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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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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고 사랑을 모를까요

[고래토론] 연애에 관하여
등록 2017-05-28 05:55 수정 2020-05-02 19: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참여 김단(13), 김성태(11), 김혜정(13), 신정석(11), 유리아(12), 이복형(12) _서울 광진구 푸른꿈지역아동센터
진행
사진 김중원 삼촌(바라 스튜디오)
연애에 관해 토론을 벌인 서울 광진구 푸른꿈지역아동센터의 학생들. 왼쪽부터 이복형, 신정석, 김혜정, 유리아, 김성태, 김단.

연애에 관해 토론을 벌인 서울 광진구 푸른꿈지역아동센터의 학생들. 왼쪽부터 이복형, 신정석, 김혜정, 유리아, 김성태, 김단.

드라마, 노래 가사, 소설은 온통 사랑하고 연애하는 이야기야. 그만큼 연애는 사람 사이에 아주 중요한 감정이자 관계라서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이상하지. 이렇게 중요한 연애를 어린이들이 하면 곱게 보지 않아. ‘공부해야 하는데’ ‘돈도 없으면서’ ‘뭘 안다고’… 나쁘게 생각하는 이유도 다양하지.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동무들의 연애는 어때? 괜찮아?

나 연애해요

성태  형은 연애 경험 꽤 있지? 여기서 말해도 괜찮아?

복형  상관없어. 내 이름은 만날 뉴스에도 나오는데, 뭐. 포기했어.

정석  난 아직 안 해봤어.

리아  연애라고 할 것까진 아닌데,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어.

정석  누구?

리아  몰라도 돼. 나는 그 애를 좋아했는데 걔는 나를 싫어했어. 그래서 쫓아가서 따졌지. 나중에 그 애는 전학 가버렸어.

리아

리아

리아  지금은 ‘내가 걔를 왜 좋아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성태  복형이 형은 좋아하는 사람 있지?

복형  이삼 년 전이었나…, 연애도 했지.

리아  솔직히 연애는 어릴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른 거 별로 안 따지고, 사랑하는 감정만 생각하잖아. 순수하게.

정석  순수하게 엄마를 사랑하면 되지.

복형  주변 반응? 한두 명한테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막 알린 적은 없어.

정석  이야기 듣고 뜨헉~ 했지.

리아  어린데 연애해서?

정석  아니. 어떻게 그런 사람과 사귈 수 있지! 난 그 사람 맘에 안 들었거든.

성태  나도 좋아하는 사람 있어.

혜정  우리 사촌 오빠가 6학년 때는 연애해야 한다고 했어. 그런데 난 잘 모르겠어.

리아  언니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

정석  누나 연애하지 마. 인생 뭐 있어?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성태  연애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거냐?

리아  맞아. 상대방이 날 마음에 들어해야 할 수 있지.

복형  감정, 감정이 서로 생겨야지.

  난 연애가 나쁘다고 생각해.

성태

성태

성태  에? 그럼 결혼은?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아.

혜정  연애만 하는 사람도 있고, 연애를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어.

복형  그거야, 자기 맘이지.

  연애는 잘생기고 성격 좋은 사람들만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런 사람은 못하잖아. 인기 없는 사람은 연애 못해. 불공평한 거 같아.

성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연애하는데! 정말 예쁜 사람이 정말 못생긴 사람과 사귀기도 하고, 성격이 더러운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해.

  별로 없잖아. 어쩌다 한 명이지.

리아  사람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달라. 어떤 사람은 주근깨 있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어.

혜정  이상형!

복형  이상형이 이상할 수도 있고 안 이상할 수도 있고.

정석  나왔다, 아재 개그!

리아  자상한 사람. 난 화 안 내는 자상한 사람이 좋아.

정석  끌리는 사람이 없어.

성태  귀엽고 키 작은 사람이 좋아. 왜냐면, 그냥.

혜정  난 잘 모르겠어. 아! 다혜 같은 사람.

복형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람이란 뜻이잖아, 크크.

리아  뭔가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아.

좋아하는 감정, 참을 수 있을까?
복형

복형

복형  자제력, 다들 있지 않나? 쉽지는 않겠지만 난 가능하다고 생각해.

성태  사랑을 어떻게 막아? 그건 어려울 것 같아.

  난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리아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잖아. 그걸 어떻게 숨겨? 못 참아.

정석  꼭 연애한다고 해서 남자·여자 커플이 아닐 수도 있어. 남남, 여여끼리 좋아할 수도 있다고.

리아  응, 그럴 수 있어.

  복형, 너 못 숨기잖아. 휴대전화 배경화면 다 여친 사진이면서!

성태  짝사랑이야, 크크.

정석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성태  좋아하는 애한테 가서 오히려 반대로 막 화내는 애도 있잖아.

혜정  왜 그래? 좋아하면 더 잘해주고 싶지 않아?

정석  맘에 드는 애를 보고 씩 웃으면 다른 애들이 놀려. ‘너, 쟤 좋아하냐?’ 막 이래. 그러면 그냥 웃은 거라고 거짓말해. 이게 숨기는 거지.

성태  놀리는 거 때문에 연애를 안 한다고? 그런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중에 더 좋은 사람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지금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

정석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지. 그러면 놀리니까.

복형  누가 여자애랑 말만 해도 ‘너희 사귀냐?’ 이러는 애들?

성태  어. 알고 보면 다 좋아하는 애 있더라고. 자기가 걔를 좋아할 수도 있어.

복형  그렇다면 질투?

리아  사랑이지, 사랑.

성태  결국 이별이야. 만나면 헤어지지.

정석  음, 슬프다.

리아  우울하다. 연애하면 좋은 점도 많을 텐데?

혜정  연애하면 보고 싶지. 만나고 싶고.

성태  데이트, 데이트~.

단

  데이트할 때는 뭔가를 먹어야 해, 음식들.

성태  손은 안 잡고?

리아  손잡고 껴안고 뽀뽀하고.

성태  살을 맞대는 거지.

정석  으~ 싫어! 엄마한테는 잘할 수 있지만.

혜정  난 잘 모르지만, 그럼 걔가 엄마만큼 좋다는 건가?

정석  에이, 설마~. 더럽게.

복형  너도 크면 다 해, 인마.

혜정  연애는 배려야.

복형  소통하는 거.

  결혼하기 전 단계. 내 감정을 표현하는 거. 그리고 정말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알아가는 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돈이나 다른 걸 보고 왔을 수도 있잖아. 그런 걸, 알아보는 거지.

정석  연애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데이트야.

리아  결혼하는 길이야.

혜정  그럼 연애하다가 헤어지면?

리아  딴 길로 샌 거지. 고백, 어떻게 해? 전에 내가 좋아했던 애한테는 직접 가서 물어봤어. ‘야, 너 나 좋아해?’ 이렇게. 그리고 계속 따라다녔어.

성태  만나서 말하거나 전화로 하거나.

리아  엄마들이랑 같이 가다가 걔네 엄마가 너 우리 아들 좋아하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때는 내가 생각이 없어가지고 그냥 ‘네!’라고 말했다니까. 크크크. 지금은 현대식으로, 입체 편지 만들어서 보낼 거야.

정석  농구나 야구 경기장 같은 데서 뽀뽀 타임에 고백!

성태  올~ 이벤트!

혜정  아무렇게나 해도 좋을 거 같아. 나 좋다는데 뭔들! 흐흐.

  지금은 싫어. 스무 살 넘어서는 괜찮겠지만.

정석  고백한 게 들키면 놀리는 애들 너무 많아.

성태  내가 아는 커플은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열심히 응원해주던데?

이런 데이트 저런 데이트

리아  커피숍 같은 데서 만나 이야기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같이 어디 가는 거지.

성태  ‘별빛이 내린다, 샤랄랄라라라~’ 이런 노래가 쫙 나오고 분위기가 확 밝아지면서 꽃가루가 샤라락 내려. 데이트하면 거기가 어디든지 이런 상태가 되겠지, 크크.

정석  감방이어도?

리아  크크, 맞아. 좋아하는 사람이랑 있으면 감옥에 있더라도 좋을 거 같아.

복형  음, 자주 걷지 않나? 같이 걷는 거 좋아.

혜정  뭘 같이 먹기도 하고.

리아  살찌겠다.

복형  그래서 연애하면 살찌는 사람도 있어.

  데이트하려면 돈이 들어. 그래서 연애 못하는 사람도 많아.

리아  돈 버는 방법이 있지. 알바하면 되잖아. 일단 죽어라 모으는 거야.

정석

정석

정석  그러다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어. 그러면 끝이야.

성태  아! 같이 알바하면서 데이트하는 건 어때?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난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 연애가 몸 만지는 걸 허락해주는 것도 아니잖아. 엄마랑 뽀뽀할 때도 허락받고 하는데.

복형  결혼하기 전에 그런 걸 금지하는 나라도 있잖아.

정석  왜? 어느 나라?

복형  종교적 이유 때문에 그럴걸.

혜정  우리나라는 연애할 때 뽀뽀 금지 안 해.

  어린이가 하는 건 좀 그래. 어른은 가능하지. 어른은 자기 몸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으니까.

리아  어린이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고.

  음, 가끔 손잡는 거까지는 괜찮을지도.

성태  껴안거나 뽀뽀하는 건?

  뽀뽀는 좀 그렇지 않아?

혜정  친구끼리도 자연스럽게 껴안는데?

복형  하긴.

성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데 그것도 못해?

리아  나랑 그 사람은 다르잖아. 성별이나 몸도 다르고. 나는 손잡고 껴안는 게 좋지만 그 사람은 싫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무작정 하면 안 돼.

복형  뭘 걱정하는 거야?

  뽀뽀를 넘어서 키스나….

리아  몸의 중요한 부분을 만질 수도 있잖아. 나는 솔직히 말하면, 뽀뽀하기 싫어. 좀 꺼려져. 엄마나 아는 사람이랑은 할 수 있는데, 남자친구는 나랑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잖아. 나랑 많이 다를 거 아니야.

혜정  그럼, 어린이는 뭐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손잡는 거!

복형  그 이상 넘어가면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성태  팔짱, 어깨동무!

복형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하는 애들이 있어.

리아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러면 친구들한테 따돌림당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 말라고 할래.

혜정  안 들키고 몰래 하면?

리아  그래도 부모님이 걱정하실 수 있잖아.

지금 말고 나중에?

  지금 연애하면, 시간을 빼앗기잖아. 어린이들은 그 시간에 다른 걸 해야 해. 연애는 돈도 많이 들고. 부모님께 용돈을 더 받아야 하잖아. 미안해.

리아  연애보다는 영어나 과학, 수학을 더 공부하는 게 맞다?

성태  연애하면서 상대방한테 그런 부분을 도움받을 수도 있잖아. 서로 공부를 가르쳐준다거나.

혜정

혜정

혜정  맞아. 공통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으니까.

리아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욕하고 부모님이 반대하고 친구들이 손가락질하면, 연애하는 거 숨길 거 같아.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면서.

복형  그냥 말해본 거야. 나는 싱글보다는 누군가를 사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정석  사귀지 않으면 헤어지지도 않을 거 아니야. 헤어지면 너무 힘들 텐데. 그래서 나는 사귀고 싶지 않아.

혜정  만약 전에는 리아를 만나다가 헤어지고 이제는 성태를 만난다고 해봐. 그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거 아니야. 그래서 연애를 숨기는 거 아니야?

정석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사귈 수도 있지.

성태  맞아. 어떻게 사람이 한 사람만 좋아해?

리아  결혼해도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데!

복형  연애할 때 다른 사람 쳐다보면, 막 꼬집고! 크크.

정석  복형이 형은 경험이 많으니까, 헤어지고 나서 어땠어?

  괜찮았을걸. 너 걔 안 좋아했잖아.

리아  슬프고, 다시 좋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을 거 같아. 미련도 남고 후회도 되고.

성태  깨끗하게 기분이 나쁠 거 같아.

복형  상쾌하면서도 기분이 나쁜, 그런 느낌이야.

리아  이별은 정말 슬프지.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정석  이혼하자고 하는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방을 납치하고 부수고 때리고 건물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어.

혜정  진짜 사랑을 하지 못한 거야.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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