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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기사 안전벨트 풀어버린 지노위

프리랜서 기사가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허술한 법리로 “노동자 아니다”
등록 2020-02-08 05:55 수정 2020-05-06 06:33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운전기사 곽아무개씨가 자신을 프리랜서로 채용한 용역업체 ㅎ사, 타다 앱을 운영하는 VCNC, 타다 차량을 제공하는 쏘카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2019년 12월26일 각하했다. 타다 기사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은 검찰이 타다를 무허가 여객운송사업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플랫폼노동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거져 판정 결과 역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지노위의 판정은 법리 판단은 물론 사실관계 인정까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인다. 지노위의 판정문과 제출된 서류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판정의 문제점을 짚는다.

노무 형태 아닌 “나는 프리랜서” 글로 판단

곽씨는 2019년 5월13일 타다에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ㅎ사와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주말에만 서울 양천구의 한 차고지를 기반으로 하루 10시간씩 타다를 몰았다. 그러나 ㅎ사는 2019년 7월15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타다 본사에서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부득이하게 인원 감축을 진행하게 됐다. 아쉽게도 함께 가지 못하는 분들은 양해 바란다”며 곽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기사 80여 명 중 22명만 ‘함께 가게’ 됐다. 그 기준은 ‘주 6일, 주 5일 근무자 위주’였다. 쏘카에서 시간당 1만1천원을 받아, 기사들에게 1만원을 떼주고 남는 돈을 수입으로 챙기는 ㅎ사 처지에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기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는 일할 수 없게 된 곽씨는 단체대화방에 프리랜서 계약과 근로계약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우리는 근로자 혜택을 포기하고 그들이 필요로 해서 채용된 당당한 프리랜서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글은 지노위가 곽씨를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첫 번째 사유가 됐다. 지노위는 “곽씨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곽씨는 2월5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애초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일하다가 수십 명의 동료들이 계약 해지된 것이 억울해서 올린 글이다. 그때만 해도 4대 보험이 안 되면 프리랜서인가보다 생각했다. 운전만 하는 사람이 프리랜서가 뭔지 근로자가 뭔지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겠나. 그런데 이제 와서 ‘프리랜서가 원래 이런 건지 몰랐냐’고 한다. 이런 모든 상황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계약한 것도 아니고, 그런 글을 올린 것도 아니다”라고 허탈해했다.

한국의 대법원은 물론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동자 지위를 판단할 때 “당사자 간 계약을 무엇이라고 인식하였는지나 계약에 붙인 명칭 등에 관계없이 노무 제공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곽씨가 계약 당시에 프리랜서라고 인지했더라도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노위는 신청인이 노동자임을 주장하는 사건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했으니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선언해버렸다.

지노위는 “노무 제공을 원하지 않는 곽씨에게 쏘카·VCNC·ㅎ사가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었고, 곽씨가 운전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경우 요일·시간·차고지를 선택해 근무를 신청할 수 있었으므로 곽씨가 쏘카·VCNC·ㅎ사에 구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외에는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원하는 날에만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나 시간제 노동자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는 원하는 날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지노위의 논리에 따르면, 자신이 남는 시간에 일했으면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봐야 한다는 뜻이 된다.

타다 차량이 서울 광화문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타다 차량이 서울 광화문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타다의 지시도 “지휘·감독 아니다”

특히 곽씨와 ㅎ사가 맺은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이 ‘계약 해지 때까지’로 규정됐고, 해지 사유에는 ㅎ사가 밝힌 ‘타다 본사의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감축’ 같은 사유는 없다. 오히려 프리랜서 운전기사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운행 스케줄을 자주 변경할 때”가 계약 해지 사유로 언급됐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근무일·시간·장소를 최종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쏘카·VCNC·ㅎ사라면 (노동자성 판단 근거가 되는) 지휘·감독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타다 기사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타다 앱으로 지시받고 이동하며, 타다 앱이나 용역업체들을 통해 기사들에게 지시한 내용에 대해서도 지노위는 지휘·감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사유는 “일반택시운송사업과 구별되는 타다 서비스의 차별성 부각 및 이미지 제고, 성실하고 안전한 차량 운행의 유도, 운전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의 정확한 정산 등을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타다 쪽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타다 기사들은 타다 앱이 지정한 장소에서 승객을 태워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이 호출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고, 승객호출이 없을 땐 앱이 지정하는 지역으로 이동을 지시받는다. 승객은 차량에서 내린 뒤 기사에게 별점을 주고, 이 별점은 기사의 운행실적(매출)과 맞물려 기사 등급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VCNC는 기사 개인별로 지각 여부, 대기지 이탈, 고객 부여 별점, 매출 등을 종합 관리하면서 특정 기사가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용역업체를 통해 교육 결과와 사유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한겨레21>이 ㅎ사와 같은 다른 용역업체를 취재해 밝힌 것이다.(<한겨레21> 디지털기사 ‘세상이 환호하는 타다의 혁신, 불법파견에서 나왔나’ 참조)

그러나 VCNC가 지노위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VCNC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VCNC는 프리랜서 기사의 출퇴근을 일절 관리하지 않는다. 누가 출근하는지 알지 못하며 관심도 없다” “(기사의) 승급 및 임금 책정과 관련해 VCNC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특정 기사를 대상으로 재교육·징계를 하지 않는다. 소속 회사에 재교육을 요청하는 경우는 적법한 계약 이행이나 이용자의 불만 해결을 위한 부분 때문이다. 실제 VCNC는 재교육 자료 및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고 있지도 않다” 등이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채권추심원을 비롯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은 업무매뉴얼·PDA(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지휘·감독 요소로 인정하는 수많은 판결을 내놓았다. 게다가 타다가 서비스 차별성 등을 부각하기 위해 이런 감독을 했다면, 타다 기사들의 노무 제공이 타다 사업의 주요 내용을 이루는 ‘사업 편입성’에 해당해 노동자성의 징표가 된다”고 밝혔다.

“타다 기사가 어떻게 사업자인가”

타다 기사의 노동자성과 관련해 강력한 근거가 됐던 시급제에 대해서도 “운전자 알선을 포함해 타다 차량을 임차한 고객이 당연히 내야 할 대가의 일부에 해당할 뿐이고, 노동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지노위는 판단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배달대행업체 ‘요기요플러스’의 배달기사들을 근무시간이 정해졌고 시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라 봤는데, 지노위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노동의 대가임을 부인한 것이다.

노동법뿐만 아니라, 여객운수사업법에서도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이 판정문에 등장한다. 지노위는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 “(기사가) 고객과 협의를 통해 운행경로를 택하는 등 차량 운행에 지배권이 있었고, 교통법규 위반, 교통사고 등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부담했다”는 점을 들었다. 고객과 협의해 운행경로를 선택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자인 법인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타다가 공급받은 기사에게 차량 운행지배권이 있다는 판단은 ‘타다는 렌터카이므로 운행지배권이 차량을 빌린 승객에게 있다’는 기존 타다의 논리와도 배치된다. 검찰은 운행지배권이 타다에 있다는 점을 들어 타다 서비스 자체를 ‘무허가 여객운송사업’이라고 판단해 기소한 바 있다.

지노위의 판정은 노동자 개인의 ‘구제’를 위한 행정심판 성격으로 그 결과가 타다 기사 전체에 미치는 것은 아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도 가능하며 이와 별도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노위 판정은 결과에 대한 당부는 뒤로 미루더라도 논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두섭 변호사는 “대법원은 노동자성을 판단할 때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같은 ‘사업자성’을 중요한 판단 지표로 삼는데, 이번 판정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쏘카 소유 차량으로 타다의 지시에 따라 운행하는데 기사가 사업자로서 어떤 특징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애림 연구위원도 “기사 본인이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고 인식했고, 주말에 타다 업무를 하는 ‘부업’이었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정한 것은,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복수의 사용자를 위한 노동을 해야 하는 신종 불안정노동자(이른바 ‘N잡러’)의 현실을 외면하고, 이들의 노동을 (손쉽게 사고파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플랫폼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VCNC “괴롭힐 목적으로 구제신청 해”

VCNC는 프리랜서 기사들의 노동자성이 논란이 되자,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기사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근무형태를 바꿔왔다. 유급 휴게시간을 없애고, 인센티브 체계를 변경했다. 특히 VCNC는 지노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기사들이 호출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거나 출근하지 않았는데도 출근했다고 거짓 보고하는 행위에 대해선 업무방해와 사기로 형사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또한 곽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체를 “타다 서비스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에 편승해 쏘카와 VCNC를 괴롭히고자 제기한 것”이라며 곽씨가 <한겨레21>과 정의당에 자신의 문제를 제보한 것을 두고도 “지노위를 이용해 타다 서비스와 관련한 정치·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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