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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청년활동가들의 대선 후보 공약 평가…상 주기 어렵네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약한 주거, 노동, 기후위기, 젠더 분야 정책 평가…
청년 활동가들 ‘제 점수는요…’

제1395호
등록 : 2022-01-03 01:30 수정 : 2022-01-0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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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민달팽이유니온 제공

제20대 대통령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여념이 없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청년층 응답은 전체 평균의 갑절 가까이 높다. 아직 마음을 줄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우리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는 것 같다’ ‘진짜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청년들이 느껴서다. 선거 때만 표를 얻기 위해 청년을 들러리 세우는 행태가 되풀이된데다, 대선 후보들의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탓이 커 보인다.

이에 2030세대의 관심이 높은 △주거 △노동 △기후위기 △젠더 4개 분야 단체의 청년활동가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봤다. 각 단체의 청년활동가들이 함께 내부 논의를 했다. 아직 정리된 공약집이 나오지 않아, 각 대선 후보들이 산발적으로 발표한 공약과 후보의 발언, 정당 누리집 자료, 언론보도 등을 참고해 평가했다. 정치가 누락한, 청년활동가들이 보내온 ‘진짜 청년 공약’도 함께 제시한다.

주거
평가 기준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내용이 포함됐나.

부동산 관련 세금 등 투기 근절 대책이 포함됐나.

세입자 권리 침해 방지와 권리 보장, 피해 구제 대책이 있는가.

청년세대 내 격차와 자산 불평등 문제를 바탕으로 청년 주거정책이 설계됐나.

나이, 결혼, 가족 구성 등 주거정책 내 차별 해소 내용이 담겼나.

이재명 후보 소득, 나이 등 입주 제한이 있던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100만 호 등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250만 호 공급 공약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처럼 주거취약계층의 입주 기회를 줄이는 등 공공임대주택 전반의 공공성을 약화할까 우려된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개발이익환수제를 제시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거나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려는 움직임 등은 우려된다.

윤석열 후보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주거취약계층 지원, 세입자 권리 침해 구제 등의 정책이 없다. 민간 주도의 원가주택 30만 호 등 250만 호 주택 공급과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완화가 주된 공약으로 제시됐다. 종합부동산세 폐지, 양도세 완화 등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후보 공공 주도의 공급 대책과 세입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 부동산 세금 강화 등 주거권 보장과 주거 불평등 완화를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주거정책에서 늘 후순위였던 청년과 세입자 등에게도 주목해 긍정적이다.

안철수 후보 토지임대부 청년안심주택 50만 호 공급, 초고층 주상복합형 청년 캠퍼스 공급, 45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등을 발표했다. 주거권 보장과 주거 불평등 완화, 투기 근절, 주거 공공성 강화 등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 주거권을 위해 활동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주거·부동산 공약에 대해 “대부분의 후보가 주거 약자의 주거권을 외면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이들이 말하는 주거 약자는 청년을 비롯한 세입자다. 김솔아(30)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2020년 서울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세입자이고, 수도권 청년 1인가구 중 세입자는 82%에 달한다. 정치가 ‘청년, 청년’을 외치지만 정작 청년 등 주거 약자들이 처한 주거 불평등과 임대차 시장에서 경험하는 주거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 권리 보호 기구 신설 △연령·성별·결혼 등 주거정책 차별 해소를 위한 10개년 계획 수립 등을 필요한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유니온 제공

노동
평가 기준

일자리, 노동, 청년을 주제로 한 정책의 방향성이 문제 해결에 적합한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정치 지도자로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가.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내용이 담겼는가.

이재명 후보 노동정책에 대한 큰 그림은 없고 청년기본소득, 상병수당, 자발적 이직자 생애 1회 구직 급여, 면접 정장 지원, 면접 수당 도입 등 소소한 공약들 중심이다. 최저임금이나 최근 중요해지는 초단시간 노동자, 플랫폼노동 등 논쟁적인 이슈와 관련한 공약이 없어 아쉽다.

윤석열 후보 노동정책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는다. 노조의 고용세습 차단, 청년도약 베이스캠프 설치와 청년도약보장금 지급, 청년도약계좌 도입 등을 청년정책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시민단체 지원예산과 기부금 관리·감독 강화도 포함됐는데 이게 왜 청년정책인지 모르겠다.

심상정 후보 1호 공약으로 신노동법을 발표했고, 최소노동시간보장제, 1년 미만 계약직 노동자 퇴직금 지급 등 다양한 노동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취약한 노동자 처지에 대한 고민이 보여 긍정적이다.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의 경우 사업주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 고용’이 급증하고 있는데, 주 16시간 이상 노동을 보장하는 최소노동시간보장제 시행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현실화를 위해 세부적인 내용은 보완돼야 한다.

안철수 후보 노동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채용 청탁이나 고용세습 등이 발각되면 채용을 취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채용절차공정화법 개정, 전역 장병 1천만원 사회진출지원금 지급 등을 청년정책으로 제시했다.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이번 대선은 노동 없는 대선이 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이채은(28)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청년이 화두이지만, 정작 청년의 삶과 직결되는 노동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법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어떻게 청년들의 일터를 바꿔갈지 좀더 구체적이고 성의 있게 공약을 제시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보완해야 할 공약으로 △전국 100개 청년센터 구축 △근로감독관 50% 증원과 별도 직군 분리로 전문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청년센터에서 취업 교육과 컨설팅, 심리상담 등이 이뤄지면 청년의 노동시장 안착이 좀더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또 근로감독관 수와 전문성을 높여 청년 등 약자인 노동자가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지혁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기후위기
평가 기준

발전 부문 이외에 교통수송, 건물, 농축산업, 기간산업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있는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가.

석탄발전소 폐쇄, 재생에너지 확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 등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실현 가능한가.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대책이 있는가.

생산량 감축 계획과 성장 중심 경제정책의 전환이 있는가.

이재명 후보 헌법 전문에 기후위기 내용 포함,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정책 등이 눈에 띄지만 ‘정의로운 전환’(기후위기에 대응해 어떤 지역과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0%로 상향(문재인 정부는 40%)하고, 탄소중립(넷제로)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앞당기겠다는 약속은 다소 진전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약속과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석탄발전소 폐쇄 시점과 신공항 건설 계획 보유 등 세부적인 정책의 정합성은 많이 떨어진다.

윤석열 후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자력발전 비중 30% 유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핵발전 확대 정책 중심이다. 주요 온실가스 배출 산업에 대한 과감한 전환과 규제 등의 인식이 전혀 안 보인다.

심상정 후보 대선 제1호 강령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표방한 점이 인상적이다. 가구마다 태양광 패널을 냉장고처럼 보급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늘리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또 10년 안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지금보다 높은 NDC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제시된 공약의 구체성이나 이행안에 대한 설명이 많이 미흡하다.

안철수 후보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은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SMR 등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믹스 공약을 내세우며 핵발전 중심의 인식을 보인다. 발전 외 분야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안 보인다.

기후위기에 맞서 비폭력 직접활동을 하는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눈에 띄는 목표는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모호하거나(이재명·심상정 후보), 별 문제의식이 없거나(윤석열 후보), 대안을 내놓지 않거나(안철수 후보)”로 평가를 요약했다. 오지혁(21) 공동대표는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대응의 양립은 어려운데 정치권에서 이를 양립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공약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젠더
평가 기준

전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하는가.

‘이대남’이라는 청년 담론에서 보이지 않는 2030세대 여성의 상황을 반영하는가.

젠더 폭력 대책을 엄벌주의나 개인화하는 방향이 아닌, 실효성 있는 문제 해결과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방향인가.

임신·출산과 보육·돌봄이라는 여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국한하지 않고 여성의 생애주기, 삶 전반의 영역을 고려하는가.

비동의 강간죄나 차별금지법 제정처럼 여성, 소수자 차별의 문제를 해소할 만한 이슈를 반영하는가.

이재명 후보 기계적인 양성평등 공약 제시 등 젠더 정책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권력형 성폭력 근절, 여성노동권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없고, 임신·출산 위주 공약이다. 또 여성 폭력 정책이 신상정보 공개 제도 확대나 불법촬영 탐지기 보급 등 피해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제시됐다. 다만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등 ‘성·재생산권’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다.

윤석열 후보 임신·출산 외에 평가할 젠더 정책이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성폭력 무고죄 강화 등 남성 중심적 입장에 근거한 백래시(반발) 공약을 내놨다.

심상정 후보 비동의 강간죄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백래시 대응 등 현재 젠더 이슈의 주요 내용을 전면적으로 공약했다. 권력형 성폭력이나 군대 내 성평등 실현, 여성청년 노동정책을 제시한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성·재생산권’ 관련 정책이 다소 미흡하다.

안철수 후보 비동의 강간죄 공약 제시 외에 평가할 젠더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허위 무고죄 강화, 엔(n)번방 방지법 전면 폐지라는 공약을 제시해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청년활동가들은 공약 평가의 첫째 기준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됐는가”를 꼽았다. 박아름(32) 활동가는 “이재명 후보는 실질적으로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젠더 정책이 부족해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젠더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부족할 정도다. 안철수 후보는 평가할 젠더 정책이 너무 없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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