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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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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주민들 “산과 바다만 버리고 공항 못 지을 수도”

여당 공약이었지만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도 추진 계획, 건물 신축과 이주민 늘어…
대부분 어민인 주민은 찬성 거의 없어
등록 2021-04-17 14:36 수정 2021-04-22 04:26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대항마을 들머리 전망대엔 작은 항공기 모형이 세워져 있다. 항공기 몸통에 “탄소중립 이행하라!! 가덕도 신공항 절대 반대!!”라는 글이 적혀 있다. 류우종 기자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대항마을 들머리 전망대엔 작은 항공기 모형이 세워져 있다. 항공기 몸통에 “탄소중립 이행하라!! 가덕도 신공항 절대 반대!!”라는 글이 적혀 있다. 류우종 기자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발의 석 달 만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1월26일, 야당 국민의힘은 11월20일 발의했고, 2021년 2월26일 의결했다. 약 15년간 국토교통부와 영남권 지방자치단체, 국무총리실까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벌인 소동이 무색하다.
가덕도는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2020년 11월17일 국무총리실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가 계기였다.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은 안전, 시설 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 등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김해 신공항보단 가덕도 신공항이 낫다’는 얘긴 아니었다.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에 대한 최신 평가는 2016년 6월 국토교통부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에 담겼다. 평가 결과 가덕도는 김해, 밀양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왜 가덕도냐’는 물음에 논리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자리를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이 대신할 뿐이다.
답변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가덕도란 무엇인가?’ 그 답을 찾아 2021년 4월7~9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산과 바다, 마을과 역사유적을 둘러봤다. 100년 된 동백 자생 군락지와 극상림(궁극의 숲·식물군락이나 종이 변천을 거듭하다가 그 지점 생태 조건에서 장기간 안정을 지속하는 단계로 접어든 숲), 앞바다에 사는 해양보호생물 상괭이(토종 돌고래), 고려~일제강점기 역사유적, 대대손손 고기잡이로 생업을 이어온 대항마을 주민들을 만났다._편집자주

4월7일 재보궐선거 뒤 가덕도 신공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업을 밀어붙인 쪽이 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2019~2020년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를 통해 2016년 신공항 입지 조사에서 탈락한 가덕도 신공항을 되살려냈다. 입지 선정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도 2월 말 국회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제1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가덕’을 자신의 호로 삼겠다고도 밝혔다. 애초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이번 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엘시티(LCT) 등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관련 의혹이 주요 이슈가 됐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국민의힘도 찬성 의견을 밝힌데다 지지율 조사에서 박 후보가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박 후보가 28.3% 차이로 대승을 거두면서 가덕도 신공항 공약이 애매해졌다. 이 이슈를 주도한 여당이 완패했고, 국민의힘 내부는 이 사업에 대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4월14일 <한겨레21>에 보내온 답변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물류·허브 공항으로 건설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절차가 생략된) 예비타당성조사나 입지 검토는 특별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거의 전 지역이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

선거에서 진 여당도 가덕도 신공항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우원식 의원은 “특별법이 이미 통과됐고, 우리는 그대로 간다.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산·경남·울산의 균형발전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종민 전 최고위원도 “정부·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추진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부정적이던 국토교통부도 특별법이 시행되는 9월에 맞춰 신공항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3월 김해신공항 관련 업무를 중단했고, 5월께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공항건립추진단도 9월부터 활동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은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4월15일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40여 개 지역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전국 공동행동’ 기자회견과 1인시위 등을 했다. 특히 부산·경남·울산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대항마을 전망대에서 반대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전국 70여 개 시민·환경 단체로 이뤄진 신공항반대시민행동도 3월22일 출정식을 열었고, 4월 말부터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40여 개 환경단체가 참여한 한국환경회의는 전담팀을 꾸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4~5월에 토론회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열 계획이다.

선거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가덕도 주민들 역시 움직였다. 3월 말 ‘가덕대항 신공항반대 대책위원회’를 만든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이 가장 절박하다. 대항동은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관제시설을 짓는 곳이어서 거의 전 지역이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석 대책위원장은 “되도록 빨리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내부 준비를 한 뒤 시민단체와의 연대 활동도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항마을 선착장 부근 양지바른 공터에 마을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래당 손상우 부산시장 후보 제공

대항마을 선착장 부근 양지바른 공터에 마을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래당 손상우 부산시장 후보 제공

대항동 중심으로 신축과 재건축 100건 이상 늘어

가덕도는 1개 행정동(가덕도)과 5개 법정동(눌차·성북·천성·동선·대항)으로 이뤄졌다. 공항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관제 등 핵심 시설은 모두 맨 남쪽 대항동에 들어선다. 대항동은 대항과 새바지, 외양포 3개 마을로 이뤄졌다.

앞서 2월에는 가덕도 5개 법정동 전체가 참여하는 ‘가덕도동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신공항이 대항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덕도 전체의 문제로 보고 여야 정당과 국회 상임위, 청와대, 국토교통부 등에 ‘신공항 건설에 따른 주민지원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전형탁 위원장은 “지금 정부와 부산시는 대항동에 활주로만 만들면 공항이 되는 것으로 말한다. 그러나 관제나 여객, 화물 등 공항시설을 모두 설치하려면 결국 가덕도 전체를 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먹구구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고 종합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시가 내놓은 조감도를 보면 ‘규모 있는 국제공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예컨대 현재 인천공항 넓이는 22.4㎢인데 가덕도 전체 넓이는 21.4㎢에 그친다. 가덕도 전체 넓이가 인천공항보다 좁은 것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가덕도의 4분의 1쯤 되는 대항동 일부에 국제공항을 다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구체적인 공항 건설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가덕도엔 벌써 변화가 꿈틀거린다. 먼저 인구가 늘었다. 활주로가 들어서는 대항동 3개 마을의 인구는 신공항이 추진되기 직전인 2020년 10월 말 272가구 415명에서 2021년 3월 말 306가구 480명으로 늘어났다(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 5개월 사이에 34가구 65명이 늘어난 것이다. 가덕도 전체로도 2020년 10월 3580명에서 2021년 3월 3812명으로 200명 이상 많아졌다.

건설도 활발하다. 대항동에선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재건축, 새바지에선 빈 땅에 새 건물을 짓는 신축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형탁 가덕도동 대책위원장은 “신공항 추진 이후 대항동을 중심으로 신축과 재건축이 100건 이상 늘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항동 일대 땅은 70~80%가 외지인 소유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인구나 건축의 증가가 신공항 건설에 따른 보상을 노린 것으로 본다. 대항동 모습을 기록하는 장영식 사진작가는 “최근 외지인이 많이 들어오고 집도 많이 짓는다. 살러 온 사람도 있겠지만 투기꾼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가덕도동 관계자도 “같은 땅이라도 건물이 있으면 보상받을 때 유리하다. 여기에 거주하면 이주권(딱지)도 받을 수 있으니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활주로 만들려면 바다 3㎞ 메워야

대항동 주민들은 신공항 사업을 원하지 않았다. 대부분 어업과 낚싯배 대여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농지가 거의 없어 재산도 집 한 채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대항동 선착장 부근 양지바른 곳에서 볕을 쬐던 김차정(87)씨는 “여기는 농사짓는 이가 없고 다 어민이다. 평생 고기만 잡던 사람들이 다른 데 나가서 뭘 하겠냐”고 물었다. 옆에 앉은 한상태(79)씨도 “여기서는 낡아도 집이 있는데, 대토를 받으면 새로 집을 지어야 한다. 노인들이 무슨 수로 집을 짓나. 여기서 내쫓으려면 땅만이 아니라 집까지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상태씨는 이곳에 공항을 짓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새바지 쪽은 외해라서 물발이 엄청 세다. 수심도 깊어서 바다를 메우는 게 쉽지 않다. 다 쓸려 내려갈 것이다. 잘못하면 바다와 산만 버리고 공항을 못 짓는다.” 한씨 말을 옆에 앉아 있던 이사식(84)씨가 반박했다. “요새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바다를 못 메우나? 여기는 공항을 지어야지 그대로 있으면 발전이 안 된다.”

실제 대항동에 가보면 공항을 건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항동은 대부분 가파른 산지이고 평지가 아주 좁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 부분처럼 생긴 대항마을과 새바지 사이 땅의 너비는 600m밖에 되지 않는다. 계획된 3500m 활주로를 만들려면 바다를 2900m 메워야 한다. 더욱이 활주로 예정지 양옆으로 연대봉(459m)과 국수봉(269m)이 붙어 있다.

바다 수심도 최대 21m, 연약 지반도 최대 45m로 깊다. 게다가 활주로 서쪽인 대항 앞바다는 부산신항 화물선들이 오가는 수로다. 따라서 항공기가 최대 높이 70m의 화물선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활주로 높이를 해발 40m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활주로 동쪽인 새바지(샛바람받이)는 외해 쪽이어서 바람이 세고 파도도 높다.

신공항 사업 추진으로 가장 애태우는 사람은 대항동에서 가장 작은 마을인 외양포 주민들이다. 옛 일본군 포진지인 외양포는 토지가 모두 국방부 소유여서 거의 보상받을 수 없다. 일본군의 옛 건물을 수리한 비용이나 밭에 심은 농작물에 대한 보상 정도만 받을 수 있다.

외양포 선착장에서 채소를 팔던 주민 허순옥(79)씨는 답답해했다. “대항에서 집 없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넘어와 살았다. 바다 일도 하고 채소도 길러 먹으면서 70년 넘게 잘 살았다. 이제 쫓겨나면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다.”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병연씨는 “이제 바다 좋고 공기 좋은 데서 떠나야 한다. 외양포 사람들은 땅이 없으니 어떻게 (옮겨서) 땅을 사고 집을 짓겠느냐”고 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규모 공항 신설?

4월8~9일 이틀간 만난 대항동 주민 가운데 신공항이 들어서길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나이가 많고 인구도 500명이 되지 않아 정부와 싸워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미 1990년대 말 부산신항에 강제수용된 가덕도 북쪽 장항·율리의 사례가 있어, 보상을 잘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반대를 제1공약으로 내세운 손상우 미래당 후보는 “부산은 역사적으로 항만 중심이다. 여기에 대규모 공항을 짓는다고 외국 항공사들이 부산으로 오겠나. 코로나와 기후위기 시대에 대규모 공항 신설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존의 김해공항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가덕도 생태환경을 조사하는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100년 전 일제가 주민들을 내쫓고 외양포에 포병부대 만든 것과 정부가 가덕도에 공항을 만드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변방이고 인구가 적으니 함부로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덕도(부산)=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표지이야기-가덕도에는 상괭이가 산다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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