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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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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자영업자 소득의 80% 지원

자영업 지원 해외 사례
등록 2021-01-24 13:59 수정 2021-01-26 01:27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2007년 겨울, <한겨레21> 제690호에 기사 하나가 실렸다. ‘이태원은 누구의 땅인가’. 그 시절, 서울 이태원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은 차고 넘쳤다. 이태원은 모슬렘(이슬람교도)의 땅이었고, 나이지리아인의 땅이었고, 해외 유학 세대가 외국 경험을 재확인하는 땅이었고, LGBTQI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땅이었고, 언더그라운드 예술인이 교류하는 땅이었다. 모두의 땅이었고, 누구의 땅도 아니었다.
2021년 겨울, 이태원을 두고 코로나19 1년의 기억만 떠올리는 일은 참담하고 자연스럽다. 2020년 5월 나온 ‘이태원발 코로나19’라는 단어는 강력한 낙인이었다. 클럽, 밤, 성소수자, 개방성, 외국인… 이태원을 둘러싼 많은 것을 코로나19와 접붙여 풀이했다. 그럴수록 ‘보상 없는 기본권 제한’은 마땅한 듯 여겼다. 5월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매 시점, 클럽 등 유흥업소 영업을 정지했다. 카페와 음식점 영업시간을 규제했다. 이해했다. 다만 손실에 대한 보상은 제도화하지 않았다. 2019년 4분기 19.9%이던 이태원1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0년 2분기 29.6%까지 치솟았다. 2020년 3분기 이태원 관광특구 주점들 추정 매출액은 한 해 전보다 66.5% 줄었다.
2021년 1월9일 이태원은 다시 코로나19 방역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잊지 않았다. 다만 실효성 있고 현실적으로 방역 지침을 조정해달라고 했다. 합리적인 얘기였다. 헬스장, 학원, 피시(PC)방, 수영장, 돌잔치 업계도 더는 못 참고 목소리 냈다. 서울시장 후보들과 국회의원이 이태원을 찾았다. 국회는 영업정지 기간의 손실액을 보상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뒤늦게 찾는다. 기준을 두고 아직은 논쟁한다. 당장 해결된 것은 없다.
“우리, 기자회견 잘된 걸까요?” 영업을 멈춘 이태원의 한 레코드바에 앉아 어느 상인이 물었다. 그의 작은 클럽은 2020년 365일 가운데 254일을 쉬었다고 했다. 월세를 무작정 보증금에서 깎고 있다. 국내외 새로운 문화를 전하고 앞서가는 아티스트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라고 자부했는데, 정책 안에서는 그저 유흥업소다. 정부 지원 대부분을 받지 못했다. 자유로워서 다양할 수 있었고, 다양한 게 자산인 이태원의 의미, 그런 공간을 지키는 게 우리 공동체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참 이야기했다. 그리고 끝내. “차마 이름을 밝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미안한 듯 덧붙였다. 차고 넘치게 말할 수 있는 거리와 가게의 의미가 ‘이태원발 코로나19’, 그 낙인 안에서 잘못 풀이될까 두려웠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을 호소하는 일은 여전히 두려웠다. 낙인은, 그런 것이었다. _편집자주

2020년 12월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 명 가까이 늘어나자 독일 정부는 슈퍼마켓·약국 등 필수 업종만 빼고 상점, 식당, 학교의 문을 닫았다. 사실상 전면 봉쇄다. 독일이 봉쇄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할 정책을 마련한 덕분이다. 연간 매출액 5억유로(약 6600억원) 이하인 기업에는 매달 최대 50만유로(약 6억6천만원)까지 고정운영비를 지원한다. 월 매출이 2019년 12월과 견줘 70% 감소하면 고정비의 90%, 50~70%는 60%, 30~50%는 40%를 2021년 6월까지 지원한다.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지출이 많은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1인 자영업자는 매월 고정비를 지원받는 대신 2019년 소득의 25%(최대 5천유로·약 660만원)를 일시에 받을 수 있다.

김성호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2020년 12월29일 ‘코로나19 공정 임대료를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임대료 정책 해외 사례’ 보고서를 보면, 고정비 지원 정책은 오스트리아도 마련해 2020년 3월부터 매출이 40% 이상 감소한 자영업자 등에게 고정비를 지원했다. 지급액은 매출 손실의 최대 75% 범위에서 정한다. 9월부터는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곳으로 지원 대상을 넓혔다.

임대료 지원과 더불어 세입자를 집주인이 내쫓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도 생겨났다. 2020년 3월 독일은 임대료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피해의 완화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과 미국도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프랑스는 강제 퇴거 조처를 겨울철(11~3월)에는 못하도록 했다.

정부가 임대료 일부를 직접 지원하거나 임대료를 깎은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도 한다. 캐나다는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상업용 임대차 긴급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정부가 임대료의 50%를 지원하고 집주인은 최소 25%, 세입자는 최대 25%씩 부담한다. 세입자가 대출받아 임대료를 지급하는 통상의 방식과 달리, 집주인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대출금(지원금)을 받고 이를 임대료로 충당하면 12월31일에 대출금 전액을 탕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원 대상은 △수입이 전년 같은 달(4·5·6월)과 비교해 70% 이상 줄고 △월 임대료가 5만캐나다달러(약 4300만원)를 넘지 않으며 △연간 총수입이 2천만캐나다달러(약 174억원)보다 작아야 한다.

또 2020년 9월부터는 긴급 임대료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익이 줄어든 자영업자 등에게 정부지원금을 주는데, 수익 감소폭이 클수록 그 금액이 커진다. 예컨대 70% 이상 수익이 감소하면 임대료, 재산세, 보험료, 대출이자 등 지출 비용의 65%를, 50~69% 감소하면 지출 비용의 40%를 지원한다. 지원금은 임대 사무실당 최대 7만5천캐나다달러(약 6500만원)다.

스위스는 정부의 방역 조처로 소득 손실을 본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소득대체보상금’을 지급한다. 지급액은 연금공단에 신고된 소득액의 80%인데, 최대 월 7350스위스프랑(약 900만원)까지 가능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지방정부들은 임대료를 깎아준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 뉴사우스웨일스의 경우 토지세를 최대 25% 감면한다. 연방 규정에 따라 세입자는 감소한 수익에 비례해 임대료를 면제받거나 지급유예를 받을 수 있으며, 집주인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임대료를 올리거나 보증금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표지이야기 - 코로나19 낙인 이후 이태원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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