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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짚는 제주 제2공항 문제

공항 건설의 세 가지 쟁점… 코로나 시대 이후 쟁점화할 것은 ‘제주도의 환경수용력’
등록 2020-07-04 05:47 수정 2020-07-07 05:25
제주 제2공항 예정지. 김수오 제공

제주 제2공항 예정지. 김수오 제공

코로나19가 세계화·장기화하며 두 가지 명명법이 생겼다. 코로나 팬데믹과 코로나 시대. 이번 사태의 전지구성과 장기지속성을 각각 뜻한다. 코로나19는 국지적·일시적인 재난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활 조건을 바꿔놓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속적이고 지구적인 동인이 자리한다.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할 확률이 늘어나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병원균이 지구온난화에 적응해 진화함으로써 인간의 비교적 높은 체온이 방어막 구실을 하기 어려워졌고, 전염병은 세계 전역으로 퍼진다. 인류가 운명공동체이고 그 운명이 위기에 처했는데 그 주범이 인류 자신임을 알려준다. 각자의 일상이 심각해지고 잦아지고 길어지는 재난의 조건을 배양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극복해 각자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그 일상을 모두를 위해 저마다 바꿔나가야 함을 코로나 시대는 요구한다.

기본계획 고시 절차 남은 제2공항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삶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제주에서 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에선 제2공항 문제가 기로에 놓여 있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이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동의한다면 기본계획 고시 절차만이 남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7월2일부터 한 달간 매주 ‘제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공개 연속토론회’가 열리고, 이후 공항 건설의 향방을 정할 것이다. 토론회의 쟁점은 이것이다. 첫째, 항공 수요 증가에 따라 공항을 확충해야 하는가. 둘째, 기존 공항의 효율적 활용만으로는 부족하니 공항을 새로 지어야 하는가. 셋째, 그렇다면 성산이 신공항의 최적 입지인가.

셋째 쟁점부터 살펴보자. 2015년 11월10일, 국토부는 성산 지역을 제2공항 예정부지로 고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군과 공역(空域)이 중첩되지 않고, 기상 조건이 좋고, 환경 훼손이 타 지역에 비해 덜하며, 소음 피해 지역 거주민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후 네 가지 이유가 모두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성산의 예정부지는 군 공역과 중첩된다. 타 후보지와 달리 성산만이 안개 일수가 축소돼 기상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성산은 ‘오름의 보고’라서 공항을 지으면 대대적인 자연 파괴가 따른다. 이곳에는 여러 법정보호종이 살고 철새 도래지도 있다. 끝으로 성산의 소음 피해 지역은 실제보다 대폭 축소돼 평가됐고, 환경부가 이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개발 기본계획’에 대해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고 검토의견을 냈다.

코로나 이전에도 수용예측치 줄어

둘째 쟁점인 ‘기존 공항 활용 가능성’과 관련된 일이 이른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보고서 은폐 사건이다. 2015년 국토부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ADPi에 기존 공항의 활용 방안에 관한 용역을 맡겼는데, 정작 그 결과를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최종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2019년에야 정보공개 요구에 못 이겨 국토부가 공개한 이 보고서에는 기존 공항 개선으로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욱이 또 공항을 짓는다면 토지수용과 주민 강제이주가 불가피하고, 공항 건설과 연계도로 건설·확장에 따른 환경 훼손, 복수의 공항 운영에 따른 경제적 비효율성이 초래된다. 이미 2012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구상연구’도 “복수 공항은 제주 현실에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 시대에 공항을 더 짓겠다고 산을 깎고 땅을 파헤치고 농토를 밀어내는 데 수조원의 세금을 써야 하는가.

코로나 시대에 짚어야 할 가장 중요한 쟁점은 제2공항 문제의 발단이 된 ‘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다. 국토부는 항공 수요가 앞으로 4500만 명을 넘어서리라는 자체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금껏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현 제주공항 이용자 수는 현저히 줄었고, 항공업계와 관광업계의 장기 전망은 몹시 어둡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국책사업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국토부는 2045년 기준 수요예측을 4557만 명(사전타당성조사), 4043만 명(예비타당성조사), 3891만 명(기본계획)으로 줄였다. 애초 항공 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사업을 시작했음을 국토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 진정 쟁점화해야 할 것은 항공 수요가 ‘늘어날 것인가’보다 ‘늘어나도 되는가’이다. 대량 관광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개발하고, 더 많은 비행기가 성층권으로 날아올라 배기가스를 뿜어도 되는가. 현재 제주는 하수 처리 능력이 포화상태로 일부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 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많은 막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2019년 공개토론회에서 국토부 전진 사무관은 시민들의 추궁에 못 이겨 이렇게 실토했다. “항공 수요를 추정할 때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은 고려하지 않았다.”

“수요 추정에 환경수용력은 고려하지 않아”

이미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일단 시작된 국책사업은 자기 정당화 논리에 따라 진행 중이다. 대체 무엇이 제2공항 추진 이유로 남아 있단 말인가. 설마 국토부는 코로나 시대이니 국책사업을 통한 건설 경기 부양과 지역경제 회복을 강변할 셈인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다를 것이다.” 요즘 이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달라지는가다. 진정 코로나 시대로 들어섰다면, 시대가 바뀌었다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이 물음이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과연 ○○을 해야 하는가.” 특히 편익을 부풀린 사업타당성조사 위에서 추진해온 근시안적 개발사업을 되물어야 하지 않는가. 제주에서는 제2공항만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시대에 과연 곶자왈을 파헤쳐 동물원을 만들고(선흘 동물테마파크), 산을 깎아 카지노와 호텔을 지어야 하는가(송악산 뉴오션타운). 제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도 아니다.

코로나 시대에는 자신의 삶터에서 생태환경을 지키는 노력이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실천일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코로나 시대에 진정 중요한 함의다.

윤여일 제주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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