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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IBS 단장, 수사 2년 반 만에 불구속 기소

2018년 <한겨레21> 단독 보도한 ‘유전자가위 특허기술 헐값 이전’ 혐의로 기소
등록 2020-01-11 06:02 수정 2020-05-02 19: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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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인 김진수(54)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전 서울대 교수·사진)이 유전자가위 특허 헐값 이전 문제로 재판받게 됐다. 1월7일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는 김 단장 등 2명을 업무상 배임 및 사기 혐의로 1월2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학계 전문가들 탄원서 제출”

김 단장은 서울대 교수로 있던 2010~ 2014년 무렵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 29억원을 지원받아 발명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기술 3건을 툴젠의 연구 성과인 것처럼 꾸며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툴젠으로 헐값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툴젠은 김 단장이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회사다. 유전자가위는 세포 내 유전정보를 교정하는 기술로 난치병 치료 등에 이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

김 단장은 또 서울대와 기초과학연구원에 근무하면서 발명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기술 2건에 대해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고 툴젠 명의로 특허를 출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툴젠의 이사(39) 1명도 김 단장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밝힌 혐의는 2018년 9월7일 이 처음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취재진은 이 사실을 제보받은 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서울대와 한국연구재단의 내부 자료를 입수해 기사를 썼다. 경찰이 앞서 2017년 7월 이 사건의 수사에 착수하고도 서울대가 자료 협조에 응하지 않자 속도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보도 직후 서울대와 툴젠은 각각 “‘특허 빼돌리기’는 사실무근”이며 “수천억원대 가치의 기술을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라고 반박 자료를 냈다.

하지만 보도가 나온 뒤 서울대가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특허 이전 과정에서 직무발명 관련 업무 처리 부적정, 위원회 운영 부적정, 기술이전 업무 처리 부적정, 민원 처리와 대응 조처 지연 등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외부 법무법인에 용역을 맡겨 받은 보고서에서도 “툴젠이 단독 명의로 특허를 출원한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이 2018년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 툴젠 내부 문건을 입수하는 등 후속 보도를 이어가자, 서울대와 툴젠은 유전자가위 특허와 관련해 재협상에 나섰다. 2019년 9월 툴젠은 서울대에 주식 3만 주를 추가 기부하고, 주요 제품의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김 단장 변호를 맡은 권익환 변호사는 1월6일 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제기된 의혹 중 상당 부분은 서울대, IBS 측과 합의 중이기 때문에 충분히 소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 “개인의 일탈 아냐”

박용진 의원은 1월8일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교육부, 서울대, 한국연구재단 모두 이 사건에 대해 몰랐거나 알고도 사실상 방조”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담당자의 방기나 직무유기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교육부 등이 발명과 특허 등 연구관리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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