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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망’ 한 달...알고 싶은 진실은 어디에

서초경찰서 앞 기자회견하는 카페 회원, 사고현장 찾는 추모객
“유튜버 정보가 개개인의 정보 욕구를 채워주고 심리적인 안정감 줘”

제1365호
등록 : 2021-05-28 02:23 수정 : 2021-05-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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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5일 고 손정민씨 실종 한 달째 되는 날, 네이버 카페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진수 선임기자

아침부터 해가 나고 들길 반복했다. 예보와 달리 비는 오지 않았다. 2021년 5월25일 오전 10시45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발라드 음악이 울려퍼졌다. “믿어지지 않는 얘길 들었지~” 래퍼 사이먼 도미닉(쌈디)이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 <믿어지지 않는 얘기>(원곡 조규찬)였다. 쌈디는 4월25일 새벽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좋아한 가수로 알려졌다. 이날은 손씨가 실종된 지 한 달째 된 날이었다. 네이버 카페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카페) 운영진은 서초경찰서에 이번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을 때까지 <믿어지지 않는 얘기>는 반복 재생됐다.

“경찰은 동석자를 피의자로 전환하여…”
카페 운영진은 기자회견 이틀 전 참가자를 모집했다. 발언하거나 펼침막을 들 참가자를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9명으로 제한했다. 5월16일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 수는 2만8천 명이 넘었다. 참가 신청은 쪽지로 받았다.

펼침막 문구 ‘서초경찰서장은(에게) 손정민 사건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비문이었지만, 성명서의 문장은 날카로웠다. 카페 운영자 종이(필명)가 격앙된 목소리로 읽었다. “피의자의 인권,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은 반드시 존중되고 준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헌법상 원칙들은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결코 아닙니다.”

다소 이례적인 요구사항도 넣었다. “경찰은 지금이라도 동석자를 피의자로 전환하여 이 사건에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동석자와 그 가족에 대해 공정하면서도 치밀한 수사를 전개해야 합니다.” 손씨가 실종 전 한강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신 대학 친구 A씨를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라는 뜻이다. 당사자나 가족이 아닌 다수의 시민들이 ‘피의자 신분 전환’까지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한 참가자가 인도 한쪽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유튜브 ‘종이의 TV’(반진사 카페 운영진 ‘종이’가 운영하는 계정)에서 기자회견 공지를 보고 서울 관악구에서 온 조아무개(56)씨였다. “내 아들도 21살”이라며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는지 아는데 생때같은 아이를 잃은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튜버들은 열심히 증거를 찾아 이슈화하고 있는데 경찰과 청와대는 뭘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참가자들은 동네 공원에서 허망하게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과 한 달째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하는 답답함에 깊이 공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중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김아무개(50대)씨는 “생전에 몰랐던 아이인데도 그 죽음이 너무 마음 아프고 매일매일 (사건이 묻힐까봐) 안절부절못하며 지내고 있다. 경찰과 A씨 가족이 진상을 밝혀서 유가족과 국민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못 자고 밥도 못 먹어”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이날 오후 반포 한강공원 사건 현장은 평일인데도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 앞 추모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요즘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어. 일은 손에 안 잡히고 계속 휴대전화로 유튜브 방송만 찾아봐.” “저도 그래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그래도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요.” “여기 처음엔 꽃다발 몇 개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많아진 거야.” 그동안 꽃다발과 화분, 팻말, 액자, 빵, 과자, 우유, 주스, 커피, 신발, LED 촛불 등을 추모객들이 놓고 갔다. 이들이 쓰고 간 메모가 눈에 띈다. ‘정민아~ 진실은 밝혀질 거야!! 편히 쉬어!!’ ‘국민은 개돼지가 아닙니다 진실규명’

슬픔이 분노로 이어진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추모객들은 유가족과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경찰과 언론이 뭉개거나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5월13일 경찰과 언론이 공개한 ‘새벽 4시40분께 사건 현장 근처에서 한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봤다’는 목격자(낚시꾼 7명) 진술의 신빙성뿐만 아니라 그 진술을 공개한 의도까지 의심했다. 경찰과 언론이 수사를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이날 추모객들은 기자에게 종종 물었다. “언론은 왜 A씨를 비호하죠?” “이 사건 수사, 외압이 있는 거죠?” 그들은 “그나마 여기까지 온 건 다 유튜버들 덕분”이라는 데 수긍하는 눈치였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심아무개(26)씨와 이아무개(27)씨는 두 개의 팻말을 가져왔다. ‘정민군의 사건을 20대, 30대 여러분들이 더 많이 알아주길… 정민이는 우리들의 친구입니다’ ‘정민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기억에 살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꼭 반드시 구해주세요…’라고 쓴 팻말이었다. 심씨는 “A씨를 범인으로 모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에 비해 수사가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범인이 있든 없든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제대로 알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스스로 ‘내가 만일 이런 일을 당한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아무개(50대)씨는 “나는 손씨의 아버지처럼 블로그를 하지도 않고, 아는 변호사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경찰한테 제발 잘 밝혀달라고 부탁하는 것인데 그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추모객(63)은 “국민이 이 사건을 내 일처럼 느끼는 건 나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월8일 서울 반포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근처를 찾은 고 손정민씨 아버지. 연합뉴스

손씨 아버지 블로그 하루 방문자 18만7천 명
한 달이 지나도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커지고 있다. 5월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한강 실종 대학생 고 ○○○군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는 5월27일 현재 4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그 뒤 5월21일에는 ‘○○○군 사건 검찰로 수사전환 해주세요’와 ‘서초경찰서 ○○○군 사건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모두 브리핑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5월27일 현재 각각 4만8천 명, 3만7천 명 넘게 동의를 받았다. 손씨 아버지 블로그는 5월26일 하루 방문 횟수가 18만7천 명을 넘었다. 손씨 아버지는 사건 이후 소회와 경찰 수사 등에 관한 생각을 블로그에 써왔다.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채널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네이버 카페 ‘그것이알고싶다 네티즌 수사대’(그것이알고싶다 카페)에 있는 ‘한강공원실종’ 토론 게시판에는 5월26일 하루에만 1252개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것이알고싶다 카페와 반진사 카페 게시판에는 각종 영상·사진·기사·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론과 의혹 제기, 경찰과 언론 비판, 사건 관련 기사 링크,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한 생각 등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여러 유튜브 채널 중 ‘신의 한수’와 ‘종이의 TV’는 동영상 1개당 많게는 조회수 80만~90만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는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튜버들의 정보는 불확실하더라도 사회제도를 불신하는 개개인의 정보 욕구를 채워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검증과 균형성을 중요하게 보는 기존 주류 미디어에선 그런 정보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하니까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이 동조할 수 있는 정보를 찾는 것이다.” 황 교수는 “그 근저에는 공신력 있는 사정기관 발표나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낮아진 현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여론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0년 이상 현장 수사 경험이 있는 이기수 전남대 교수(해양경찰학)는 “이 사건은 이미 여론 압박이 큰 사건”이라며 “그 장점은 경찰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과도한 압박이 수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모든 걸 입증하는 게 아니라 범죄 혐의를 찾아내는 것이며, 혐의를 못 찾아내면 무혐의로 종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족 입장문 13쪽, 경찰 해명 23쪽
서울지방경찰청은 5월27일 늦은 오후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수사 상황과 주요 논란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개 답변을 내놨다. 전날 유가족은 입장문(A4용지 13쪽)을 내고 A씨와 A씨 가족에 대한 의혹,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 수사 보완 요청 사항 등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경과와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당일 행적, 유가족·언론·유튜버가 제기한 24개 의혹에 대한 해명(A4용지 23쪽)을 내놨다. 핵심 내용은 “현재까지 (손씨의) 사망에서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자료는 서울지방경찰청 누리집에도 올려놨다. 경찰 발표에 대해 한 반진사 카페 회원은 자유게시판에 “의혹이 저렇게 많은데 쉽게 잠재워지기 어려울 듯합니다”라고 썼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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