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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마스크 공포 넘버원

등록 2020-06-27 06:33 수정 2020-06-28 00:40
한겨레 김혜윤 기자

한겨레 김혜윤 기자

장시간 착용시 두통이 심해질 수 있다. 매일매일 사용할 경우, 만성적인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뇌졸중 전조 현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소 주의 깊은 관찰과 건강 관리가 더욱 요구된다. 목이 건조해지며 붓고, 열이 나고, 이통(귀 통증)과 요통 등 사지가 아파오며 구취로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저산소증으로 호흡곤란을 유발하고, 폭염시에는 온열질환이 더해져 근육 경련,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된다. 울긋불긋한 여드름으로 시작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마스크다. 6월11일,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던 중 쓰러져 끝내 사망했다.

마스크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니. 10년 넘게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바로 <위기탈출 넘버원>이다. 다종다양한 응급 상황을 소개해 시청자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프로그램이지만 ‘이승탈출 넘버원’이라는 애칭으로 더 친숙하다. 극히 드문 확률로 발생하는 사망 사건만을 골라 다루고 이것마저도 과장되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코털 뽑다가 사망, 선글라스 껴서 사망, 소변 보다가 사망 등 죽음에 이르는 전개가 어떠하든 그 시작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었다.

<위기탈출 넘버원> 상황을 희화화할 수 있던 것은 일상을 공포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걱정, 불안, 불편 등이 더해진 채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소재 고교의 영어 교사는 “마스크 쓰고 수업할 때마다 숨이 차올라 헉헉거린다”며 “쉬는 시간마다 아무도 없는 복도 끝으로 가 크게 숨을 내쉰다”고 했다. 비통한 죽음을 맞이한 뒤, 뒤늦게 교육청은 마스크 착용 예외 지침을 발송했다. 야외수업으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교사들의 시도도 소개되고 있다. 대전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는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사에게 투명 마스크를 지원했다. 청각장애 학생들은 교사의 입 모양을 봐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눈물 나는 노력으로 예외적인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 이승에선 당신들이 넘버원이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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