변에서 기다리던 남자친구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을 추궁하며 강제추행 피해를 호감이 있는 사이에서 벌어진 스킨십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보였다.

엉터리 증거 법원이 걸러내야
김 변호사는 “그날 처음 같이 술을 마신 남자에게 호감을 느껴 스킨십을 할 정도였다면, 기다리던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다른 데로 보내는 게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1심과 2심 판결문을 보면, 당일 벌어진 일이 추행인지 스킨십인지 명확한 판단도 없이 무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점도 상고심에서 다퉈볼 만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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