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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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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이 가짜뉴스 신고부터 검증까지

임순혜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내년 2월 ‘개미체커’ 오픈 예정
등록 2019-12-16 02:13 수정 2020-05-0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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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가짜뉴스 검증 온라인 플랫폼이 생긴다. 그동안 한국에서 가짜뉴스 선별이나 팩트체크는 주로 언론사가 맡았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가 중심이 된 가짜뉴스 검증 플랫폼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교·시민사회·언론운동계 30개 단체는 12월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어, 가짜뉴스 검증 플랫폼인 ‘개미체커’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원회의 모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다. NCCK 언론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가짜뉴스 대응 전담팀을 꾸려 가짜뉴스 체크센터 설립을 준비해왔다. 종교·시민사회·언론운동계에 연합을 제의했고 현재 동아투쟁위원회, 미디어공공성포럼,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민주통일평화포럼,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인권센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 사회위원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30개 단체가 추진위원회에 들어왔다.

임순혜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사진)은 “현재 발기인 모집 중이며, 내년 2월 개미체커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 목적은 가짜뉴스를 잡아내서 색출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해독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12월9일 서울 광진구에서 임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리꾼 수사대’ 충분한 능력 있다”

Q. 가짜뉴스 체크센터와 개미체커가 무엇인가.
A. 가짜뉴스 체크센터는 날로 심각해지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종교·시민사회·언론운동계가 뜻을 모아 만든 단체다. 현재 추진위원회 단계로, 참여단체와 발기인을 모집하고 있다. 모금액이 어느 정도 되면 사단법인으로 전환할 생각이다. 가짜뉴스 체크센터는 센터장 1명, 상근자 2명 정도인 가벼운 구조로 가려고 한다. 개미체커는 가짜뉴스 체크센터에서 만들 예정인 온라인 서비스(모바일 웹)의 이름이다. 누리꾼들이 집단 지성을 모아 가짜뉴스를 신고하고 검증하는 플랫폼이다. 개미체커에서 ‘개미’는 시민을 뜻한다.

Q. 누리꾼이 가짜뉴스를 신고하면 가짜뉴스 체크센터가 검증하는 건가.
A. 그렇지 않다. 누리꾼이 신고부터 검증까지 주도한다. 가짜뉴스 체크센터는 판을 깔아주고 도울 뿐 개입은 최소화하려 한다. 다만 누리꾼들이 개미체커에서 갑론을박을 시작하면, 우리가 위촉한 전문위원들이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은 할 계획이다. 또한 ‘이주의 가짜뉴스’를 뽑아 시상하고 언론에 브리핑하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홍보할 계획도 있다.

Q. 누리꾼이 어떻게 가짜뉴스를 검증할지 궁금하다. 전문성 없는 누리꾼이 무슨 자격으로 가짜뉴스를 검증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A. 누리꾼은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누리꾼 수사대’가 전문가나 기자들이 못 찾는 자료를 발굴하기도 한다.

Q. 한 주제에 대해 가짜다 진짜다 논쟁이 붙을 수도 있는데, 보는 사람에겐 혼란이 오지 않을지.
A. 명확한 사실은 드러날 것이다. 100% 가짜뉴스는 없다. 논쟁을 거치며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 어느 부분이 부풀려졌는지 판명될 것이다. 개미체커는 ‘사실-거짓’ 이분법으로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않는다. 가짜뉴스에서 어느 부분이 사실인지,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 팩트체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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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언론 뉴스도 검증

Q. 주로 어떤 가짜뉴스를 체크할 것인가.
A. 모든 영역이다. NCCK가 처음 가짜뉴스 체크센터 설립을 준비하다보니, 기독교 관련 가짜뉴스를 검증할 계획이냐고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렇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네티즌이 원하는 모든 가짜뉴스를 신고하고 검증하면 된다. 기성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도 검증 대상이다. 시민들이 체크하면 기자들도 함부로 못 쓸 것이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은밀히 돌아다니는 가짜뉴스도 엄청나게 많다. 음지에 있는 가짜뉴스를 양지로 끌어올리려 한다.

Q. 왜 가짜뉴스 체크센터를 만들려 했나.
A. 가짜뉴스가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소비하고 자신의 진영을 굳히고 있다. 우리는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 가짜뉴스, 엄격히 말해 허위 조작 정보는 없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가짜뉴스를 잡아낼 수는 없다. 시민들이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해독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다. 개미체커를 만든 목적이다.

Q. 시민들이 개미체커에 자발적으로 참여할까.
A. 재밌으면 많이 참여할 것이다. 회원 등급제 등 재미를 느낄 만한 장치를 여럿 마련해뒀다.

Q. 우려하는 점은.
A. 집단 공격이다. 특정 집단이 한꺼번에 들어와 점령하는 것이다. 다른 온라인 사이트처럼 개미체커에도 몇 가지 제한장치는 있다. 회원 가입 뒤 며칠이 지나야 글을 올릴 수 있고, 한 사람이 올리는 게시글 수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기본적으로 사이트 자정 능력을 믿기로 했다.

자정 능력을 믿는다

Q. 가짜뉴스 체크센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A. 현재는 재원이 전혀 없다. 1만원 이상 내면 발기인이 될 수 있다. 이들로부터 4천만원을 모아 2020년 2월 개미체커를 열 예정이다. 계산해보니 1년 예산이 1억~1억5천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개미체커를 오픈하면 사이트에 광고도 가능하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다. 가짜뉴스 검증 사이트로 공인받으면 구글에서 지원금이 나오더라.

Q. 가짜뉴스에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A. 명백히 드러난 허위 조작 정보는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다. 새로운 규제는 필요 없다. 가장 좋은 건 자정 작용이다. 시민들이 스스로 사실을 검증하는 눈을 가지면 가짜뉴스는 횡행할 수 없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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