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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 이문수 자살이 아니라 산재였다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숨진 고 이문수씨
4년2개월 만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인정

제1245호
등록 : 2019-01-04 15:07 수정 : 2019-01-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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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문수(당시 29살)씨가 사망 전에 쓴 유서다.

“이 내용은 비단 이 회사(엘지유플러스 (LGU⁺)고객센터)뿐 아니라 많은 인터넷 고객센터에 해당할 겁니다. …이 회사의 정규 근무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입니다. 하지만 상담원들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7시30분~8시. 늦게는 밤 10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070 인터넷전화, IPTV(인터넷 티브이), 맘카(홈 CCTV)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 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못합니다. …‘SAVE’라는 부서는 고객들한테는 해지 부서이지만 내부에서는 해지 방어 부서입니다. 상담사들이 해지를 많이 했을 경우 토요일에 강제 출근을 시키지만, 추가근무수당은 역시 지급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직원을 보호하지 않았다

이는 2014년 10월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문수(당시 29살)씨가 남긴 유서에 적힌 내용이다. 이씨는 이날 저녁 9시께 전북 익산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2010년 엘지유플러스의 하청업체인 씨에스원파트너 전주센터로 입사했다. 이듬해 2011년 엘비휴넷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이씨가 팀장 상담원으로 일하던 부서는 특수상담실 민원팀이었다. 서비스 해지, 장애, 요금 등 일반 상담원이 해결하지 못한 민원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팀이다. 하지만 실상은 고객이 서비스를 해지하게 못하게 말리거나 다른 서비스에 재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최종 방어선이었다.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반년 전인 2014년 4월23일,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한 고객을 응대했다. 이날 이씨가 고객과 통화한 시간은 6시간에 이른다. 고객은 스피커폰으로 해놓은 채 제 일을 하면서 전화를 끊지 않았다. 다음날 이씨는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고객은 ‘방문해 사과해라, 내 앞에서 무릎 꿇어라’ 등 폭언을 퍼부었다. ‘퇴사할 계획이 있다’는 이씨의 말에 ‘퇴사할 생각으로 자신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며 고객은 더 거세게 항의했다.

고객의 폭언에도 회사는 고객 편이었다. 이씨는 두 차례나 고객이 사는 대구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고객은 이씨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후에도 고객은 고객센터에 전화해 ‘너 퇴사해라, 나는 네가 퇴사했는지 안 했는지도 알 수 있다’ 등의 폭언을 계속했다. 결국 이씨는 같은 달 30일 회사를 스스로 그만뒀다. 같은 해 9월23일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로 돌아간 지 한 달도 안 돼 이씨는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 과도한 해지 방어 경쟁 등 상담원들의 노동환경을 고발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씨의 일기장에는 이씨가 느낀 괴로운 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내 인격은 없는 것 같다. 내 편도 없다. 너무 외롭다. …치욕적인 하루다. 자존심 몽땅 다 버렸다. 난 혼자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2014년 4월23일) “이 회사를 그만둔다면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내일 출근이 두렵다. 어떤 비난과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2014년 4월27일)


이씨가 일한 고객센터는 2017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 실습생 상담원이 일하던 고객센터와 같은 곳이다. 이씨의 유서에 담긴 상담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고교 실습생의 죽음으로 재확인됐다. 어린 실습생 상담원의 죽음 이후에야 방송통신위원회는 초고속인터넷 및 결합상품 서비스를 해지해달라는 이용자 요청을 들어주지 않거나 지연시킨 엘지유플러스와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에 과징금 8억원과 1억4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당시 회사 쪽과 고교 실습생 유가족 사이의 합의를 지켜보던 이씨 유가족도 합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종민(61)씨는 아들의 죽음을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들의 죽음 직후에도 아버지는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엘비휴넷 대표이사를 처벌해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2015년 전주지방검찰청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근로자들이 일반인에게 휴대전화 가입을 권유해 가입 실적을 내면 엘비휴넷이 아닌 엘지유플러스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근무시간 이후 가입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통화하는 경우도 있다. 녹취 뷰어상 개인별 콜 현황만으로 오후 6시 이후의 통화 부분에 대해 근로자들이 연장 근로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객이 폭언하면 일시적 업무 중단 가능토록

2018년 12월24일 충남 홍성의 자택에서 만난 고 이문수씨의 아버지 이종민(61)씨는 “아들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는 데 4년이 걸렸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는 지난해 12월12일에야 이씨의 죽음을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했다. 2014년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년 만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사망 당시 서비스 해지 상담부서에서 일하며 우울 삽화(우울증)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퇴사 당시 회사가 민원 해결을 우선으로 보고 상담원 배려나 보호 조처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재입사한 뒤에도 업무 환경이 달라지지 않자 이씨가 회사에 대한 불신과 심리적 좌절감을 느꼈고 예전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봤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인정에도 회사 쪽은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종민씨는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고 짐작은 했다. 아들이 죽은 지 4년2개월이 지나서야 업무상 질병 때문에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해달라던 아들과의 약속을 일부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 쪽은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다. 머슴살이하다가 죽어도 이렇게 취급하지는 않을 거다”라고 했다.

이씨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으면서 상담원들의 산재 인정 폭이 예전보다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금융권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 245명에게 방문·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업무 중 고객에게 성희롱 발언이나 폭언을 들은 적 있는 상담원은 전체 응답자의 85.2%를 차지했다. 이씨가 죽은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많은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폭언 등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뒤늦게 관련 법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행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에는 사업자는 고객의 폭언, 폭행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고객 응대 노동자들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 업무 중단 또는 전환 등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개정안에도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고객의 폭언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생긴 질병을 추가해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상담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이씨의 산재 신청을 대리한 유명환 공인노무사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상담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은 고객센터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 다만 산재 피해를 상담원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았다. ‘과로’를 주장하더라도 노동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출퇴근 기록부 등을 유가족이 확보하기 어렵다. 사업주의 조력 의무를 강제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콜센터 상담사 1만 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이 내건 6가지 요구 사항은 상담원들의 인권을 보장할 기본적인 노동권과 휴식권이다. ‘갑질 고객, 진상 고객 처벌 규정 만들어라’ ‘자유로운 화장실 이용·50분 상담, 10분 휴식 보장하라’ ‘자유로운 연차 사용 보장하라’ ‘1년 단위 메뚜기 생활 그만! 근속수당·고용 안정 보장하라’ ‘고용노동부는 상담사 실태 전수조사하라’ ‘공공부문 콜센터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

LG 직원인 줄 알았는데 하청업체 소속

이윤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장은 <한겨레21>에 “관련 법들이 개정됐지만 갑질·진상 고객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 상담원들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려면 고용노동부가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현재 상담원 수도 정확히 모른다. 금융·통신·공공서비스 등 업종별로 상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원청이 하청업체에 상담원 보호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자체를 고치지 않으면 이씨 같은 피해는 반복될 거다. 상담원들을 방패막이 삼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4일 만난 이종민씨는 아들이 남기고 간 유서를 보며 말했다. “아들이 다닌 회사가 하청업체인지도 몰랐다. 엘지유플러스니까 대기업 직원처럼 똑같이 대우받는 줄만 알았다. 아들이 집에 오던 토요일만 되면 문 밖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아무도 없다. ‘그만두고 싶다’던 아들에게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 직장 구하기도 힘든데, 대기업에 어떻게 들어가느냐, 참고 다녀라’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가슴을 찢고 싶다. 그때 그만뒀으면 아들이 죽지 않았을 텐데….”

홍성=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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