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교도소 재소자 편지 “변기 커버 내리면 씽크대가 된다”

○○교도소 재소자의 편지… 변기가 싱크대도 되고
빨래판도 되는 비위생적 공간, 대부분의 수용자가 피부병 달고 살아
등록 2021-01-15 17:35 수정 2021-01-16 02:19
“이곳 시설 구조는 기본적으로 파놉티콘(원형감옥)식입니다. 각 방에 보통 7명씩 지내고 있습니다.” 교도소 재소자 ㄱ씨는 2021년 1월 <한겨레21>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그림을 그려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를 설명했다.

“이곳 시설 구조는 기본적으로 파놉티콘(원형감옥)식입니다. 각 방에 보통 7명씩 지내고 있습니다.” 교도소 재소자 ㄱ씨는 2021년 1월 <한겨레21>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그림을 그려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예방의 기본은 거리두기다. 과밀수용은 거리두기의 반대말쯤 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1천여 명을 낸 서울동부구치소의 수용정원 대비 수용률은 116.6%(2020년 12월7일 기준)에 육박했다. 교정시설의 고질적 문제로,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한겨레21>은 한 교도소에 수감된 ㄱ씨에게 편지를 부탁했다. ㄱ씨는 20장의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나도, 이곳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공포감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_편집자

이번 서울동부구치소 상황으로 가슴 아픈 일이 많이 생겼지만 한편으로 이번에 수용시설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수용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교정시설을 두 번 옮겼습니다. ○△, △○, 이곳 ○○까지요. 교정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단 하루도 과밀수용으로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요. 이미 아시겠지만 교도소 내 과밀수용은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를 통해 개정을 요한다는 내용으로 결정된 적 있습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교도소 내 수용면적은 1인당 적어도 2.58㎡(0.78평)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5년 전 선고된 이 내용은 정작 수용자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에서도 그리고 이전에 지내던 △○ 그리고 ○△에서도 1인당 약 1평에 해당하는 생활면적은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에서는 한방에 15명씩 생활하느라 ‘칼잠’을 잤습니다. (중략)

이곳 수용자들은 동부구치소 뉴스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또한 동부구치소 확진 현황, 심지어 사망 소식을 들으며 나도 (여기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1평 규모

저번주에는 교정본부에서 마스크를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는 일주일에 5장씩이요. 하지만 마스크 지급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수용자를 좁은 공간에 몰아두고 마스크만으로 바이러스를 막으라는 이야기는 닭장 속 닭들에게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며 마스크를 씌우는 꼴입니다. 실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그 시설뿐 아니라 주변 모든 시설의 닭들을 살처분하지요? 이는 시설 구조상 방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바로 ‘위생’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기본은 개인/시설의 위생입니다. 하지만 교정시설은 과밀화된 구조로 개인 위생이 참혹한 수준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거의 100% 걸리는 병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피부병과 알레르기인데요. 피부 이곳저곳의 가려움증, 발진, 이상증상을 대부분의 수용자가 달고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징역병’이라 서로 칭하곤 합니다. 이곳 재소자들이 출소 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뭘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못 먹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는 일? 대부분 일단 깨끗하고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수용자들은 약을 거의 달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 전체 수용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에게 병증을 호소하면 그들이 기계처럼 제공하는 항생제가 있습니다. 검진도 10초면 끝납니다. (중략)

동부구치소 이송 인원 동으로 가지 말라는 말만

이곳 ○○는 한방에 7명씩 지내고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 있는 위생시설은 화장실 하나뿐입니다. 화장실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설거지 그릇을 올리면 싱크대가 됩니다. 만약 그 위에 빨랫감을 올리면 빨래판이 됩니다. 다시 커버를 올리면 변기가 됩니다. 공중화장실 부스만 한 화장실 한 칸에서 우리는 일을 보고, 씻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합니다. 난방도 안 되고 영하 17도의 날씨에 손이 얼어버릴 듯한 찬물로요. 그나마도 화장실에서 씻고 있다가 누군가가 용변이 급해지면 급하게 마무리해야 하지요. 그러다보니 개인 위생은 점점 뒤로 밀리고 기본적인 욕구 해결에 우선을 두게 됩니다. (중략) 교도소를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10분으로 규정된 목욕시설 이용을 중지했습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중지하는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중략)

지난주에는 이곳 수용자들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전부 음성이 나왔지요. 하지만 이는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최근 동부구치소로부터 이송돼온 수용자들과 기존 ○○교도소 수용자들은 한 층을 같이 쓰고 있습니다. 교도관들은 동부구치소 이송 인원이 지내는 동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이곳 사람들은요 겨울이 춥지만 차라리 겨울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여름에는 더위와 땀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부딪히는 옆 사람 때문에 힘들거든요. 특히 잠잘 때는 더 힘듭니다. 지난여름에는 이 방에 8명, 9명이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럼 옆으로 누워서 자야만 합니다. 옆 사람과 부딪히거든요. 많은 수용자가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겨우겨우 잠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략)

형 집행을 넘어선 다중 처벌

교도소란 형 집행을 위해 지어진 시설임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과밀수용과 불결하고 부족한 위생시설은 이중의 고통과 책임을 수용자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병과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심지어 동부구치소에서와 같은 죽음까지도 초래한다면 비인권, 비존엄, 비위생적인 다중 처벌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은 교도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의 교도소를 보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동부구치소 사태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리고 매번 이렇게 일이 터지고 나서야 조금씩 변화하는 게 더 마음이 아프지만, 이번 기회로 수용자 처우가 개선돼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됐으면 합니다.

2021년 1월 재소자 ㄱ 올림

전문

이번 동부구치소 상황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생겼지만 한편으로 이번에 수용시설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수용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교정시설을 두 번 옮겼습니다. ■■, ▲▲, 이곳 ○○까지요. 교정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단 하루도 과밀수용으로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요.

이미 아시겠지만 교도소내 과밀수용은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를 통해 개정을 요한다는 내용으로 결정된 적 있습니다. (구치소내 과밀수용행위 위법확인. 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3헌마142결정) 당시의 판결문에 따르면 교도소 내 수용면적은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5년전 선고된 이 내용은 정작 수용자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에서도 그리고 이전에 지내던 ▲▲ 그리고 ■■에서도 1인당 약 1평에 해당하는 생활면적은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에서는 한방에 15명씩 생활하느라 옆으로 누워 잠을 자야 하는 ‘칼잠’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교정본부는 이미 법을 어기고 국가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정본부는 그 이름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교정’시설이라는 이름을 쓰면 안 됩니다. 이곳에 교정은 없습니다.

이곳 수용자들은 동부구치소 뉴스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또한 동부구치소 확진 현황 심지어 사망소식을 들으며 나도 (여기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번 주에는 교정본부에서 마스크를 나누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는 일주일에 5장씩이요. 하지만 마스크 지급은 교도소 내 바이러스 확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수용자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두고 마스크만으로 바이러스를 막으라는 이야기는 닭장 속 닭들에게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며 마스크를 씌우는 꼴입니다. 실제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그 시설뿐 아니라 주변 모든 시설의 닭들을 살처분 하지요? 이는 시설 구조상 방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는 한 시설에 여러 마리의 가금류를 키우는 공장식 축산으로 생겨났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리고 바이러스가 계속 변형되고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도요.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전염되는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돌연변이가 살아남고 더 강해지는 바이러스 변형의 원리를 볼 때, 한국식 코로나 변형은 교정시설에서 나올 것입니다. 근본적인 과밀수용의 해소가 없다면 교정시설이 한국의 바이러스 양식장이 될 것입니다.

■ 위생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바로 ‘위생’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기본은 개인/시설의 위생입니다. 하지만 교정시설의 과밀화된 구조는 개인의 위생이 참혹한 수준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거의 100% 걸리는 병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피부병과 알레르기인데요. 피부 이곳저곳의 가려움증, 발진, 이상 증상을 거의 대부분의 수용자가 달고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징역병’이라고 서로 칭하고는 합니다.

이곳의 재소자들이 출소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뭘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못 먹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는 일? 대부분 일단 깨끗하고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곳에 살다 보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징역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수용자들은 약을 거의 달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 전체 수용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에게 병증을 호소하면 그들이 기계처럼 제공하는 항생제가 있습니다. (검진 절차도 10초면 끝납니다. 너무 열악해요) 그 항생제를 먹고 버티고 또 버티면서 지내는 게 이곳 생활입니다. 저도 역시나 매일 3번씩 (아침, 점심, 저녁) 항생제를 먹고 있고요. 정말 닭장과 다를 바 없지 않나요? 좁은 시설에 밀어 넣고 항생제를 주며 버티라는 환경이요.

이곳 ○○는 한방에 7명씩 지내고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 있는 유일한 위생시설은 화장실 하나뿐입니다. 공중화장실 부스만 한 화장실 한칸에서 우리는 일을 보고, 씻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합니다. 매일매일 ‘겨우겨우’요. 난방도 안되고 –17도의 날씨에 손이 얼어버릴 듯한 찬물로요. 워낙 좁은 공간이다 보니 화장실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설거지 그릇들을 올리면 싱크대가 됩니다. 만약 그 위에 빨랫감을 올리면 빨래판이 됩니다. 다시 커버를 올리면 변기가 됩니다.

이런 곳에서 얼어버릴 듯한 찬물을 바가지로 퍼가며 씻는 게 제대로 될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씻기 위해 화장실을 쓰다가 방 인원 중 누군가의 용변이 급해지면 급하게 마무리를 해야 하지요. 그러다 보니 개인의 위생은 점점 뒤로 밀리고 기본적인 욕구해결에 우선을 두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먹고, 씻고, 입던 옷을 빨아 입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그 모든 위생활동이 기본적 욕구해결 외에는 불가능합니다.

교정기관은 이런 과밀수용 시스템 속에 개인의 위생 책임을 수용자에게 전가하고 단지 구금만 하기 위한 방식의 행정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닭장 속의 닭들처럼요. 그러다 병이 걸리면 항생제를 주면서요. 이곳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까봐 뒤늦게 황급히 마스크를 지급하는 법무부의 행태는 여전히 본질적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서는 똥오줌을 해결한 공간에서 설거지를 합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물조차 잘 나오지 않습니다. 1700명의 수용자가 동시에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다들 동시에 화장실로 그릇을 들고 들어가 설거지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렇게 식사 후에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물탱크와 가까운 곳은 나오겠지요) 이렇다 보니 매일 입에 넣는 그릇들의 위생 그리고 기본적인 배변 욕구의 해결 그리고 입는 옷의 빨래까지 모든 위생이 문제투성입니다.

헌법에 명시된(2장 제10조) 불가침 조약인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한 국가의 의무는 이곳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들로 무시되고 대체 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건가요? 각 개인은 닭장 속 닭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씻도록 해주세요. 깨끗한 옷을 입도록 해주세요. 깨끗한 이불을 쓰도록 해주세요. 변기통을 소변, 대변의 용도로만 쓰게 해주세요.

교정시설에는 법으로 규정된 목욕시설이 있습니다. 이시설의 사용횟수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여 주1회로 한정해 두었습니다. (형의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를 위한 법률 제4장 위생과 의료, 제33조 운동 및 목욕 2항 운동시간·목욕횟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우리 시대에 어떤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하나요? 시급히 고쳐져야 합니다. 1일 1회로요. 또한 지금은 교도소를 3단계로 격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10분으로 규정된 목욕시설 이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중지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교도소가 바이러스 양성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용자 개개인의 위생을 교정시설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개인이 입고 쓰는 옷과 이불을 정기적으로 자주 세탁해주어야 하며, 교정본부는 수용자들을 세균, 바이러스가 없는 환경에서 지내도록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매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목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개인의 신체를 청결히 유지할 수 있도록 위생시설(목욕, 세탁)의 이용을 제한하지 않아야 합니다. 개인이 먹고 쓰는 식기를 씻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화장실 변기는 용변을 보는 용도로만 써야 합니다. 또한 이 모든 위생에 대한 책임을 수용자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법무부는 모든 수용시설 인원의 위생을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양심 있는 국가기관이라면요.

이곳에서는 위생용품을 한 달에 한 번 지급해주고 있습니다. 치약1 칫솔1 세탁비누1 세면비누1 이렇게 지급해주고 있는데요. 그 외에 나머지 위생용품은 수용자 개인이 돈을 따로 지급하고 구매해 쓰고 있습니다. 설거지를 위한 세제, 샴푸, 폼클렌징, 가루세제 같은 것들이지요. 기본적인 인간의 삶에 필요한 위생용품은 부족함 없이 지급해주어야 합니다. 그 책임과 비용을 수용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개인이 입는 옷과 이불을 세탁해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수용자들의 옷과 이불을 세탁기를 이용해 세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이곳 ○○는 세탁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의 옷은 세탁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 많은 인원의 옷을 세탁해주다 보면 세탁기가 고장 날 수도 있다는 이유입니다. 고작 세탁기의 내구성을 이유로 이곳 수용자들은 비위생적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신체가 고장 나고 있습니다. 변기통 위에서 얼음물로 손빨래를 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수용자들이 어떤 노력을 해도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없습니다.

법무부가 양심이 있는 국가기관이라면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용자들의 위생을 책임지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교정시설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넘어 변형 바이러스의 출현까지도 발생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위험한 격리시설이 될 것입니다. 이는 수용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보건의료 전염병의 확산을 개선하는 중대한 일입니다.

■ 진료

이곳의 많은 수의 수용자들은 피부질환, 알레르기 등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이를 치료받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실시하는 진료를 신청하여 의사를 만나면 그 의사는 기계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해줄 뿐입니다. 모든 수용자를 한명의 의사가 담당하기 위해서는 그런 ‘기계적’ 약 처방이 아니면 방법이 없을 거라 봅니다. 수용자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담당 의사의 수를 늘려야 합니다. 기계적인 항생제 처방은 수용자들의 바이러스 내성을 키우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는 교정시설이 변형 바이러스가 생성되기 가장 좋은 환경이자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 검사

지난주에는 이곳 수용자들 전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하였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전부 음성이 나왔지요. 하지만 이는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만약 1명이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면 사실상 격리가 불가능한 시설의 과밀 상태 때문입니다.

심지어 최근 동부구치소로부터 이송되어온 수용자들과 기존 ○○교도소 수용자들은 한 층을 같이 쓰고 있습니다. 교도관들은 동부구치소 이송인원이 지내는 동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동부구치소에서 이송된 사람들이 모두 음성이었지만 만약 그들 중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있다면 이곳 ○○교도소에서의 확산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 방 배치 구조

이곳 시설 구조는 기본적으로 파놉티콘 식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각방은 보통 7명씩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요 겨울이 춥지만 차라리 겨울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여름에는 더위와 땀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부딪히는 옆사람 때문에 힘들거든요. 특히 잠을 잘 때는 더 힘이 듭니다. 지난 여름에는 이 방에 8명 9명이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럼 옆으로 누워서 자야만 합니다. 옆사람과 부딪히거든요. 이런 곳에서 지내다 보니 많은 수용자들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겨우겨우 잠드는 경우가 많고요. 아마 수용시설 진료현황이나 처방약 사용현황을 정보공개 해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렇게나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게요. 그런데 이 아픔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그 원인은 바로 과밀수용입니다.

형 집행을 위해 격리된 재소자들이 이곳에 지내기 위해 지어진 시설임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과밀수용과 불청결한/부족한 위생시설은 이중의 고통과 책임을 수용자에게 떠넘기고 심지어는 병과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 심지어는 동부구치소에서와 같은 죽음까지도 초래한다면 이는 확실히 형의 집행의 수준을 넘어 수용자들에게 비인권적, 비존엄적, 비위생적인 다중적 처벌을 하는 바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은 교도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의 교도소를 보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동부구치소 사태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리고 매번 이렇게 일이 터지고 나서야 조금씩 변화하는 게 더 마음이 아프지만 이번 기회로 수용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어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1. 1. 교도소 재소자 ㄱ올림.


*표지이야기 - 코로나19 격리시설 보고서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