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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겐 희생, 여성에겐 차별”인 징병제

군 가산점, 징병제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
새 병역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하다

제1361호
등록 : 2021-04-30 03:23 수정 : 2021-05-0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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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예비 장교들이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론장에 다시 군대가 등장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에 등 돌린 20대 남성을 ‘군 가산점’ 카드로 달래보려는 시도다. 과거 보수 세력을 주축으로 논의해온 이슈를 이번엔 여당 의원들이 앞다퉈 법안으로 내놨다. 취업·승진 과정에 군 경력 반영을 의무화(김남국·전용기 의원)하거나 채용·승진뿐 아니라 주택 청약 때까지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부여(김병기 의원)하는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22년 전(1999년) 이미 ‘평등권 침해’로 결론(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라 시대착오적·퇴행적이란 비판이 일지만 부활시키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또 다른 움직임은 현행 병역제도 자체를 개편하자는 논의다. ‘모병제 전환, 남녀평등복무제(남녀 기초군사훈련 의무화)’를 들고나온 박용진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같은 당 권인숙 의원도 라디오(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는 논의 자체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신체 건강한’ 남성만을 의무적으로 징집하는 현 징병제를 연구해온 이들도 현행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모병제 등에 대해) 아직 본격적으로 얘기된 적이 없다. 이제 좀 (얘기를) 듣고 대안을 마련하고 같이 논의해나가야 하는 과정”이란 권 의원의 말처럼, 징병제의 대안을 만들려면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평등권 침해” 위헌 결정으로 군 가산점 폐지
징병제는 왜 모든 성별에 차별적인 제도이며, 군 가산점제는 왜 징병제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해법이 될 수 없는 것일까.

군 가산점제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20명 이상 공기업·사기업 등에서 채용시험을 실시할 때 제대군인에게 일정 비율(2년 이상 복무한 경우 시험 만점의 5%, 2년 미만은 3%)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1961년부터 시행되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2001년 완전히 폐지됐다. 헌재는 군 가산점제가 헌법상 근거가 없고, 여성과 장애인 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는 사유로 전원일치 위헌 결정했다.

이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는 그 뒤 이어져왔다. 가산점 비율을 1.5~3%로 조금 낮추거나 가산점 부여 합격자를 선발 예정 인원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등 일부 단서 조항을 달아 가산점 제도를 부활하는 병역법·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됐다. 정부도 나섰다. 국방부는 2006년 ‘병영문화 개선 추진 현황’ 브리핑에서 ‘국가봉사경력 가산점’ 제도를 신설해 군복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2008년엔 공무원 시험 등에서 군필자에게 취득점수의 2%를 가산점으로 주는 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해 본회의 표결이 무산된 바 있다. 국방부는 2010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2011년 대통령업무보고에서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건의하고 관련 계획을 보고했다. 2012년 발표된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 계획’에도 이 제도가 담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방부는 군 가산점제를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방안 중 하나로 계속 인식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수세력은 군 가산점제를 적극 이용했다.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020년 1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군 가산점 부활’을 주창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하 의원이 발의한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에 대해 “군 가산점제는 공직 수행 능력과는 아무런 합리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는 성별 등을 기준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 진출 기회를 박탈해 정책 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가산점제가 거듭 소환되는 이유 중 하나는 “20대 남성은 군대를 다녀와 취업에 불리해진다”는 주장 때문이다. 정말 군필자가 여성 등 징병 비대상자에 견줘 취업이 어려울까? 연구보고서는 ‘아니요’라고 말한다. ‘대학생의 군복무가 구직기간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 분석’(김성훈, 2016년) 논문은, 군복무가 오히려 취업과 첫 임금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다(왼쪽). 여성운동가 출신인 같은 당 권인숙 의원도 모병제 도입을 찬성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김진수 선임기자

군필자라 취업 불리?… 여성보다 입직 더 빨라
이 논문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의 군복무 경험에 따른 구직기간과 임금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현역 군복무자는 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10개월이 걸리는 반면 비대상자(여성)는 13개월”로 군필 남성이 평균 3개월 빠르게 첫 직장에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졸업 후 첫 직장 임금에서도 현역 복무 대상자가 비대상자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이 현상은) 전 소득 분위에서 모두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비대상자들에 비해 현역 복무자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은 특히 “고소득 직종으로 갈수록 현역 복무가 더욱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처럼 초임의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는 건 “군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산정하여 호봉 산정시 반영한 것의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군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강력한 ‘남성 연대’와 군 미필일 경우 ‘2등 시민’처럼 취급하는 한국의 남성·군사중심적인 문화는 이러한 초기 격차를 심화하는 기제로도 작용한다.

던져볼 질문이 하나 더 있다. 군 가산점제가 폐지돼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보상이 전무한가? 역시 답은 ‘아니요’다. 2017년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다룬 병사의 봉급 인상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2017년 21만6천원(병장 기준)이던 병사 봉급을 이듬해 40만57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렸고, 2021년에는 60만8500원이 됐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경제적 보상 외에 △교육 부문(대학 학점인정제, 군복무 중 대학학자금 이자 면제, 학습콘텐츠 제공, 검정고시 응시·자격증 취득 지원 등) △취업 부문(채용시험에서 응시 상한 연령 최대 3살 연장, 호봉·임금 결정시 군복무 기간 경력에 포함, 채용시험 동점자 발생시 합격자로 우선 결정) △복지 부문(국민건강보험료 면제, 군복무 기간 중 6개월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군복무 크레딧 제도’) 등에서 여러 보상제도가 시행 중이다.

이러한 보상제도가 군 가산점제와 다른 점은 다른 사람의 희생, 차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복무 기간에 취업 또는 취업 준비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므로 이러한 불이익을 보전해줌으로써 제대 뒤 사회로 원만히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는 입법 정책적으로도 필요하고 입법 목적도 있다”고 했다. 다만 사회 복귀 지원이 “국민 간 사적 이해 충돌이 아닌 공동체 모두가 부담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군 가산점제 부활은 “고용상 차별을 가장 심각하게 받는 여성에게 이에 더해 고용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58% “성별 상관없이 적합·지원자가 군복무를”
박 연구위원은 군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려면 단편적인 보상제도가 아니라 “왜 우리만 군대를 가느냐”는 20대 남성의 질문에 정부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징병제 전반에 대한 개선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 징병제는 남성에겐 희생을 요구하고, 여성에겐 차별의 근간이 된다. 권인숙 의원은 앞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직장문화 등과 관련해 성차별의 굉장히 큰 근거”라고 꼽았다. 만약 여성징병제나 모병제 논의 등이 진행될 경우 여성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확대될 뿐 아니라, 군대 안에 여성이 늘어나면서 군 자체가 여성친화적 조직으로 바뀌고 이는 성평등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의원의 의견이다.

징병제를 둘러싼 국민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일반 국민 2012명(여성 976명, 남성 1036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의 징병제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49.4%, ‘병력 규모가 군사력의 척도다’란 응답은 34.7%로 모두 절반을 넘지 않았다. 모병제 도입에는 80.1%가 동의했으며, 적절한 군복무 대상자로 ‘군대에 적합한 여성·남성’(34.5%)을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원하는 여성·남성’(23.7%)이 뒤따랐다. ‘모든 여성·남성’을 택한 비율은 11.3%뿐이다. 무조건적인 의무 복무 대신 ‘적합하거나 원하는’ 이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8.2%였다.

양현아 서울대 교수(법학)도 “왜 여성은 안 되고 남성은 되는지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 문제에서 젠더 이분법적 접근은 평등권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현대사회에 맞는 ‘최적의 군사력’은 무엇인지 재검토하고 새 병역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와 논의, 국민 의식 수렴 등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당장 써야 한다.”

‘군대 너머’를 상상하기
국방부는 관련 논의에 대해 시기상조란 입장을 고수한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4월20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사적 효용성이라든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에 국방부가 어떤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남성만 징집하는 현 징병제는 변화해야 한다. 군 가산점제 부활은 그 해법이 되지 못한다.’ 여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선을 만든다고 해도 질문은 남는다. ‘합법적 폭력성’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체제를 유지하고, 이러한 군대문화가 사회구조적 폭력으로 재생산되도록 두는 게 옳은가? “평화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군 참여 문제를 사회의 군사화로 보며 성평등의 성취 과정이라고 보는 입장과 거리를 둔다. 기존 군사체제 안에서 남성과 같아지기보다는 병역거부나 군비축소 같은 평화운동처럼 군대에서 비켜나 차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논한다.” 김엘리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소장의 설명처럼, ‘군대 너머’도 상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참고 문헌

<군대와 성평등>, 양현아, 경인문화사, 2009

‘대학생의 군복무가 구직기간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 분석’, 김성훈, 국방정책연구 제32권 제4호, 2016

‘병역 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 조영주·문희영·김엘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병역의무 이행자 보상 이슈와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김규현·홍숙지,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운영연구센터, 2017 

‘여성의 군 참여 논쟁: 영미 페미니스트들의 평등 프레임과 탈군사화 프레임을 중심으로’, 김엘리, 한국여성학 제32권 제1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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