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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만의 저스티스 리그, 자칭 히어로

설렁썰렁
등록 2019-10-26 06:58 수정 2020-05-02 19:29
한겨레 김창광 선임기자

한겨레 김창광 선임기자

미국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이 한 팀을 이루는 만화 가 있다면 맞수 DC코믹스에는 (슈퍼맨·배트맨·아쿠아맨·원더우먼 등)가 있다. 둘 다 영화로 제작돼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한국 정치도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를 유난히 사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초 외부에서 영입한 새 얼굴들(김병관·표창원 의원,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을 어벤져스라 부르고 선거 캠페인에 활용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저스티스 리그가 출범했다. 누가 슈퍼맨인지, 배트맨인지 모르겠으나 자유한국당은 9월26일 ‘공정으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당내 기구인 저스티스 리그를 출범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불거진 불공정·부정의를 규명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단다. 출범 뒤 입시제도 문제를 두고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청진기 투어)를 두 차례 진행했다. 그 밖에 이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한 일은 무엇일까?

한국당은 10월22일 의원총회에서 조 전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팀 14명에게 표창장과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줬다. “아무개 의원은 조국 TF 위원으로서 공직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데 기여가 커 이를 표창한다”는 내용의 상장을 받은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꽃이 번졌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수사 대상 의원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는 것을 검토하자”는 의견(나경원 원내대표)이 나오기도 했다. 10월24일 황교안 대표는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 대해 상응하는 평가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지난 4월 여야 4당이 선거법·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했고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여야 의원 109명이 폭행·특수감금·공무집행방해·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수사와 재판으로 시시비비를 따져야겠지만 ‘동물국회’를 만들고 국회법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선 이들에게 ‘상’을 준다는 것이다.

슈퍼히어로가 ‘정의의 수호자’가 되려면 팀 동료에게 의리를 지키기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당 ‘히어로’들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10월24일치 보도를 보면 자유한국당 강남을 당협위원장에게 “조국 물러난 걸 갖고 대단한 성취랍시고 희희낙락하는 걸 보니 암담함을 느낀다” “상을 주려면 광화문 집회에 나온 애국 시민들한테 줘라” 등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져도, 한국당 지지로 옮겨가지 않는 냉정한 현실을 우려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다.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부여도 당 안팎의 비판에 맞닥뜨리고 있다.

저스티스 리그 구성원인 배트맨은 3부작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의인지 끊임없이 성찰한다. 무늬만 정의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면, 한국의 ‘자칭 히어로들’은 배트맨의 태도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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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 동생 옥자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옥자는 미자의 돼지 동생이다. 뚱뚱하다는 게 아니라 진짜 돼지다. 10년간 동고동락했다. 할아버지와 살면서 또래 친구를 본 적 없는, 미자에게 옥자는 소꿉동무이기도 했다. 마음속 비밀도 옥자에게 다 이야기했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 커져서 보통의 돼지가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미자는 옥자가 더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옥자는 미자가 산에서 미끄러져 위기에 빠졌을 때 그 둔중한 몸을 던져 구해냈다. 너무 잘 자란 ‘슈퍼돼지’ 옥자를 다국적기업 미란도가 데려가고, 미자는 옥자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영화 (사진)의 줄거리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방역 당국은 돼지열병 감염 지역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살처분된 돼지는 37만1455마리에 이른다. 9월24일 돼지열병이 확진되면서 농장의 모든 돼지를 처분한 인천 강화군에서는 돼지농장이 아닌 가정집에 ‘애완용’으로 키우는 돼지가 있었다. 주인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강화군은 여러 번 설득에도 돼지를 내줄 수 없다는 주인에게 대항해 행정대집행을 해서 돼지를 안락사시켰다.
이들 ‘반려돼지’만 특별할까? 모든 포유류에는 변연계가 있다. ‘포유류의 오래된 뇌’로 불리며 포유류 진화와 함께 발달했다. 편도·시상하부·해마로 구성됐고 개·고양이·고래·호랑이뿐 아니라 포유류라면 모두, 그러니까 돼지에게도 존재한다. 변연계는 공포·분노·애착·기쁨·슬픔 등 ‘정서적 반응과 행동’을 맡으며, ‘모성애’를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이 뇌의 역할이다. 2월 가 보도했던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에서 살처분을 했던 공무원은 이런 말을 했다. “한 달 정도 된 송아지가 어미 소를 따라 나오더라고요. 수의사가 어미 소에게 주사를 놓는데 송아지가 어미 젖을 계속 빨고 있어. 그랬더니 30초가 지났는데도 어미 소가 안 쓰러지고 계속 서 있는 거예요. 4분 정도 지나고 송아지가 젖을 먹을 만큼 먹고 입을 떼니까 그제야 어미 소가 푹 쓰러지더라고.”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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