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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의원 “주4일제를 대선 의제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등록 2021-04-25 07:18 수정 2021-04-28 02:39
류우종 기자

류우종 기자

충북 충주시에 있는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의 마케팅1팀 부장 용민기씨의 명함에 적힌 문구다. 그만큼 ‘주 4일 근무’는 회사의 최고 복지이자 자부심이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채용을 위한 지하철 광고를 하며 ‘주4일제’를 내걸었다. 입사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주4일제, 주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적용했던 ‘놀금’(노는 금요일)을 격주로 확대했다. 월간 단위로 따지면 사실상 주4.5일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 근무를 운영한다. 에스케이(SK)그룹도 2019년 월 2회 주 4일 근무를 도입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정훈(시대전환), 박영선(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정치적 의제로도 떠올랐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스페인 역시 정부가 주4일제 희망 기업을 향후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주5일제는 산업화 시대 포디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1926년 미국 포드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가 주말에 공장 기계를 강제로 끄면서 주5일제가 본격 논의된 것이 100년 전이기 때문이다.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의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일 잘하는 사람은 일만큼 휴식시간도 소중하게 관리한다. 그들의 비결은 ‘의도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쉴 때도 전략을 짠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을 일 잘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주4일제가 보편화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주4일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앞서 온 미래를 엿봤다. _편집자주

‘주4일근무제’가 정치적 의제로 처음 수면 위에 떠오른 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정훈(사진) 시대전환 의원은 2월 ‘맞춤형 주4일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주4일제를 도입해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세제혜택 등을 주고, 관심 있는 기업에 맞춤형 컨설팅과 조직문화 개선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뼈대다.

조 의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주4일제를 대선 의제로 만들고자 한다. 2021년 4월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 의원은 “주4일제는 지금 한국 사회의 ‘급소’를 건드려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단지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성별 임금 격차나 청년 취업난 등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지역, 중소기업 등에서 먼저

조 의원이 말하는 주4일제는 일률적으로 평일 중 4일만 출근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을 ‘주 32시간’으로 현행(주 40시간)보다 줄여 주당·일당 노동시간을 감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월∼금 5일을 일하지만 일일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고, 사업장 자체는 5일 동안 운영하지만 직원 개인이 4일을 일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주4일제의 핵심 뼈대는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하는 것”이다. 주5일제, 주52시간제 등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공공부문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확장됐던 것과는 반대다. 그 이유를 조 의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일자리는 이미 (많은 이에게) 최고의 일자리로 꼽힌다. 이런 곳보다 (주4일제를) 지역 중소기업 등에서 먼저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내 공약 중 하나가 주4일제를 도입할 경우 최대 2∼3년까지 재산세, 취득세 등을 절감하는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주4일제 도입으로 인건비가 늘어나는 부분을 보전해주는 개념이다. 기업이 일단 2년 정도 실험해볼 수 있게 하고, 만약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

임금구조 개편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하루 8∼9시간씩 근무해도 통상 일에만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여 대부분 생산성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생산성이 유지된다는) 전제가 달성될 경우 임금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기본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임금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야근·휴일수당이 줄었을 때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청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처럼 “소득 증대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고 노동시간이 제일 긴 소득 1·2분위 노동자”를 위해선 기본소득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조 의원의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여성 일자리 복귀, 남성 가사 참여

조 의원은 주4일제가 현실화할 경우 “결혼·출산 이후 원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여성”이 노동시장의 질 높은 일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장시간 노동으로 가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남성도 자연스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성평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한정된 일자리를 분배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나온 ‘정년 연장’ 논의도 결국 일자리 분배 정책 중 하나다. 이미 (일자리가) 있는 사람의 유효기간을 연장할 것인가, 더 잘게 쪼개서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것인가인데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후자다. 기업이 공채 등도 줄이는 상황에서 ‘노동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인구’에게 노동 기회를 줄 수 있다.”

조 의원실에선 4월30일 주4일제 의제를 전면에 내세운 누리집을 공개하고 국회 입법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참여할 인원을 모을 예정이다. 전국을 돌며 주4일제를 알리고 이미 시행 중인 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 클럽’을 만들어 자문이 필요한 기업과 매칭하는 방법도 계획한다. “주4일제를 원하는 100만 명을 모아 다음 정부에서 최소한의 로드맵을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목표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표지이야기 - 주4일제, 해보니 어때?

월급은? 생산성은? 주4일제 기업에 물어보니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2.html

조정훈 의원 “주4일제를 대선 의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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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시간 일했더니 기다리는 줄이 짧아졌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4.html

2004년 주5일제, 경제도 살렸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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