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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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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자 가족의 수상한 행동

중국에서 온 전능신교 신자 가족,

거짓 정보 유포하고 난민 반대 여론 부추겨
등록 2019-08-02 01:42 수정 2020-05-02 19:29
7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능신교 신자의 가족 25명이 ‘중국 사이비 전능신교 피해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찾기 집회·시위를 열었다.      이재호 기자

7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능신교 신자의 가족 25명이 ‘중국 사이비 전능신교 피해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찾기 집회·시위를 열었다. 이재호 기자

“우리 가족은 난민이 아니다. 중국으로 가족을 돌려보내라.”

7월22일 월요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한국으로 망명 신청한 전능신교 신자 16명의 가족 25명이 ‘중국 사이비 전능신교 피해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찾기 집회·시위를 열었다.

피해자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류센카이는 “아들과 며느리가 집을 떠난 지 15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전능신교가 우리 가족을 완전히 파괴했다. 집에 어린 손자가 매일 부모를 찾는 걸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 네 아들에게 연락 한번 하렴”이라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들 부부가 전능신교에 심취해 가족을 버리고 중국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중국에선 종교 자유가 있지만 사이비 조직인 전능신교가 신자들을 한국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능신교 신자인 이혜(왼쪽)와 자즈강.

전능신교 신자인 이혜(왼쪽)와 자즈강.

“아버지가 중국 정부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능신교 난민 신청자들 이야기는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과 달랐다. 류센카이의 아들 류야난(34)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난 5월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와, 어머니·아들과 함께 한국에 오겠다고 해서 언제든지 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청와대 집회에서 나하고연락이 안 된다고 해 황당하다. 지난번 아내와 함께 잘 살고 있는 영상을 찍어서 부모님께 보냈을 때는 ‘다행이다’라고도 했다. 우리를 송환하려는 중국 정부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번 피해자 가족들이 찾는 전능신교 신자 중에는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중국 드라마 출연자도 있었다. 에서 임금 역을 맡은 자즈강(47)은 중국 관영방송 에서 일하던 아내 이혜(36)와 함께 전능신교를 믿다가 2014년 중국 산둥성 자오위안에서 일어난 ‘맥도널드 살인사건’ 이후 당국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한국으로 왔다.
이번에 피해자 가족으로 온 이수고(61)는 이혜의 아버지다. 자즈강 부부는 이수고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7월21일 인천공항으로 마중 나갔지만 아버지는 딸을 보고도 반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즈강은 “지난해 동생과 누나가 한국에 와서 만났는데, 아버지는 딸 부부를 찾으러 왔으면서 집으로 가자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공항에서 만났는데도 저렇게 청와대 앞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외치는 걸 보면 가족을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집회·시위를 하러 온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판관 포청천에서 임금역을 맡았던 자즈강의 모습.

판관 포청천에서 임금역을 맡았던 자즈강의 모습.


한국 난민법 남용하고 법조 브로커와 결탁?

피해자 가족 대표단이 작성해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성명서에는 “난민 자격을 신청하는 외국인은 한국 정부로부터 6개월 동안 한 달 30만∼40만원의 체류비를 받을 수 있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150만∼300만원의 소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전능신교 신자들은 한국의 난민법을 남용하고, 법조 브로커와 결탁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능신교 난민 신청자 1천 명 중 체류비를 지원받은 사람은 극히 일부며, 행정소송비를 지원받은 사람은 없었다. 전능신교 관계자는 “중국은 난민 신청자의 가족을 동원해 한국에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난민 반대 여론을 부추겨 중국으로 전능신교 신자들을 송환하려는 노력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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