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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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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미투

등록 2021-03-03 15:41 수정 2021-03-04 01:00
김진수 선임기자

김진수 선임기자

2021년 1월2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힌 것을 보고 서지현 검사는 펑펑 울었다. 변화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걸고 ‘#검찰내성폭력’ 고발글을 올린 날로부터 3년이 넘었는데, 사회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다. 게다가 나흘 뒤면 검찰 내 2차 가해자들에 대한 감찰 시효가 어떤 조처도 없이 종결될 상황이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민사소송을 결심했지만, 억울했다. 회의감과 절망감이 덮쳐왔다.

같은 날 장혜영 의원은 커다란 미궁에 들어섰다. 가해자가 징계를 받으면 그곳에서 빠져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피해 당사자인 자신을 존중해달라고, 함께 성찰하자고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형사고발이 이어졌다. 정면으로 마주한 2차 가해는 끝없이 1차 피해를 떠올리게 했다. 피해가 중첩되면서 이전까진 2차 가해가 무엇인지 피상적으로만 알았다는 걸 깨달았다.

앞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시절 자신을 돕겠다며 접근했던 당직자인 가해자는 바로 항소했다. 관련 언론 보도에는 “페미니스트가 성폭력 피해자라고? 배우 마동석이 길거리를 가다 맞았단 얘기와 같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변화를 이끌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간절함이 솟았다.

서지현, 장혜영, 신지예. 세 여성이 만났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한 이들이다. 앞장서 고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고통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 여성은 고통에 파묻히지 않는다. 대신 변화를 말하고, 미래를 꿈꾼다.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고, 적극적인 연대를 시도한다. 세 여성이 나눈 고민 속엔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답이 녹아 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장혜영)란 물음에 적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할 이유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기획 - #미투 그후 3년 모아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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