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이 디지털성범죄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록을 꾸준히 저장할 아카이브(stopn.hani.co.kr)를 열었습니다. 11월27일 나온 <한겨레21> 1340호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1년동안 일궈온 성과와 성찰,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제로 채웠습니다. 이곳(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21/products/5242400774)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4명이 ‘너머n’에 6통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준 가해자, 같은 아픔을 가진 또 다른 피해자,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연대자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To. 피해자분들
안녕하세요, 여러분
2020년이 벌써 두 달 남은 11월을 보내는
우리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사실,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좀 그래요….
저희 다들 그렇잖아요,
잘 지내다 못 지내다.
어쩔 때는 이제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아직도 아픈 구석 하나가 마음을 쑤시곤 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제 위로가
온전히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어느 분들에겐 또다시 아픈 상처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까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우리는 극복 중이고.
그래서 그냥 요즘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드리려고 해요.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 명상을 합니다.
전 요즘 요가를 배우는데,
짧게 호흡하면서 명상하고
머리를 비우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생각도 걱정도 많아 엉덩이 붙일 일이 없는데
한번씩 이렇게 정리해주니 안정이 되었습니다.
혹시 저 같은 분들이 있으면 추천해드려요.
그리고 강아지랑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요.
왜 무기력함을 해소하려면
정상적인 수면 형태와 식사 습관,
이 두 가지는 안정돼야 한다 하잖아요.
되게 아무 일 아닌 것 같지만
그냥 의미 있는 하루를 시작했단 생각에
저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혹시 저같이 무기력함이 심하신 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무언가 하나를 규칙적으로 해보시기 바라요.
저는 괜찮다 생각하며 잘 지내다가
가끔 어느 순간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 순간 휘청거리지 않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이 아는 내 모습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말하면서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응어리가
어제 일 고민인 양 말도 못 꺼내고
털어내지도 못해 참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그마저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날 동정하거나 비판하는 게 덜해지리라 생각해서
더 씩씩한 척 굴기도 했고요.
우리는 그냥 살 수는 없어요. 잘 살아야 해요!
제가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대사예요.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은 행복으로 할래.”
스스로 강해져야 해요.
밥 잘 챙겨 먹고
어떤 면으로든 항상 건강 잘 챙기시기 바라요.
어딘가에서 모두 진정한 행복으로 웃고 있을 우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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