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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2020년 코로나 시대를 기록한 국내외 19명의 우리들 일기

2020 올해의 하루

제1343호
등록 : 2021-01-02 00:05 수정 : 2021-01-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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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3호 표지이미지

사람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쥐고 흔든 2020년이 지나갔습니다. 코로나19로 누구는 생명을 잃고 누구는 직장을 잃었습니다. 끝은커녕 진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전 지구적 유행’(팬데믹)이 사그라지더라도 우리는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고개 숙이고 눈물만 흘린 2020년은 아니었습니다. 고난과 희망이 교차한 2020년, <한겨레21> 독자에게 생생한 정보를 전한 취재원과 필자 19명이 ‘올해의 하루’를 뽑았습니다. 

2020 올해의 하루

[1월24일] 베이징, 봉쇄 전 후베이 지역에서 아이들을 구해낸 날 
중국 정부가 소문으로만 떠돌던 괴질의 실체가 사스 같은 사람 간 전이 감염병이라고 발표했다. 곧바로 우한의 전격 봉쇄가 결정됐고, 오늘은 아이들이 가 있는 후베이의 거의 모든 지역이 봉쇄된다고 예고됐다. 그저께 밤부터 어제 온종일 피 말리는 아이들 구출 작전이 시작됐다. 후베이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모든 기차표와 비행기표가 순식간에 동났고, 한국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일등급 좌석도 깡그리 매진됐다. 

베이징(중국)=박현숙 자유기고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54.html

[3월19일] 칠레, 이발관 가기 찜찜해 딸이 문구용 가위로 머리를 깎아주다
머리를 깎은 지 석 달이 넘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은 깎는데, 방학이라고 미루던 차에 코로나19가 퍼져 이발관에 가기가 찜찜했다. 3월 들어, 1~2월 휴가철에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사람과 가족 사이에 확진자가 잇따랐다. 오늘 첫 사망자가 나와 뉴스는 온통 난리다. 확진자는 104명. 콧털깎이로 구레나룻을 좀 깎다 말았다. 혼자서 투덜대니 딸내미가 물었다. “아빠, 내가 깎아줄까?”

산티아고(칠레)=김순배 칠레센트랄대학교 비교한국학연구소장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55.html

[4월1일] 멕시코, 재택근무 명령
내가 운영하는 법무법인도 2020년 4월1일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정부 명령도 명령이지만 직원들 불안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재택근무를 결정하면서 나는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만우절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되뇌었다. 

멕시코시티(멕시코)=엄기웅 문두스아페르투스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9660.html

[4월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봉쇄령 한 달 / 국가봉쇄령이 길어지자 집에 와인이 떨어졌다. 병당 3천원꼴로 저렴해 저녁 식사에 반주로 안성맞춤이던 작은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4월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봉쇄령 한 달 집에 와인이 떨어졌다
3월27일 국가봉쇄령이 내려질 즈음, 마트에 생필품이 동나면서 강도 사건과 상점들이 털리는 영상을 심심찮게 목격했다. 4월28일, 집에 와인이 떨어졌다. 병당 3천원꼴로 저렴해 저녁 식사에 반주로 안성맞춤이던 작은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이권철 한국전력 남아공지사 차장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9661.html

[5월17일] 방글라데시, 가벼운 열과 몸살이 나를 지나가다
전날 저녁에 약간 몸살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열이 조금 났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가벼운 열과 몸살기로 코로나 소동은 일단락됐다. 8월에 또 한 번 몸에 열이 났다. 방글라데시의 하루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4천 명에 육박하고 매일 사망자 수가 발표될 때였다. 가슴이 덜컹했다. 

다카(방글라데시)=이석봉 방글라데시 한국민간문화원 원장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9662.html

[5월19일] 판사들과 토론하니 판결이 바뀌었다 / 젊은 여성 활동가 5명은 발제자·토론자로 판사 42명 앞에 섰다.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들의 발제,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판사들. 그 자리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5월19일] 판사들과 토론하니 판결이 바뀌었다
사법연수원에서의 종합토론회는 젊은 여성 활동가와 디지털성범죄에 관심 있는 판사들이 6개월 동안 함께 만들어낸 후속 작품과도 같다. 활동가 5명은 발제자·토론자로 판사 42명 앞에 섰다.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들의 발제,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판사들. 그 자리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마녀 반성폭력 활동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67.html

[6월5일] 쿠팡 산재사망 노동자 사연을 듣다
첫 민원인을 만났다. 아내를 잃은 남편은 말했다. 아내가 일했던 쿠팡 물류센터의 직원식당은 평소에도 세제에 락스를 섞어 청소하게 했다고 한다. 식당 청소를 도맡아 했던 그녀는 평소에도 두통과 가슴통증을 호소했다. 그런데 회사는 코로나19가 닥치자 더 많이 락스를 섞게 했다. 방역 당국의 지침도 어겼다. 견딜 수 없어진 그녀는 일을 그만두려 했다. 그녀는 퇴직을 2주 남기고 일터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68.html

[6월7일] “밥이나 먹자”던 만남에서 시작된 ‘너머n’ 기획
강지오는 유사 n번방 피해자이며 청소년이다. 편하게 ‘밥이나 먹자’며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 앞에서 그를 만났다. 2020년 초 텔레그램 성범죄 이슈가 한국 사회를 휩쓸고 간 뒤, 언론이나 사회의 관심이 시들해졌을 즈음 <한겨레21>은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기획을 시작했다. .

장수경 <한겨레21> 기자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71.html

[6월27일] 정규직 전환 꿈의 날개를 접다
오늘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정규직 전환의 꿈을 품고 그렇게 기다린 날인데… 운이 없었다고, 내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영종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한지완 인천공항 지상조업사 해고노동자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72.html

[8월25일] “확진자인가 봐” 동네 사람들이 수군댔다 / “엄마 코로나19 양성이래. 너도 밀접 접촉자라 보건소에서 연락이 갈 거래.” 순간 아찔했다. 설마설마한 일이 현실이 되리라곤 짐작조차 못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8월25일] “확진자인가 봐” 동네 사람들이 수군댔다
오전 9시께,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사는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엄마 코로나19 양성이래. 너도 밀접 접촉자라 보건소에서 연락이 갈 거래.” 순간 아찔했다. 설마설마한 일이 현실이 되리라곤 짐작조차 못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엄마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진현 직장인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77.html

[9월2일] BTS에 반하다
‘빌보드의 벽 날려버린 초강력 다이너마이트’ 신문 2면에 방탄소년단(BTS)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9월1일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론 처음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빌보드 1위라는데, 들어나볼까 싶어 클릭! 아니 이 경쾌하고 흥겨운 리듬은 뭐지? 

박다해 <한겨레 21> 기자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9678.html

[9월4일] 이탈리아, 스칼라극장이 재개장하던 날
6개월 넘도록 덮여 있던 어둠의 장막이 걷히는 듯하다. 코로나19를 뜨겁게 앓고 슬슬 털어나가기 시작한 이탈리아 밀라노, 그 상징인 두오모성당에서 코로나19에 스러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레퀴엠을 올리는 날이다. 다들 본인이 앓았거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는 등 힘든 시간을 버티고 돌아와서 하는 첫 공연이다. 

밀라노(이탈리아)=박사라 스칼라극장 성악가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9680.html

[9월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청원 10만 동의 얻어 / 2018년 1월 동생이 갑작스럽게 ‘과로자살’로 세상을 떠난 이후, 평범했던 가족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9월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청원 10만 동의 얻어
짧게는 지난 5월부터, 길게는 수년 전부터 논의하고 준비해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신청’이 10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했다. 첫 번째 큰 고비를 무사히 넘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쪽이 순간 뭉클해졌다. 2018년 1월 동생이 갑작스럽게 ‘과로자살’로 세상을 떠난 이후, 평범했던 가족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장향미 에스티유니타스 과로자살 웹디자이너 고 장민순씨 언니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81.html

[9월26일] 코로나 독거, 동거를 준비하다
“제가 내년에 이사하는데, 방이 남아서요. 우리 집에서 같이 살래요?”
그날은 우리가 처음 단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날이었다. 물론 나는 서귤 작가를 실제로 보기 전에도 SNS를 통해 그녀가 꾸준히 연재하던 만화와 독립출판으로 낸 책을 읽으며 응원하고 있었으니 우리가 알게 된 지 3년째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내가 방탄소년단과 알고 지낸 지 7년째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한마디로 사적으로는 철저히 남인 나에게 대뜸 같이 살자니.

황유미 작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88.html

[9월29일] 직접 찐 송편 선물과 11월 28일 첫 왕진
“선생님, 환자분 보호자의 연락이 왔는데요. 입안에서 콧줄이 꼬였는데 어떡하냐고요.”

나는 직접 전화를 받았다. 환자 아내 되는 분이었다. 본인과 환자 단둘이 집에 있다고 했다. 마침 내 퇴근 시간이었고, 환자 집은 병원 근처였다. 내가 가겠노라 했고, 보호자는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여 나는 생애 첫 번째 왕진을 하게 되었다. 

이낙원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83.html

[10월22일] 국감에서 윤석열 “나는 장관 부하 아니다” / 검찰 안팎에선 일찌감치 오늘을 앞두고 “윤석열 총장이 국감에서 폭탄 발언을 내놓는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10월22일] 국감에서 윤석열 “나는 장관 부하 아니다”
대검찰청을 상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10월22일. 검찰 안팎에선 일찌감치 오늘을 앞두고 “윤석열 총장이 국감에서 폭탄 발언을 내놓는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예상대로 작심 발언이 쏟아졌다. 윤 총장은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고, 심지어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위법·부당”하다고 했다. 예상마저 넘어선 답변은 국감이 거의 끝날 무렵 나왔다.

임재우 <한겨레> 기자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684.html

[11월27일] 휠체어 바퀴에 공사장 바닥 천 휘감겨
퇴근 뒤 늘 다니던 공사장 앞을 직장 동료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작업자들이 아파트 입구 인도 공사로 블록을 다 들어낸 뒤 공사를 끝내지 못한 채 천을 덮어놓고 퇴근해버렸다. 천을 휠체어 바퀴로 밟는 순간 바퀴가 돌아가면서 천이 바퀴에 감겼다. 아차 하는 순간, 바퀴와 천은 하나가 되었고 나는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임태욱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활동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85.html

[12월12일] 이토록 쓸쓸한 청원이라니 / 마음이 허전하고 슬펐다.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석탄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쏙 빠졌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12월12일] 이토록 쓸쓸한 청원이라니
오늘 우리 청소년기후행동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소년들은 1.5도를 위해 다시 촛불을 들겠다’는 글을 올렸다. 마음이 허전하고 슬펐다.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석탄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쏙 빠졌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이수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686.html

[12월13일] 차별을 없애야 할 이유가 늘었다
한국 여행이 어땠느냐고 묻자, 순식간에 R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거의 화가 난 표정이었다. 조금 더 어두운 피부색을 지닌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무시했다고 말이다. R가 말하는 그 시선이 무얼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와 다른 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이를 만났을 때 보이는 그 표정과 시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부모와 다닐 때마다 마주하던 것이었다.

이길보라 영화감독·작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6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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