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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간의 점입가경…추미애 vs 윤석열 제2라운드

법무장관·검찰총장 갈등에 진상규명 멀어져
등록 2020-07-05 02:44 수정 2020-07-05 02:5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검·언 유착 의혹이 보도된 지 100여 일 지났다. 3월31일 MBC는 채널A 법조팀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간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실체가 있든 없든, 검찰을 지렛대로 삼은 언론 취재 관행을 되돌아볼 기회였다. 그러나 석 달이 넘도록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제 식구 감싸기’ 위한 정치 검찰의 저항인가, 언론사 일탈을 빌미 삼은 윤석열 흔들기인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검·언 유착 의혹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의혹 규명의 주체와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언론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대검 중앙수사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지휘하는 3차장 검사,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내며 윤 총장과 함께 일해왔다. ‘검·언 유착 의혹을 누가, 어떻게 밝혀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최측근이 수사 선상에 오르자 윤 총장이 진상 규명 과정에 잇따라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새다.

4월 불거진 ‘감찰 논란’은 그 출발점이다. MBC 보도로 검·언 유착 의혹이 일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채널A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윤 총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문자메시지로 감찰 착수를 통보한 방식, 감찰 요건과 절차의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총장은 ‘녹취록을 살펴보는 등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감찰을 반려했다. 그리고 대검 인권부에 진상 조사를 맡겼다. 인권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7월 만들어진 조직으로, 대검 감찰부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측근 봐주기 위한 감찰 회피용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진상 규명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의 강제 수사에 맡겨졌다. 채널A 기자와 검찰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이 다수 접수된 까닭이다.

반면 언론사의 자체 진상조사는 알맹이가 없었다. 5월25일 채널A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회사의 조직적 개입을 부인하고, 사태를 기자 개인의 취재 윤리 위반으로 일단락지었다. 기자의 휴대전화·노트북이 포맷돼 한동훈 검사장과의 녹음파일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한 달 뒤 해당 기자는 해임됐다.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던 채널A 기자는 6월14일 검찰 기소 여부를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는 신속히 진행된 반면 나머지 사건 관계자 수사는 더뎌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브레이크가 걸렸다. 윤 총장이 수사자문단 소집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강행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윤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자,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 지휘를 맡기고 본인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 조처에 ‘측근 감싸기’ 비판이 다시 일자, 법무부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처하고 직접 감찰하겠다고 나섰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는 수사자문단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수사자문단이나 수사심의위원회는 구성이나 심의 방법은 다르지만, 둘 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둔 외부 기구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두 외부 기구에 검찰 수사 향방을 묻는 난맥상이 펼쳐진 셈이다. 각기 다른 결론이 난다면 수사는 혼선을 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사자문단 절차를 둘러싼 공방은 수사 독립성을 보장해달라는 중앙지검과 혐의 입증이 부실하다는 대검의 정면충돌로 번졌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고 윤 총장은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고 수사 지휘한 상태다.

갈등이 격화하는 사이, 검·언 유착 의혹의 진상 규명은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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