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성별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유니섹스’를 넘어,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가 유행이다. 패션 시장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사회문화적 개념으로도 확장 중이다. 과거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중을 향한 첫인사로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하지만 최근엔 성 구분이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인식돼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디어 서’(Dear Sir) 또는 ‘디어 마담’(Dear Madame) 같은 표현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소비자의 젠더 감수성이 예민해지면서 마케팅의 중요 전략으로 젠더리스 개념을 활용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신생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했다. 남녀 모두 동일한 디자인에 사이즈 차이만 있는 승무원 유니폼이다. 신발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상의는 와이셔츠 대신 반팔 티셔츠를 입는다.
젠더리스 유니폼 도입을 주도한 김상보 에어로케이 마케팅 본부장은 “복장에서의 성차별과 여성 승무원에 대한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기존 항공사들이 채택하는 몸에 붙는 치마와 구두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비상 상황에서 빠른 대처가 어렵다는 승무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외모 규정 기준도 새롭게 만드는 중이다. 안경 착용을 허용하고, 머리 모양 제한도 최소화한다. 화장 규정 역시 젠더리스를 내세우는 브랜드와 협업해 남성과 여성 모두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중이다. 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가져올 변화가 기대된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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