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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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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이미지로 읽는 예비 대선 주자 9인… 당신의 ‘취향저격’ 담당할 디테일은 어디에
등록 2017-01-05 05:36 수정 2020-05-02 19:28
대선 시간표가 빨라졌습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됐습니다. 정당도 중요하고, 정책도 중요하지만 대선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인물입니다. 인물 호불호가 정당 지지를 압도하기도 하고, 정책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인물이 마음에 새겨지는 건 한순간, 한 문장의 찰나, 단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대선 출마가 유력한 9인의 정치인들이 당신 마음에 아로새겨질지, 오직 보이는 대로만 풀어봤습니다. 재미로 읽고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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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잘생김

정치적 기름기를 쫙 빼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문재인 잘생김’이 남는다. 관련 검색어는 ‘미남 문재인’ ‘노타이 잘생김’ ‘실물 보고 되게 잘생김’ ‘훈남 스멜’ 같은 것들이다. 요즘은 나이와 함께 늘어난 흰머리가 중후함을 더해 ‘로맨스 그레이’(희끗한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노년 신사)로 통한다.

그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대중적 인상은 ‘강인함’이다. 그는 1975~78년 제1공수 특전여단 3대대에서 복무했다. 현역 군복무 시절, 낙하산 장비와 헬멧을 들고 찍은 사진이 이런 느낌을 대표한다. 당당하고 잘 빠진 체격이 강렬함을 뿜어낸다.

그는 학생운동 과정에서 구속, 강제징집을 당했고 극적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평생을 인권변호사로 살았다. 선한 의지와 지사적 강직함을 지녔다. 그러나 그는 수줍다.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내 성격이나 기질은) 조심스럽고 부드럽다고 할까…”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 야생 같은 정치판에서 목숨을 끊어내는 ‘정치적 사생관’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애초 정치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1982년 이후 30년간 인권변호사로, 정치적 동지로 함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죽음이 그의 ‘운명’을 다른 길로 강제했다.

지금까지는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2016년 12월30일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임의전화걸기(RDD) 방식·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26.8%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2위는 반기문 23.7%). 그는 자신의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내 삶 역시 운명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앞으로도 내게 닥쳐올 운명 같은 게 또 있다면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한 번 더 ‘운명’ 같은 시간이 남았다.

반기문의 뜨거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별명이 많다. 어디에도 없는 사람, 무능력한 관찰자, 투명인간, 뱀장어, 미꾸라지, 기름장어처럼 대개 비꼬는 투의 것들이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기름장어’다. 예민한 질문이나 곤혹스런 환경을 요리조리 잘 피한다고 붙여졌다. 그가 최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기름장어에 불을 붙이겠다며 스스로 ‘뜨거운 겨울’을 예고한 셈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이 됐다. 2016년 12월31일 사무총장 임기를 끝냈다. 반 전 총장은 국내 복귀와 함께 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충북 음성의 시골마을 출신인 반 전 총장은 어릴 적부터 조용하고 묵묵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고교 때 우연한 기회로 미국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게 계기가 됐다. 1970년 당시 외무부에 들어갔다. 36년간 외교 업무에 누구보다 충실한 공무원이었다지만, 강력한 정치적 의지 없이 ‘세계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을 리 없다.

최근 일부에선 그에게 ‘정치적 욕심 과잉’ ‘배신의 아이콘’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도록 전폭 지지한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란 사실은 잘 알려졌다. 그런 그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의를 의도적으로 미뤘다거나, 최근엔 대통령 박근혜와 친분을 과시하다가 ‘탄핵 정국’에 들어서자 등을 돌린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10년 넘게 국외에 머물렀던 그를 벼르는 ‘검증의 칼’이 많다. 반 전 총장은 “배신이란 말은 인격 모독이다”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재명의 마이크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이미지는 당연히 아니다. 어느 자리에 가도 그저 무난해 보이는 특색 없는 양복에 운동화를 자주 신고 다닌다. 부조화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난다. 정장들의 틈바구니에서 악전고투하며 살았지만, 똑 떨어지는 ‘핏’보다 투박한 제 스타일로 한발 더 디뎠을 사람,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지난 몇 개월간 그가 마이크만 잡으면 잠잠하던 세상도 타들어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재정 개악에 맞서 굶었고, 가장 앞서 박근혜 퇴진을 말했고, 그 와중에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했다.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개척해왔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주류에서 비껴서 있지만 주류를 넘어선 단 한 명의 비주류로.

이 시장은 한국 정치에서 두 번째로 발현한 ‘미확인체’다. 첫 번째는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양당은 언제나 ‘대세론’을 만든 이를 대선 후보로 만들어왔다. 이명박-박근혜가 그랬고, 정동영-문재인이 그랬다. 마이크를 든 전사 이재명 시장은 이 익숙한 흐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자생적으로 성장한 그에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야당 지지층의 잊혔던 열정이 되살아난 느낌마저 든다.

당내 기반이 없고,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가 끝내 지금의 지지율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오히려 도약해 큰 꿈에 다다를 수 있을까. 본선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야당 경선에서 만약 그가 승리한다면 그건 오로지 그가 쥔 마이크의 힘 덕분일 것이다. 일찍부터 강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그리고 지치지 않게 뱉어온 말들 때문에.

안철수의 찰랑거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올해 중앙일보-경희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매력 정치인 톱10’에서 1위(18.4%)로 뽑혔다. 매력도로만 치면 문재인(15%)과 유승민(13%)이 그의 뒤에 있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0위(1.6%)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유권자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과 사회제도 규범 제시, 포용력, 조화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완연한 기성 정치인이 됐지만, 매력 포인트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를 만든 건 어쩌면 MBC 예능프로 <무릎팍 도사>였다. 그는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쓸어올리며, ‘사람 홀리는’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조직에 영혼을 만들 수 있으면 내가 떠나도 영원히 변치 않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순수함과 도전정신이 교차했다. ‘선한 의지를 가진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을 기대하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따라 움직였다. ‘착한 기업인’ 정도로 알려진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이 프로그램이 단숨에 끌어올렸다.

2년 뒤 그는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는 말로 달라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다.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온전히 정치인이 됐다.

그가 말한 대로 그의 세상도 달라졌다. 매력으로 꼽히던 수줍음과 겸손한 태도는 정치적 우유부단함과 우물쭈물하는 태도로 달리 평가받고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이 10%를 넘기지 못한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철수계’로 통하는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떨어지는 등 지지 기반이 옅어지고 있다. 2011년의 ‘안철수 열풍’이 2017년에도 재현될 수 있을까?

유승민의 안경

정치도 드라마도 이제 서사나 플롯보다 캐릭터가 중요해진 시대다.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다. 안경은 그의 상징이다. 안경 속 그의 작은 눈빛은 언젠가부터 ‘보수의 미래’를 내다보는 창으로 기능해왔다.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무릎 꿇을 수 있었던 원내대표 유승민 체제가 좀더 지속됐더라면, 야당은 꽤 오래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그가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을 때, 그의 안경은 보수정당 최초로 ‘반성과 성찰’을, ‘사회경제적 진보’를 말하는 창이었다. 그가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찍혀 당 밖으로 쫓겨날 때, 자주 벗겨졌던 그의 안경은 고뇌와 핍박을 묵묵히 견디는 안간힘 그 자체였다.

그가 다시 안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도저히 대선에 나설 수 없을 것 같았던 그의 위상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경유하며 완전히 달라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그를 포함해 안철수, 손학규 등이 펼치는 ‘강한 경선’을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괴물은 아니란 것을 몇 년 동안 힘겹게 입증하는 ‘알리바이’ 같던 존재는 이제 없다. 종종 날카로웠지만, 언제나 진위를 안경 속에 숨겨야 했던 비주류도 이젠 아니다.

유승민은 거의 처음 스스로 무엇을 채울 수 있는 자리로 나왔다. 그가 막 시작된 다당 체제에서 자기 정치를 하게 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금 단순히 주목해야 할 만한 정치인이 아니라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다. 중원을 향한 정치권의 진격이 거세질수록 그의 가치가 상승하는 회로가 작동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회로를 어떻게 연결해야 설계가 완성될지 그가 풀어낼 수만 있다면.

박원순의 ‘뒤태’

박원순 서울시장의 ‘뒤태’가 화제였던 적이 있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그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선거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박 시장 쪽은 “세월호 참사 뒤 시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손잡고 함께 눈물짓는 이미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쥔 이들이 너도나도 세월호 참사에 등을 돌리던 때였다.

그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대학 시절 유신 반대 운동을 했다가 구속, 제적됐다. 잠시 검사 생활을 했지만, 평생을 인권변호사로 살았다.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한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변론을 맡은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 이후엔 주로 시민단체를 이끌면서 부정부패 국회의원 후보 낙선 운동, 아름다운재단을 통한 나눔, 결식 제로 운동에 앞장섰다. 서울시장이 되는 과정에서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와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2016년 5월부터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지난 10월에는 영화 <자백>을 본 뒤 “‘국민권력시대’로 시대 교체를 꼭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미래 교체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다”는 말도 했다.

박 시장의 대선 후보 지지도는 낮다. 여론조사에서 3~4% 지지도로 4~6위권을 유지한다. 서울시장을 빼면 내세울 만한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이라든지 서울시장이라든지 혁신가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하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대통령급’에 걸맞은 정치적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특정 인물을 떠나 역대 대선에서 늘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박 시장은 12월17일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를 1박2일 일정으로 찾아 “국민과 함께 광주시민과 함께 낡은 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역사의 전면에 나서 정권, 시대, 미래를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안희정의 슈트

영국 밴드 버글스가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열창한 것이 1979년이었다. 예언대로 세계는 비주얼 요소가 다른 모든 요소를 압도하는 것으로 재편됐다. 보이는 것이 곧 본질적 가치라고 해도 이제는 천박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만은 예외였다. 특히 한국 정치의 경우 유독 ‘라디오 스타’들이 강세였다. 야당의 주류가 된 386 운동권이 그러하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법조계 출신 인사가 그렇다. 그들의 무기는 여전히 ‘말’이다.

안희정 역시 원천적으론 말이다. 83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제련된 언어를 칼처럼 쓰는 정치인이다. 그가 최근 뱉어낸 몇몇 선언문과 말들은 당대 가장 숙련된 정치언어다. 하지만 거기에 보탤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지금 ‘잘생긴 모험’을 하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상품성에 비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안희정의 잘생긴 모험’(twitter.com/beautysteelroot) 계정을 통해 그가 왜 구시대의 막내가 아닌 새시대의 형이 될 수 있는지를 말보다 효과적인 이미지로 전시하고 있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참여정부의 섀도캐비닛으로 활약해온 그는 지금까지도 ‘차차기’ 혹은 ‘페이스메이커’ 성격이 짙다는 의심을 받는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대선 후보 중에 가장 젊은(!) 그는 차차기에 출마하더라도 50대 후보다. 야권 입장에선 당장이어도 좋겠지만, 나중을 보고 키워갈 여지가 있는 주자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권력 의지를 발산하고 있다. 만약 그 의지가 관철된다면 그거야말로 ‘비디오 스타’가 ‘라디오 스타’를 킬해버리는, 시대 교체의 한 징후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나도 멋진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지지자들의 꿈이 영글고 있다.

남경필의 점퍼

한국 정치에서 점퍼는 ‘일하는 대통령’의 상징처럼 쓰였다. 전직 대통령 박정희, 이명박이 전형이다. 현직 박근혜도 ‘세월호 7시간’ 뒤, 첫 모습을 드러내면서 점퍼를 차려입었다. 여권의 ‘젊은 대선 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점퍼를 즐긴다. 경기도 성남 중앙시장에서 샀다는 남색 점퍼를 그는 “현장에서 민생을 직접 챙기는 역동적인 서민형 정치인”이란 상징으로 활용한다. 취임 초기에는 회색 점퍼 차림으로 텀블러를 들고 경차를 직접 운전해 출근하기도 했다. ‘젊은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그와 점퍼가 묘하게 맞물리는 지점이다.

개구쟁이 막내 같은 얼굴을 했지만 벌써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965년생인 남 지사의 나이가 52살인데, 이미 5선 의원과 도지사를 경험했다. 아버지인 고 남평우씨가 국회의원을 한 수원시 팔달 쪽에서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부자 세습 국회의원’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경복고-연세대-미국 예일대를 다니며 사회학과 경영학을 두루 접했다. 경남여객을 집안 기업으로 가져 재력 면에서도 탄탄한 ‘뒷배’를 가졌다.

‘보통 사람’들이 좀처럼 꿈꾸기 어려운 이력이다. 어쩌면 남 지사의 시장 점퍼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만이 아니라, 대중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서 ‘세습된 우월감에 대한 강박’을 떨쳐보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 그 덕분일까? 그는 반듯한 이미지의 ‘정치인 2세’란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에서는 야당과 ‘연정 실험’도 하고 있다. ‘보스 정치’에 저항할 줄 알고, ‘합리적 보수파’를 주도하는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세월호 배지를 단 점퍼를 입고,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젊은 보수 정치인. 최근 그는 대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지는 강력하다”고 말했다.

심상정의 웃음

어느새 그도 ‘오래된 불판’이다. ‘노·심·조’로 대변되던 시절의 진보정치가 여전히 진보정치의 원형적 리더십이다. 그 리더십의 실체는 ‘분노’의 정치학이었다. 제도정치에 대한 분노와 보수적 정치집단에 대한 분노를 진보정치로 교체하자는 권유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잇는 ‘불판을 갈 때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꽤 오래 정체됐다. 그 주장에 사람들은 때때로 흔들렸지만, 뒤엎어버릴 수 있는 힘에 대해서 늘 회의적이었다. 힘을 몰아줘야 엎을 수 있는데, 판을 흔들 정도의 힘에서 그쳤고, 그 좌절이 길어지며 분노 자체가 식어갔다. 그 악순환 속에 심상정 의원은 버티면서 변화했다. 분당을 했고, 협상에 익숙해졌다. 심 의원은 이제 능란한 눈웃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협상하는 진보를 통해 심 의원은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장외 농성도 했지만, 야권의 변화를 추동해내는 불쏘시개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의원수는 적지만 오래 타는 마른 장작의 역할이었다. 심 의원은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냄비론’을 말하며 “끓는 냄비 우습게 봤다간 덴다”며 웃었다.

심 의원의 힘은 대중의 분노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데 있다. 광장의 분노 앞에서 “대통령의 하야로 모든 문제가 끝나지는 않는다”며 ‘노동법 개악 철회’를 말하고 ‘더 센 불’로 세상을 끓여야 한다는 말을 웃으며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여전히 그가 유일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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