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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총선 뒤 바뀐 것은

등록 2020-05-02 05:42 수정 2020-05-02 19:29
연합뉴스

연합뉴스

정가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여전히 김종인씨다.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다. 미래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 날 는 인터넷판 기사에 ‘중진들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란 제목을 달았다. 당권을 염두에 둔 중진들이 김종인씨가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을 못하게 하려고 8월 말 전당대회를 규정한 당헌 부칙 조항 개정을 무산시켰다는 시각이다. 김종인씨는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은 안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미래통합당의 남은 지도부는 김종인씨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보겠다고 한다. 원내대표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김종인 비대위로 당 위기를 수습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종인씨도 “나는 자연인”이라고 말하나 뜻을 완전히 거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이 소동으로 ‘김종인 비대위’의 정치적 효력은 반감된 게 아닌가 한다. 상임전국위 전에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도 김종인 비대위로 가자는 의견이 다수이긴 했지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잖아도 공천권도 없고 대권 주자도 아닌 비대위원장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판국이다. 당내에 넓은 공감대가 있어도 될까 말까다.

바닥 밑에 또 다른 바닥이 있다. 기왕 바닥 도달 기록을 경신할 거라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노선 논쟁을 본격화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미래통합당은 겉으로 수도권, 중도, 젊은 세대를 향해 가자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사실 백가쟁명의 상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지급하는 걸 용인하겠다는 투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규정하는 사람도 있다. 색깔론과 국가주의로 승부를 겨루는 정치관과 결별한 결과가 정책적 중도화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시장원리주의인지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번 총선으로 마치 진보의 시대가 온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시장주의 선호가 담론으로서 위력을 유지하는 현실이 그렇다. 이게 ‘공정성’ 갈망과 결합하면 ‘안보-보수’의 힘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보수정치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기존 복지제도를 대폭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 ‘우파적 기본소득’ 역시 보수정치 부활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 김종인씨가 ‘40대 경제전문가’로 언급해 새삼 주목받은 김세연 의원(미래통합당)은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 인물이다.

자기혁신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보수정치뿐만이 아니다. ‘김종인 소동’으로 주요 뉴스에선 조금 밀려난 모양새지만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양정숙 당선자 사례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은 개혁을 말하는 정치세력도 스스로 뜯어고칠 필요가 여전히 있음을 실감케 한다. 선거를 앞두고 사건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두고 여야가 입씨름을 벌이지만,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여당이 부동산 부자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기득권 남성의 정치세력처럼 비친다는 점이다. 이런 사건들은 보수정치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근거로 소비될 것이다. ‘기득권이 아닌 개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는 앞으로의 숙제다. 숙제는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마치는 게 좋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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