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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당 천막은 단두대가 지킨다?

설렁썰렁/ 조원진 의원 ‘박원순 단두대’ 발언 논란
등록 2019-05-18 07:52 수정 2020-05-02 19:29
한겨레 백소아 기자

한겨레 백소아 기자

“서울시가 대한애국당의 ‘광화문 천막’을 강제 철거하려고 시도할 경우 광화문광장에 박원순 서울시장 단두대를 설치하겠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5월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기습적으로 설치한 광화문 천막을 지키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조 대표의 강경한 태도는 이날 오전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의식한 것이었다. 박 시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에서) 기본적으로 정치적 목적의 행사를 열거나 텐트를 치는 것이 불법이다. 그야말로 불법점거이기 때문에 행정대집행을 해서 철거하는 수밖에 없다”며 “세월호 천막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합의에 따라 범정부적으로 허용한 천막으로, 세월호의 비극과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한애국당은 5월10일 저녁 7시께부터 광화문 이순신 동상 부근에 2평 남짓한 천막 두 동을 기습적으로 설치하고 장기농성에 들어갔다. 조 대표는 “2016년 광화문광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포승줄에 묶인 조형물, 단두대, 비아그라 소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구치소에 갇히는 퍼포먼스 등 그야말로 저주의 굿판이 난무했다. 이런 세력을 옹호·지원한 박 시장이 이제 와서 대한애국당 텐트 강제 철거 운운하는 것은 좌파들의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주장했다.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경우와 문화·예술 진흥 등 공익을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사전 신청과 사용료 부과를 면제한다고 정했다.

5월1일에는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맞서 광화문광장에 농성천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이 조례에 따라 한국당의 농성천막이 정치적 목적이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고, 한국당은 전국 장외투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애국당은 세월호 천막과 자신들이 설치한 천막이 다르지 않다고 여론에 호소하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천막을 설치할 때는 박근혜 정부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세월호 희생자들의 장례의식과 관련된 편의 제공과 유족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1개동의 천막을 설치했고, 세월호 유가족이 사전 허가 없이 설치한 3개동 천막에는 변상금을 부과했다.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세월호 천막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애국당도 천막에 ‘3·10 태극기 애국열사 희생’이라는 팻말을 붙여놓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자 규탄 집회를 하던 중 행사용 스피커에 머리를 맞고 1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심장 이상으로 2명이 숨졌다. 인지연 애국당 수석대변인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날 파면 선고 현장에서 경찰에 떠밀려 사람이 죽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이분들이 국립묘지 안장까지 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이 배우의 비트


영화 , 민수의 웃는 울음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김용민 SNS갈무리

김용민 SNS갈무리

다행이다. 안 웃은 나만 ‘불편러’가 아니어서. ‘버닝선대인’ 얘기다. 언어유희의 핵심은 라임과 타이밍이지만 그만큼 공감도 중요하다. 나만 이 타이밍에서 이 라임에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4차원이었으면 정말 억울할 뻔했다.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선대인 경제평론가 진행하는 새 프로그램 이름이 5월15일 에서 으로 바뀌었다. 권김현영 여성학자 등의 문제제기 이후 김용민씨가 페이스북에 “생각이 짧아 여러분께 걱정을 끼쳤다”고 사과하고 시정했으니 논란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한국 사회, 더구나 공론의 장에서 ‘반성’은 드문 풍경이라 논란 당사자가 공개 사과에 정정까지 하면 ‘태도’ 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의 페북에 달린 “불편러들이 또…ㅋㅋ” “여기도 시어머니 많으시군요 ㅋ” 같은 댓글을 읽다가, 몇 차례 논란이 됐던 김용민씨의 과거 팟캐스트 방송 음담패설이 떠올랐다. 그래서 정색하고 묻고 싶어졌다. 사회적 맥락을 도외시한 부적절한 말장난이 정말 재미있느냐고.
‘버닝썬 게이트’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은 실로 충격적이다. 직원과 VIP 고객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약물 성폭력과 성매매 사건이 벌어졌다. 한류 스타라는 자들이 성폭행도 모자라 불법 촬영 영상을 ‘ㅋㅋ’ 공유했다.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함께 발 딛고 사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소름이 끼칠 법한 중대 형사사건이다. 웃음 나는 대목이 없다. 더구나 가해자와 경찰 등 풍자 대상이 아닌 자기 프로그램 이름에 ‘버닝썬’을 조합한 걸 보면 풍자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슬픔을 웃음거리로 삼으면 피해자는 물론 공동체에 또 다른 불행이 된다. 우리가 고인이나 참사를 조롱한 자들을 ‘극우’라고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유독 성폭력 문제는 진보적인 사회평론가나 극우적인 누리꾼이나 통탄해야 마땅한 순간에 함께 웃자고 하는 것인가, 못 웃는 우리는 왜 ‘불편러’이고 ‘시어머니’인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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