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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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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한화 태양광발전·현대차 수소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미래는…

기업 집중투자·기술개발 및 국회의 시장 지원 입법활동 뒷받침돼야
등록 2017-10-11 16:45 수정 2020-05-02 19:28
지난 8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쏠라트리’가 설치됐다. 한화큐셀이 기증한 이 나무에는 태양전지가 장착돼 있다. 쏠라트리는 낮에 스스로 생산·축적한 에너지를 이용해 밤엔 LED 조명으로 변신한다.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한화큐셀 제공

지난 8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쏠라트리’가 설치됐다. 한화큐셀이 기증한 이 나무에는 태양전지가 장착돼 있다. 쏠라트리는 낮에 스스로 생산·축적한 에너지를 이용해 밤엔 LED 조명으로 변신한다.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한화큐셀 제공

서울 여의도 국회의 연못 앞에 ‘특이한’ 나무가 하나 생겼다. 나무 이름은 ‘쏠라트리’(Solar Tree). 아름드리나무의 모양새를 띠지만, 너비 4.1m·높이 4.8m의 상징물이다. 쏠라트리는 보통의 나무들처럼 태양의 기운을 빨아들여 생존한다. 햇빛을 받아 쑥쑥 자라는 나무들과 달리 햇빛을 몸속에 축적해놨다가 밤에 ‘빛’으로 내뿜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 나무는 8월31일 국회 ‘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홍일표·한정애)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한화큐셀코리아가 기증했다. 나무에는 태양전지가 장착돼 낮 시간에 태양광발전을 통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고 축적한다. 밤이 되면 나무가 저장하고 있던 전기를 이용해 나뭇잎 모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어둠을 밝힌다.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나무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활성화하려면 어떤 방향을 택해야 할지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까지 공공기관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국회에 설치된 쏠라트리도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다. 내부에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돼 있어 별도 충전이 필요 없다. 나무 아래에 만들어진 좌석에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기간에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5%에도 못 미친다. 전력생산 비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리려면 두 축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둘째, 국회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 갖는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거나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활발히 시장에 참여하도록 뒷받침하는 입법 활동을 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낮은 전력거래 가격을 전력기금으로 보전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부활이 대표적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2011년 폐지됐으나, 현재 관련 입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강화도 약속한 바 있다. 기업 등 민간부문이나 국회나 정부 등 공공부문 어느 한쪽의 변화만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하긴 불가능하다.

19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2004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개정)이 제정된 뒤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 등 12개 분야에 2조3853억원(2015년 말 기준)을 투자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태양전지 양산 비용을 크게 떨어뜨리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풍력발전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대략 선진국의 86% 수준으로 평가된다. 태양광은 89%, 풍력은 83%, 연료전지는 85% 수준에 불과하다(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

고군분투하는 기업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한 2009~2010년 무렵,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풍력 사업에서 손을 뗐고, 한진해운은 돼지 분뇨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해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국 파산했다. 2007년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든 포스코에너지 역시 관련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회사의 부인에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활용해 무공해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장치를 말한다.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부는 매년 900억원 안팎의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국내 연료전지 발전설비의 약 88%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물론 어려운 여건 아래 고군분투하는 기업들도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태양광 사업이다. 현재 태양광 시장은 10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께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비율이 20%로 늘어나면, 시장 규모 역시 70조원대로 확장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이는 대표적 기업이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원재료)→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화)→웨이퍼(잉곳을 얇게 절단)→셀(태양전지)→모듈 생산으로 이어진다.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화케미칼,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 등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2016년 기준으로 6.8GW의 셀과 모듈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셀 기준으로 세계 1위, 모듈 기준으로 세계 5위권 수준의 생산능력”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소규모 태양광발전 시장이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서울시와 함께 ‘태양광 창업스쿨’을 열거나, 정기적으로 태양광 사업 설명회를 여는 등 개인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개인 토지나 주택에 소형 태양광발전 모듈을 설치해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거나 발전사에 ‘신재생공급인증서’(REC)로 넘겨 수익을 낼 수 있다. 그 때문에 태양광 사업은 최근 들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두현·이정기 연구원은 지난 9월5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고, 한국 내수시장 역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용량)을 현재 7.0GW에서 2030년 48.6GW로 확대할 계획을 내놓는 등 우호적인 정책 환경에 기인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고효율 단결정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 태양광발전소 건설 기업인 신성이엔지 등을 주목할 기업으로 꼽았다.

태양광뿐만이 아니다. LS산전·LG화학·효성 등은 에너지저장장치 생산·운영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두산중공업과 유니슨은 여러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는 중에도 풍력발전기 생산을 꾸준히 이어가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를 양산했다. 지난 8월 선보인 ‘신형 수소전기차’는 한 번 충전해서 580km 이상 달릴 수 있다. 기존 투싼 수소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415km를 달릴 수 있었다. 국내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은 2020년 8천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구글은 왜 재생에너지 사업에 욕심낼까

최근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X’는 소금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을 공개했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으로 생산한 전력을 뜨거운 소금과 차가운 부동액으로 나뉜 저장탱크에 보관한 뒤, 에너지가 필요할 때 두 저장탱크의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드론과 자율주행자동차, 증강현실 글라스에 이어 구글은 왜 하필 재생에너지 사업에 욕심낼까? 국내 기업들이 곱씹어봐야 할 질문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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