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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많이 안다고 정의롭지 않단다

심용환 선생님이 들려주는 어린이 역사 이야기… 안창호의 리더십·김구의 애국심·이봉창의 솔직함·윤봉길의 고통, 알아보자
등록 2016-05-04 09:58 수정 2020-05-02 19:28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벌써 6살이 되었네? 조금 있으면 어린이날 선물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러겠지? 조금 더 지나면 훌쩍 커서 소년이 되어버리겠고 말이야. 하루하루 훌쩍훌쩍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또 너무 싫기도 해. 영원히 아빠 곁에서 귀여운 아가, 귀여운 아들로 있기를 원하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빠는 네가 뛰어노는 모습, 달려드는 모습, 신나서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시릴 정도로 행복해. 이런 게 행복이구나, 이런 게 기쁨이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만의 감상에 빠진다니까. 그래도 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너도 학교를 가게 될 거고, 공부란 것을 해야만 할 테고, 목표라는 것을 세우게 될 거고, 꿈이라는 것을 꾸게 될 거고, 세상 한가운데 너의 자리를 찾아서 달려나가겠지. 그때쯤이면 슈퍼맨 같던 아빠의 의미는 사라지겠고 말이야. 너무너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에 나오는 차탄처럼!

아빠는 우리 아들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 주변 사람들을 지켜주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 앞에서 ‘문제다!’라고 소리 지르고, 아픈 사람과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활약하는 정말 멋진 남자가 되었으면 해. 에 나오는 차탄이나 에 나오는 찬이 같은 멋진 남자 말이야.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는 우리 아들이 ‘역사를 공부’했으면 좋겠어. 역사책을 읽고,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위인에 대해 알게 되고, 친구들 앞에서 으쓱할 수 있는 여러 지식을 갖게 되는 거? 사실 그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야. 많이 안다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암기를 잘한다고 역사를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빠는 여러 역사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아들이 이것저것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어.

뽀로로나 코코몽을 보면 신나고 재밌잖아? 즐겁게 역사를 배우면서 ‘느끼는 생각’이 아빠가 보기에는 정말 중요한 거 같아.

“아빠, 유관순 누나 멋져요! 윤봉길 의사 대단해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무엇이 어떻게 대단한데? 그리고 그런 분들을 보면서 넌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거니? 그냥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보고 아빠나 친구들한테 표현해봐도 좋을 거 같아. 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아빠가 느낀 점을 이야기해볼게.

아빠는 안창호, 김구, 이봉창, 윤봉길 같은 분을 참 좋아해.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그치. 하지만 유명하다고 해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안창호는 대화와 타협이 무엇인지 보여준 독립운동가야. 안창호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주도했거든. 3·1운동으로 인해 여러 곳에서 임시정부가 만들어졌어. 정부가 여러 개면 안 되고 하나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여러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상하이에 모였거든. 막상 모이니까 의견 차이가 너무 심한 거야.

“군사력을 확장하여 무장투쟁을 해야 한다! 세계 열강들을 설득하여 외교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 일단 실력을 쌓으면서 독립을 준비해야 한다!”

여러 입장을 두고 갈등이 생겼어. 또 정부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등등등! 안창호는 이러한 갈등을 잘 조정해 정부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 그런데 임시정부가 만들어지니까 주변 사람들이 질투를 하는거야. 이렇게 해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안창호는 임시정부 수립을 주도하지만 이런 다툼을 막기 위해 본인은 내무부장, 노동국 총판 같은 낮은 지위를 선택했어. 멋지지 않아?

대화와 타협을 아는 안창호

이봉창과 윤봉길은 의열 활동으로 유명한 분들이야. 이봉창은 일본 도쿄에서 일왕을 향해 폭탄을 던졌지만 아쉽게 실패했고, 윤봉길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 고위 관료와 군인들을 향해 폭탄을 던져서 큰 타격을 입혔어. 많은 사람들이 이분들의 업적만 이야기하더라고. 물론 대단해. 도쿄까지 잠입하여 일왕 마차 바로 뒤에서 폭탄을 터뜨려서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니까. 윤봉길의 의거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고 말이야.

근데 아빠는 다른 부분에서 두 사람에게 마음이 가더라고. 이봉창은 원래 일본인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야. 어차피 일제강점기이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개인적으로 성공하려고 했거든. 일본어를 잘했고 일본인처럼 살았어.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탄로 나면 쫓겨나고, 같은 일본인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조선인에겐 함부로 굴고…. 결국 고민하다가 임시정부를 찾아가거든.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인데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무척 동감이 되더라고.

윤봉길의 경우에는 죽음이 너무너무 가슴 아파. 일본으로 끌려가서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문당하거든. 놀랍게도 윤봉길이 고문당했던 지역이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해. 6개월 정도 심한 고문을 받았는데 십자가 같은 데 묶여서 이마에 총을 맞고 죽었어. 사람들이 윤봉길의 업적을 얘기하면서 그를 칭찬하지만 아빠는 그가 감당해야 했던 개인적인 고통에 눈길이 가더라고.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팠을까. 우리가 이때 태어났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거 생각하면서 몸서리쳤고, 고민도 되더라고.

김구도 마찬가지야. 민족의 해방을 위해 무려 38년여를 중국에서 살거든. 평생을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는데 해방이 되자마자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이 되었지. 이때 김구는 분단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우리나라 최초로 통일운동을 벌였다고 해야 하나?

안창호의 리더십, 이봉창의 솔직함, 윤봉길의 고통, 김구의 애국심. 이것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 아들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배움의 힘으로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우리나라 최초의 통일운동 ‘김구’

물론 아빠도 최선을 다할게. 바쁘다고 핑계 대지 않고, 시간 내서 책을 열심히 읽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아빠의 현장에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임 있는 모습으로 살아갈게.

주말에 피곤해도 너하고 꼭 놀아줄게. 이왕 노는 김에 신나고 화끈하게 놀아보자. 아빠도 틈틈이 시간 내 열심히 공부하면서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할게. 시간이 지나 우리 아들이 더 커서 아빠에 대해 냉정히 바라보게 될 때 부끄럽지 않고 존경스러운, 역사 앞에 ‘정의로운 아버지’가 되도록 말이야.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아들. 우리 함께 노력해서 멋진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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