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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후보로” + “필승 후보를”

1년2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은 민주노동당 김창현과 진보신당 조승수 ‘울산 대담’
등록 2009-02-26 05:15 수정 2020-05-02 19:25

1년2개월 만이다. 민주노동당 김창현 전 사무총장과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이 다시 마주 앉았다. 2007년 12월30일 두 사람은 대담에서 “북한 추종이 대선 참패 원인인데, 그런 토론 자체도 당 안에서 하지 않겠다는 건 ‘유령’과 싸우는 것”(조 전 의원), “당에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세력은 없기 때문에 유령과 싸우는 거다. 종북주의 문제제기는 진정성 없는 정치 공세”(김 전 사무총장)라며 격렬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진보정치 세력 가운데 자주파 핵심인 김창현(왼쪽)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 평등파 핵심인 조승수 전 진보신당 의원이 2월19일 울산의 한 사무실에서 대담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두 당은 4월 재선거가 예상되는 울산 북구 출마를 준비하는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다.

진보정치 세력 가운데 자주파 핵심인 김창현(왼쪽)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 평등파 핵심인 조승수 전 진보신당 의원이 2월19일 울산의 한 사무실에서 대담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두 당은 4월 재선거가 예상되는 울산 북구 출마를 준비하는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다.

같은 81학번인 두 사람은 1997년 나란히 울산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진보정당 지역 정치의 동지이자 경쟁자가 됐다. 이듬해 지방선거에선 김 전 사무총장이 동구청장에, 조 전 의원이 북구청장에 당선된 뒤 각각 진보 정치세력 내 자주파와 평등파의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이들은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아 4월 다시 선거를 치를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울산 북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조 전 의원은 17대 총선 때 울산 북구에서 당선됐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어 윤두환 의원에게 지역구를 넘겨준 바 있다. 이런 ‘전사’ 때문에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오가는 후보 단일화 논의는 ‘김창현 대 조승수’의 구도로 갈 개연성이 높다.

의 주선으로 2월19일 오전 울산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후보 단일화 논의를 의식한 듯, 지난번처럼 극단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조 전 의원은 “상처받은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김 전 사무총장은 “분당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묻는 건 누워서 침 뱉기”라고 했다. 하지만 분당을 “분열”(김 전 사무총장)과 “분화”(조 전 의원)로 인식하는 그들의 거리는 더욱 멀어 보였다.

분당 1년의 소회
“서민들이 우는데” - “진보진영 확산”

김창현(이하 김)=지난 1년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많은 당원과 노동자들에게서 “분열의 책임과 잘잘못이 누구에게 더 많고 적으냐를 떠나, 이런 시기에 어떻게 분당할 생각을 하느냐, 다 똑같다”는 질책을 많이 받았다. 분당을 가장 즐거워한 사람은 와 한나라당, 수구세력밖에 더 있었나. 총선 결과가 보여주듯 실패한 분당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총선과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많이 살아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명박 악법’을 저지하고, 고용 문제가 심각해질 때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많이 싸우면서, 떠나갔던 현장 노동자들도 기대를 모아주고 있다. 대학생 등록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을 하고 있는데, 주민들한테도 “좋은 일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당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어렵고 힘들수록 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는 걸 느꼈다.

조승수(이하 조)=(분당은) 공당의 정치 행위이고, ‘분열’로 표현하든 ‘분화’로 표현하든 생각이 달라 따로 당을 시작했던 건데, 그 과정이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바탕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원들조차 이 사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총선을 치르면서 정당의 분화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지난해 2월3일 당대회에서 최소한의 혁신 기회에 다수파가 동의하지 않은 게 분당의 결정적 계기가 됐고(당시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에서 심상정 전 의원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심회 사건’ 관련 당원 제명을 핵심으로 한 혁신안을 제출했으나 부결됐다-편집자), 바로 4월 총선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당원들에게 이런 과정을 충분히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고 많이 반성한다.

분열·분당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자주파가 당대회에서 혁신안을 부결해) 최소한의 안전판을 거부한 상황은 분열이 왜 시작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이후 민주노동당에 구성된 혁신재창당위원회는 대선의 참담한 패배와 당내 다수파의 패권, 정파 간 과잉 대립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혁신안을 제출한)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자주파가 이런 내용을) 당대회에선 거부하고, 이후 새로 가려는 방향에 동의했다는 건 결국 우리가 제기한 문제가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분열주의의 선봉’이 됐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당에 있든 상처받은 분들, 특히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도 (어디에도) 입당하지 않은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상황이 (탈당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하도록 만들었던 거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에 공감해 (창당을) 진행했다. 그렇지만 세계사적으로도 진보 정당의 다양한 분화가 일어나고 있고, (분당은) 한국이 이해관계자의 복잡하고 중층적인 구조를 반영하는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 아닌가. 내부에서 끊임없이 서로 역량을 소진하면서 대립하느니, 오히려 건강한 경쟁관계로 발전해가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정당의 분화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누구든 저보다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복잡한 절차 없이 후보를 양보할 의사도 있다.” -조승수

정당의 분화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누구든 저보다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복잡한 절차 없이 후보를 양보할 의사도 있다.” -조승수

김=(정파 간) 차이와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나쁜 건 갈등이다. 당내에 패권주의·정파주의가 있었던 건 한국 운동사의 오랜 병폐이기도 하다. 그것이 대선 패배를 기점으로 분출됐다. 대선 패배의 책임감이야 모두 크게 느낄 수밖에 없지만, (당 활동을) 중심적으로 풀어나가는 사람들은 패권주의와 당내 민주주의의 문제를 반성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최고의 화두는 당원 민주주의 확대고, (당원 민주주의 확대는) 반성 속에서 나오는데, 당이 함께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그 차이나 갈등을 분열·분당으로 제기했다는 건 어떤 방법으로도 설득할 수 없고, 역사적으로도 과오다.

이명박 정부가 파쇼화되고, 국민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려도 민주노동당이 대안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무당파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의 분열·분당이 큰 이유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의석이 반토막났고, 진보신당은 원내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분당은 누구도 바라지 않고, 올바르지 않다는 게 국민적으로 증명된 거다. 틀린 길을 선택해 진보 진영이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맞다. 분열은 어떤 경우에도 칭찬받거나 지지받을 수 없다.

조=그 말이 맞으려면, 민주당이라도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았어야 한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평등과 분배 문제는 국민적 심판의 연장선에 있다. 국민들은 막연하게 (진보 세력의) 연대·연합이 아니라 민생·복지·서민 생존권을 누가 진정성 있게 챙기느냐를 바라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민주당도 미흡하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도 믿음직하게 지지를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김=(국민 지지가) 민주당으로 못 가는 건 당연하다. 10년 동안 동요하는 세력이지 않았나.

조=정당이 분화돼도 단결이나 연대, 연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 진보신당에는 이전 민주노동당을 경험한 당원보다 그렇지 않은 당원이 더 많다(진보신당에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1만5천여 명 가운데 민주노동당 탈당파는 40%, 4월 총선·촛불 정국 이후 신규 입당파는 60%다-편집자). (분당이) 새롭게 진보 진영을 확장한 측면도 있다. 분열의 책임을 묻기보다 자기의 내용을 얼마나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냐가 앞으로 중요한 문제다.

김=누가 더 책임이 있느냐고 묻는 건 누워서 침 뱉기다. 20년간 한솥밥 먹던 동지들이 원수처럼 됐다. 땀 흘려 일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보면 황당한 거다. 어떤 어려움이나 오해가 있었어도 국민 정서를 감안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갔어야 한다. 용산 사태에서 보듯, 이명박 정부는 서민들이 우는데 불태워 죽였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인데, 이런 정부와 맞서 싸우려면 어떤 차이가 있어도 단결해야 한다.

다시 종북주의에 대하여
“낙인찍기 안 돼” - “평화와 다양성의 관점으로”

조=민주노동당에 남은 모든 분들한테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다. 정파의 리더와 그들의 핵심적인 사상에 문제제기를 했던 거다. (분당 과정에서) 격렬하게 논리를 전개하면서 (내가) 강하게 얘기했고, 그 때문에 피해자라고 느낄 이들이 있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북한 핵실험 논란, 일심회 사건, 대선 후보 선출 과정 등은 아무리 정파를 인정하고 상식과 합리의 눈으로 봐도 대중 정치를 하는 정당이 갈 수 없는 길을 보여준 거다.

김=종북주의는 분당의 명분을 잡기 위한 트집에 불과했다.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과제다. 그걸 빨갱이 논리, 종북 논리로 공격하는 건 의 전매특허고, 수구세력의 논리다.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분단된 조국에서 ‘친북파’라고만 해도 정치를 못하는데, 한솥밥 먹던 동지들한테 종북주의라는 딱지를 붙인 건 먹던 우물물에 독을 풀고 살던 초가삼간에 불 지르고 나가는 것과 똑같다.

“차이나 갈등을 분열로 제기했다는 건 어떤 방법으로도 설득할 수 없다. 울산 북구 재보선에서 진보 정당의 후보 단일화는 국민적 요구이자, 진보 진영 전체의 소망이다.” - 김창현

“차이나 갈등을 분열로 제기했다는 건 어떤 방법으로도 설득할 수 없다. 울산 북구 재보선에서 진보 정당의 후보 단일화는 국민적 요구이자, 진보 진영 전체의 소망이다.” - 김창현

조=이 문제는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에 내 말이 보도된 것은 세심하지 못한 불찰이라고 인정한다(종북주의 논란은 가 조 전 의원의 타 매체 기고 등을 보도함으로써 촉발됐다-편집자). 그렇지만 내가 얘기하려던 내용이 우리가 대항할 정치세력이 좋아하는 말이라고 해서 덮어둬야 했다고 한다면 동의하기 힘들다. 식민지 해방전쟁을 제외하고는, 정치가 민족 개념과 결합하면 또 다른 파시즘으로 나아가는 주요한 통로가 됐다. 진보가 민족 문제를 바라볼 땐 평화와 다양성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김=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내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한다. 파쇼적인 수구세력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파탄난다는 걸 보고 있다. 분단된 나라에서의 민족 정체성, 하나로 돼야 한다는 개념이 여전히 우리 과제임을 보여준다. 정치는 의견이 달라도 민중의 눈물과 한숨을 먼저 닦아주는 구실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어떤 경우에도 다른 동지에게 낙인찍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후보 단일화는
“원탁회의 결과에 승복” - “경쟁력 있는 후보라면 양보”

김=울산 북구 재보선에서 진보 정당의 후보 단일화는 국민적 요구이자, 진보 진영 전체의 소망이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볼 때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는 기세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이번 선거에서 더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울산 북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데, 전제조건이 후보 단일화다. 반이명박·반한나라당을 목표로 후보는 반드시 단일화돼야 한다.

조=(나도) 같은 기조다. 후보 단일화는 국민적 정서고, 울산에서의 요구는 더욱 강하다. 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이 진보 세력 후보 단일화다. 충분조건은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거다. 이번 과정에서 진보 세력이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게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당내 예비후보가, 그것도 후보 단일화라는 중차대한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울산 북구 유권자, 좀더 나아가 표는 안 찍지만 국민적 시각에서 볼 때 ‘저런 방식이면 맞다, 잘했다’고 얘기하고,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안이어야 한다.

김=당사자인 두 당이 단일화 방식을 내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거다. 주변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따라야 되는 것 아닌가. 직접민주주의를 많이 확대할수록 좋은 방법이니까, 민중 경선처럼 수만 명이 참가하는 방법이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은 있다.

민주노동당의 많은 사람들이 (조 전 의원에게) 감정이 있고, 단일화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합의한 일이므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두 당 외에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원탁을 만들어 전체가 공감할 단일화 방법을 합의할 텐데, 그게 깨지기야 하겠는가. 승복해야만 진보 진영과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 아닌가.

조=원탁회의 중재안이든, 후보를 직접 내려는 세력의 직접 협상이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그들이 동의하는 절차를 만든다면 그 결과 선출된 후보를 인정하는 건 당연하다. 울산 북구는 영남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진보 정당의 정치적 근거지라는 상징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후보를 단일화해 이기라고 하는 건, 이곳은 이길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나보다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복잡한 절차 없이 후보를 양보할 의사도 있다.

당 통합은 가능한가
“단일화 성공하면 통합” - “대중운동 세운 뒤에”

조=선거 연대·연합의 문제가 두 당의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가지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진보신당은 혁신과 성찰을 전제로 진보를 재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제2창당 과정을 통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민주노동당도 자기들의 과정이 있을 거다. 원래 하나였는데 분화됐으므로 통합되는 게 맞다면, 지금 진보신당 당원의 60%를 차지하는 새 당원들에겐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진보가 여럿일 수 있다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건강하게 경쟁하고, 필요하면 연합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어느 날 정말 생각에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통합 얘기가 나올 거다.

김=분당만은 안 된다고 눈물로 호소한 바 있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후보를 단일화하고 함께 이명박 정권에 대응하는 전선을 만들면서 통합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바람직한 거다. 노동현장에 가봐라. 어떤 논리를 끄집어내도 왜 둘이 됐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너희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없는 힘에 나눠서 살아가려 하느냐. 단결하라”고 요구한다. 노동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미래가 없는 게 진보 정당 아닌가. 후보 단일화라는 고도의 정치행위가 성공한다면, 그를 바탕으로 통합을 향해 달려가는 게 대중의 요구에 부응한다고 생각한다.

조=분당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고 동의되는 과정을 밟지 못한 데 큰 섭섭함과 배신감을 느끼는 거다. 노조운동이 유례없는 위기인데, 이런 기회에 진보 정당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대중운동을 다시 세우는 역할이 통합보다 더 중요하다. 정당의 자기 세력 확대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대중은) 통합보다 이런 정치세력이 (각자 색깔대로) 제대로 싸워주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김=노동자들, 국민 전체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 하지만 암울하고 생활이 어려울수록 바뀔 수 있다는 정치적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고통의 중심에 서 있는 노동자들 마음을 읽어보면, 이 암울한 시기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진보 진영 전체가 단결해야 한다는 절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다. 진보 진영의 통합은 역사적 과제 아닌가.

울산=정리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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