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은 그동안 초라했던 우리 사회 단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알고 있지만 외면해왔던 문제, 아는 것조차 노력하지 않았던 문제를 직면했다. 대표적으로 노인의 삶이다. 최근 출판된 <임계장 이야기>는 임씨 성의 계장이 쓴 게 아니라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은 노인이 종사하는 일자리의 비인격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멸시와 모욕을 느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비원의 죽음은 이 생생한 현실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이 일하는 돌봄노동자의 연령, 성별, 고용형태, 노동환경은 우리 사회가 돌봄을 철저하게 개인화한 결과, 빈곤이 여성의 얼굴을 한다는 것도 알게 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함께’ 위험에 처했고,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걸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곧 정부가 노인 일자리에 인건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빈곤이 해소되고 돌봄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것이 인간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목하는 것이 현재 가시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6월 3차 추경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의 단기 고용 창출에서 벗어나 일과 자리의 상호성처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일자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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