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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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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윤-소윤’ 견고한 독식 깨지다

윤석열 총장 취임 뒤 요직 휩쓸어…

청와대, ‘윤 사단’ 해체 없이 검찰개혁 불가능 판단
등록 2020-01-11 14:36 수정 2020-05-03 04:29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월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월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번 검찰인사(검사장급)에서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조국 가족 비리’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이끄는 박찬호도 아니다.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된 윤대진 검사장이다. 그는 최근 수사와 전혀 무관한 수원지검장이었는데도 한직으로 밀려났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의 좌천과는 성격이 다르다.

윤대진-박형철 라인에 포획

윤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별한 사이다. ‘대윤’(윤 총장)과 ‘소윤’으로 불리며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삼성 비자금’ 수사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둘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발탁되면서 검찰 실세로 군림했다. 윤 검사장은 검찰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검찰국장을 맡는 동안 윤 총장의 뜻대로 검찰 인사가 이뤄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석열 사단’의 검찰 장악에 일등공신인 셈이다.

윤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 때 ‘운동권 경험’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도 대학 때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다. 이런 인연으로 윤 검사장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가교 역할을 했다. 검찰을 전혀 모르는 조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윤 검사장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사 배제’ 기조에 따라 검찰 출신이 거의 없었다.

유일한 검찰 출신 비서관인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윤 사단’의 핵심 멤버였다(그는 ‘유재수 사건’ 수사 때 검찰에 나가 조 전 장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니 그가 ‘윤 사단’의 약진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결국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윤대진-박형철’ 라인에 포획돼 있었던 셈이다.

그 폐해는 엄청났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때 1, 2, 3차장을 모두 자신의 ‘수하’들로 채웠다. 인사제청권자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물론 자신의 상관인 문무일 검찰총장도 안중에 없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그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만큼 ‘윤대진-박형철’의 말발이 잘 먹힌 것이다.

윤 검사장의 활약은 이후 검찰총장 인사 때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박형철 전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와 여당 안에 있었던 ‘윤석열 반대’ 기류가 여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힘썼다. 여론의 지지가 높고 검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윤 총장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논리를 댔다. 당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 반대론을 차단하기 위해 여당은 윤 검사장이, 청와대는 박 전 비서관이 전담해서 뛰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윤 총장이 같은 날 오후 추 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법무부 로 들어가고 있다.

윤 총장이 같은 날 오후 추 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법무부 로 들어가고 있다.

“윤 총장이 장관 명 거역” 항명 못박아

2019년 7월 윤 총장 취임 이후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윤 사단’의 약진이 절정에 이른 것을 보여준다. 이 인사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경질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 총장의 사전 조율을 거쳐 만들어졌다. 하지만 조율은 허울일 뿐 실상은 윤 총장의 뜻이 그대로 관철됐다. 그 결과 ‘적폐 수사’에서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춘 멤버들이 요직을 휩쓸었다.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윤 총장의 직속 참모로 선택된 한동훈과 박찬호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진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윤 사단’에 속한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3·2·1차장, 반부패부장 등 주요 보직을 ‘독식’했다.

윤대진 검사장은 당시 검찰국장에서 수원지검장으로 전보됐는데, 검사장 인사안을 밀봉해놓고 수원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명목은 ‘보안을 유지한다’는 것이었지만, ‘윤 사단’을 대거 요직에 임명한 인사안을 후임자가 바꾸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는 말이 나왔다. 이 인사안은 그대로 관철됐다. 인사가 단행되자 법조계에서는 특정 인맥의 검찰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윤 총장과 ‘윤 사단’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조국 가족 수사’가 시작됐을 때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수사에 착수한 것을 ‘윤 사단’이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안에서 ‘윤대진-박형철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윤 사단’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검찰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법무부에 이런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격적인 ‘물갈이’ 인사에 윤 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란’(檢亂)의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다수 검사들은 검사장 인사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일부 잘나가는 검찰 간부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일선 검사들은 자기가 맡은 사건을 처리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대검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을 위반했다’고 항의만 했을 뿐 집단 반발의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추 장관은 1월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윤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6시간 동안 기다렸으나 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는 등 관례에 맞지 않는 요구를 했다. 윤 총장이 장관인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윤 총장 불신임 배제” 검찰 달래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1월2일 신년합동인사회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헌법상 권한을 다하겠다”며 검찰에 대해 강도 높은 물갈이 인사가 있음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는 윤 총장도 참석했다. 일찌감치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1월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불신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검찰을 달랬다.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인사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조국이 해내지 못한 윤석열과의 ‘환상의 조합’을 추미애 장관에게 기대하고 있는 걸까.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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