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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정보사 군인 성폭력 사건 기소 피해자 “이제 시작”

미투 여성 가해자 불구속 기소
등록 2020-09-21 15:05 수정 2020-09-24 01:54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한겨레 이종근 기자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한겨레 이종근 기자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이 북한이탈여성 한서은(30대 초반·가명)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국군정보사령부 군인 2명을 8월31일 불구속 기소했다. <한겨레21>(제1318호 표지이야기)은 6월22일 한씨가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국군정보사 군인 2명에게서 1년 넘게 성폭행당했고, 군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씨가 2차 피해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국방부는 9월1일 “국방부 검찰단은 공작 활동 대상자로 업무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한 정보사령부 ㄱ중령에 대해 피감독자 간음 및 강요의 혐의로, 정보사령부 ㄴ상사에 대해 상습피감독자 간음, 준강간, 강간 등의 혐의로 8월31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국군정보사 군인 2명이 북한 무기연구소에서 근무했던 한씨를 북한 정보의 ‘소스’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군검찰은 이들과 한씨의 관계를 업무상 보호나 감독을 받는 관계로 봤다. 앞서 한씨는 2019년 12월 ㄱ중령과 ㄴ상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 간음)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군검찰은 9개월 동안 수사를 끌어왔다. 이뿐만 아니라 군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한씨가 듣도록 해 ‘플래시백’(재경험)이라는 2차 가해를 하고 피해자 보호 조처마저 거부해 비판받았다. 당시 한씨 쪽은 ‘군검찰이 피의자들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몹시 컸다.

<한겨레21> 보도 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7월 초, 군검찰은 담당 검사를 교체했다. 기존에 사건을 맡은 단기 군법무관 ㄷ씨는 7월 말 전역을 앞두고 있었는데, 만약 그가 불기소처분을 하고 전역했다면 사건은 가뭇없이 묻힐 뻔했다. 성폭행으로 인한 두 번의 임신중절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한 자살충동 속에 고통받는 성폭행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군검찰의 기소 발표 뒤 한씨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이제 시작인 거 같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연락이 와서 재판 모니터링도 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하겠다고 한다. 도와주시는 분이 많이 생겨 힘을 얻고 있다. 끝까지 잘 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률 지원을 맡은 전수미 변호사(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2차 가해 등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군검찰의 기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이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은 국회 국정감사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재판을 보도할 예정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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