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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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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제2의 4대강이 될 것인가

국토부마저 반대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국토위 통과
등록 2021-02-26 23:34 수정 2021-02-26 23:53
2021년 2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연합뉴스

2021년 2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거대한 회오리에 휘말렸다. 2021년 2월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2월25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사실상 여야 합의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특별법안은 입지 선정 면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재정 지원, 부담금 감면, 민간 개발업자 지원 등 온갖 특혜로 이뤄졌다. 더욱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해서는 추진 절차와 경제적 타당성, 안전성, 환경 파괴 등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된다. 가덕도 신공항이 대규모 예산 낭비 사례인 새만금 사업이나 4대강 사업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대 28조6천억, “반대 안 하면 직무유기”

특히 국토교통부는 국토위 처리를 앞둔 2월 초 이 사업의 수십 가지 문제점을 정리한 문서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서에서 국토부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가 될 수 있고, 적법한 사업 추진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성실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까지 밝혔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 적극적인 국토부의 반응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특별법안이 국토위를 통과하자, 신공항 경쟁 지역이던 대구·경북 쪽에선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 김해 신공항 건설을 뒤엎은 폭거”라며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도 조속히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신공항반대부산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이 사업의 절차와 내용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런 와중에 2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해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반대하는 쪽은 무엇보다 이 사업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울산시가 제시한 이 사업의 총비용은 7조5천억원(활주로 1개 기준)이다. 그러나 2월24일 공개된 국회 국토위 보고 문서를 보면, 현재 사업비는 7조5천억원이 아니라 12조8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부산시 등의 사업비에는 공항 공사비와 부지 조성비, 접근로 공사비 등 5조2천억원이 빠지거나 낮게 평가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또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시 등이 말하는 제2의 허브 공항으로 만들려면 제시된 비용의 2배가 넘는 15조8천억원이 든다고 국토부는 봤다. 김해공항의 국제선뿐 아니라 국내선도 가져와야 하고 최소 2개의 활주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공항 15곳 가운데 10곳이 활주로를 2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김해공항에 있는 군 공항까지 모두 가덕도로 가져오는 경우 28조6천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 금액은 부산시 등이 제시한 비용의 4배에 이르며, 2023년까지 인천공항에 투입되는 총사업비(17조5천억원)를 뛰어넘는다. 대표적 예산 낭비 사업으로 꼽히는 새만금 사업이나 4대강 사업의 전체 비용은 각 22조원 정도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공사 자체도 어려워서 특별법이 통과돼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큰 예산을 낭비하고 사회 갈등만 일으킬 사업을 성급히 추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가덕도 신공항의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가덕도 신공항의 조감도. 부산시 제공

경북도 호남도 반기지 않는 균형 논리

가덕도 신공항의 여객 수요도 과장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시 등은 2056년 여객 수요를 5646만 명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예상한 2050년 영남권 신공항 여객 수요 3653만 명의 1.5배, 2018년 국토부가 예상한 2050년 김해 신공항 여객 수요 2814만 명의 2배에 이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김해공항의 여객 수는 1640만~1709만 명, 같은 기간 인천공항의 여객 수는 6200만~7100만 명이었다.

가덕도 신공항의 여객 처리 용량도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산시 등은 가덕도 신공항이 완공되면 연간 3500만 명, 김해공항이 연간 1800만 명 등 모두 5300만 명의 처리 용량을 갖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2016년 이후 국토부가 계획한 김해 신공항의 여객 처리 용량(연간 3800만 명)의 1.4배에 이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덕도 공항이 몇 개의 외국 도시와 연결될지, 외국 항공사들이 인천과 함께 가덕도에도 지사를 둘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크게 줄면서 공항 건설도 줄고 대형기 주문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등이 2050년 최대 63만t으로 예상한 항공화물 처리량도 너무 장밋빛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김해공항의 화물 처리량은 1만8천t이었으며, 기존에 추진된 김해 신공항의 2050년 화물 처리량 예상치는 연간 6만5천t이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박동석 신공항추진본부장은 “2017년 부산·경남·울산의 국제선 화물은 15만2천t인데, 이 가운데 14만3천t톤(94%)이 인천에서 처리됐다. 이 화물만 가져와도 어느 정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인천공항의 화물 처리량은 276만t이었다.

이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으로 균형발전 효과가 나타날지도 관심거리다. 부산·경남·울산 지방정부는 전체 800만 명의 인구와 274조원(2018년)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공항이 철도역, 항만과 결합하면 독립적인 동남권 메가시티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부산시 등은 신공항 사업의 생산 효과를 88조원, 부가가치 효과를 37조원, 취업 효과를 53만 명으로 내다봤다.

2월1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연합뉴스

2월1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연합뉴스

인천공항 1.4배 돌흙을 깎고 메워

그러나 부산·경남권 외에선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덕찬 대구시 통합신공항건설본부장은 “가덕도가 영남권 신공항이라지만, 대구·경북 사람들은 너무 멀어서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이웃인 호남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는 “제2의 허브 공항을 표방한다면 같은 남부인 호남도 아우를 수 있게 경남 진주나 사천 정도에 만들어야 한다. 호남 사람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공항”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을 강조했다. “현재 인천공항이 중국과 일본의 세계적인 공항들과 경쟁 중인데, 한국에서 제2의 허브 공항을 만드는 게 현명한 일인지 모르겠다. 2016년 김해 신공항 결정은 잘한 것으로 평가했는데, 선거 논리로 이를 뒤집는 것은 잘못이다.”

안전성도 문제다. 부산시 등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터는 땅이 57%, 바다가 43%다. 따라서 전체 터 598만㎡(약 181만 평) 가운데 바다 257만㎡(약 78만 평)를 메워야 한다. 그런데 바다의 평균 수심은 17m(최대 21m), 연약지반의 평균 깊이는 30m(최대 45m), 평균 성토(설계높이까지 흙을 쌓는 것) 높이는 87m(최대 106m)에 이른다. 반면 섬 사이 갯벌에 지은 인천공항의 수심은 1m, 연약지반의 깊이는 5m, 성토 높이는 13m 정도였다.

깊은 연약지반으로 인해 땅이 불규칙하게 내려앉는 ‘부동침하’ 현상도 우려된다. 현재 부산시 등은 50년 동안 35㎝ 정도의 침하를 예상한다. 그러나 가덕도의 활주로는 바다-땅-바다 위에 지어져 불규칙 침하 우려가 크다. 실제 수심 18m, 연약지반 깊이 20m, 성토 높이 43m로 가덕도 신공항의 모델이 된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은 1994~2016년 모두 13m 침하가 일어나 10조원 이상의 보수·유지비가 투입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정부의 전 고위 관리도 “토목 기술 차원에서 엄청난 난공사여서 과연 완공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대규모 절토와 매립으로 인한 산, 바다의 생태환경 파괴도 걱정이다. 부산시 등은 바다 매립에 필요한 1억4200만㎥의 돌과 흙을 모두 가덕도의 산을 깎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매립 넓이가 8.5배였던 인천공항에 쓰인 돌흙의 1.4배에 이르는 양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성토 높이가 87m로 13m였던 인천공항의 6.7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수봉(269m), 남산(188m), 성토봉(179m) 등이 대부분 훼손되고 이 돌흙을 부어 매립하는 바다 역시 크게 훼손될 것이다. 가덕도 일대는 지형 보전 1등급, 생태 자연도 1등급, 해양 생태도 1등급 영역이 포함됐다.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와 직선거리로 12㎞ 정도 떨어져 있다.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은 “엄청난 규모로 산을 잘라내고 바다를 메우기 때문에 땅과 바다의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낙동강 하구의 철새에게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여당과 부·울·경에 오랫동안 큰 상처”

국토부 문서는 가덕도 신공항의 운항 경로가 기존 김해공항, 진해공항과 겹쳐 사고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진해공항과 16~18㎞, 김해공항과 18~19㎞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의 운항 방향은 동서이고, 김해공항과 진해공항의 운항 방향은 남북이다. 이에 따라 가덕도 출발과 진해 도착 경로, 진해 출발과 가덕도 도착 경로가 겹친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특별법 통과를 서두르지 말고 처음부터 찬찬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는 “만약 지금 10조원을 부산·경남·울산에 주고 공항 건설과 운영까지 책임지라면 과연 가덕도에 공항을 지을지 모르겠다. 가덕도 신공항은 더불어민주당과 부산·경남·울산시에 오랫동안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현재는 코로나19 시대고 기후위기 시대다. 대규모 공항만 세워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세상에 살리지 못할 지역이 있겠는가. 현재 부산·경남권에 무엇이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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