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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뉴스레터 구독하고 계신가요

‘구독·취향·참여’ 열쇳말의 뉴스레터가 제시한 ‘수요자 중심 뉴스’, 포털도 따라가는 중
등록 2020-09-05 12:56 수정 2020-09-10 00:50
위부터 경제 뉴스레터 ‘어피티’,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뉴스레터 ‘더밀크’.

위부터 경제 뉴스레터 ‘어피티’,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뉴스레터 ‘더밀크’.

뉴스레터는 전자우편이 활성화한 이후부터 기관·단체의 소식지나 기업의 마케팅 목적으로 주로 활용됐다. 이른바 ‘콘텐츠’를 담은 뉴스레터로 성공한 것은 2001년 8월부터 19년째 운영되며 380만 명이 받아 보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정도가 손꼽힌다. 그러나 뉴스레터는 스팸메일(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광고성 전자우편) 범람과 포털사이트·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정보·콘텐츠 유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중요도가 떨어졌다.

그러다 포털·SNS 역시 ‘정보의 공해’로 인식되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뉴스레터가 다시 주목받았다. 특히 신문·방송 등 올드미디어의 디지털 전환 실패와 포털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뉴스’ 분야의 뉴스레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사뉴스를 보내주는 ‘뉴닉’뿐만 아니라, ‘어피티’(경제 뉴스), ‘부딩’(부동산 뉴스), ‘더밀크’(The Miilk·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뉴스레터의 성공 배경엔 ‘구독, 취향, 참여’라는 열쇳말이 있다.

높은 참여도 → 구독자 요구 맞춤

“종이신문 가지고 있다가 시간 날 때 꺼내 읽는 것처럼, 시간 날 때 메일함에서 꺼내 읽어요. 일반적인 기사보다 읽기도 편하니까 부담이 덜하고요.”

‘뉴닉’과 ‘어피티’를 구독하는 직장인 김아무개(34)씨의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구독의 배경이 됐다. “속보는 포털을 통해 보긴 하는데, 뉴스의 맥락을 확인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뉴스가 꽤 있잖아요. 내 관심사에 따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장점 같아요.”

포털이 전체 언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전 연령대의 39.1%, 20대의 77.7%, 30대의 66.0%가 ‘뉴스·시사 정보를 얻는 주된 경로’로 포털을 꼽는다. 모바일 기기로 포털 뉴스를 보는 비율은 72.4%였고,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응답자도 64.2%나 됐다. 한편, 포털에 주도권을 빼앗긴 언론사들은 수익으로 직결되는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해 검색어에 기반한 어뷰징이나 선정적 ‘낚시성 제목’으로 경쟁을 벌인다. 어뷰징은 뉴스를 ‘공해’ 수준으로 만들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2018년 정치적 이유로 포털에서 댓글·추천수를 조작한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뉴스 서비스를 활용한 여론조작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인신공격성 댓글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포털 중심의 뉴스 이용에 염증을 느낀 독자들에게 뉴스레터는 좋은 대안이 됐다.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춘 뉴스를 개인적 수단인 전자우편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 설정을 하면 포털이나 언론사 누리집, SNS 등에서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전자우편함에 배달해준다. 포털에서 조회수에 따라 떴다 사라지지도, 신문·방송 같은 ‘올드미디어’가 생산한 공급자 중심 기사처럼 불친절하지도 않다. 뉴스레터는 독자의 ‘구독’이라는 적극적인 행위를 매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높은 참여도를 보인다. 기사를 받은 뒤, 독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데, 이는 다음 콘텐츠를 생산하는 자양분이 된다.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는 올드미디어 기자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해 그곳의 IT 뉴스를 주 3회 전달하고 있다. 기업에서 신사업 전략·기획 업무를 하는 이들이 주된 구독자인데 참여도가 매우 높다. “구독자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내밀한 정보까지 많이 제공해 콘텐츠 생산에 큰 도움이 됐다. 기사 아이템부터 콘텐츠 구성까지 많은 의견을 보낸다. 미디어에 정답이 없다보니 구독자 요구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며 콘텐츠를 생산한다. 생산자 마인드로 ‘볼 사람은 알아서 봐라’ 이런 식으로 가면 성공하기 힘들다.”(박원익 더밀크 한국 부대표)

포털 뉴스서비스 구독형으로 전환 중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는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이룬다. ‘뉴닉’과 닮은 미국의 ‘더스킴’ 역시 구독자와 관계맺음을 통해 성공했다.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구독자 800만 명을 모은 ‘더스킴’은 2016년 투표 독려 캠페인 ‘핑계는 없다’(No Excuse)를 진행했는데 참여자가 10만 명이 넘었다.

뉴스레터가 흥행하자 포털도 뉴스서비스를 구독형으로 바꾸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른 네이버는 메인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뉴스를 직접 편집하는 대신 이용자가 원하는 언론사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바꿔 운영 중이다. 매체 구독뿐만 아니라, 매체 안의 연재 코너와 기자까지 ‘구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포털 2위 사업자이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 역시 뉴스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바꾸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처럼 뉴스 편집을 포기하는 것과 동시에, 콘텐츠 유통 경로를 ‘다음’이라는 포털에서, 좀더 개인화된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환하는 계획이다. 이런 정책 변화는 포털의 생존과도 연관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뉴스가 첫 화면에 배치된 포털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 탓이다.

올드미디어의 ‘디지털 모범’이라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미 70종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처럼, 국내 주요 언론사들도 하나둘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용자의 성별·연령·관심사 등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에 따라 뉴스를 추천하는 포털과의 경쟁에서 올드미디어의 뉴스레터가 기대만큼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뉴스레터는 그 자체로 완결된 콘텐츠

또한 단순 유통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도 올드미디어의 과제다. “뉴스레터는 그 자체로 완결된 콘텐츠여야 하기에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링크만 찍어주는 형태로는 성공하기 힘들지만 올드미디어는 종이신문이나 방송을 주된 일이라 생각하고 남는 시간에 뉴스레터 같은 ‘뉴미디어’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도 그런 한계를 알기에 브랜드파워가 있어도 올드미디어가 뉴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미디어 스타트업 관계자)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21 정은주 편집장의 ‘뉴닉’ 인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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