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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 19만 건을 39명이 삭제한다고?

나라살림연구소 공동기획…2023년 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예산 분석
등록 2022-11-18 18:13 수정 2022-12-15 05:39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전문성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 이 내용을 포함한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확립’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윤 정부의 첫 예산안을 보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발생 건수는 2018년 2289건에서 2019년 4114건, 2020년 6983건, 2021년 1만353건(한국여성인권진흥원, ‘2021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으로 해마다 1.5~1.8배씩 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와 산하기관의 관련 예산은 기존 31억6천만원에서 2023년 30억1천만원으로 줄었다.

가장 많이 감소한 분야는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 대응’ 사업으로 1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감액된 부분은 디지털성범죄지원센터의 기간제 노동자 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인력운영비로 삭제지원 시스템 고도화 예산은 전년과 동일한 3억6천만원”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인력은 현행과 동일하게 39명임을 고려할 때 국정과제 실행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센터가 운영된 2018년 이후 지원 요청은 3만4천 건(2018년)에서 18만8천 건(2021년)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법촬영 동영상 삭제 지원 건수도 2만9천 건에서 17만 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처럼 센터에서 지원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는 매년 늘어나는 데 견줘 소수 인력으로만 계속 유지, 운영되는 것이다. 39명 중 15명은 여전히 기간제 노동자다. 연구소는 “인력을 대폭 확충해 노동강도를 개선하고 (다른) 기간제 노동자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안정된 고용을 기반으로 (관련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처가) 곧 피해자 지원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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