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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 이주의 숫자
등록 2017-03-14 09:29 수정 2020-05-02 19:28

01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때 헌법재판소 방청 경쟁률은 20 대 1 수준이었다. 이번 박근혜 탄핵 선고 때는 무려 796 대 1까지 치솟았다. 현장 방청 가능 인원이 24명인데 방청을 신청한 시민이 1만9096명이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는 순간 방청석에선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지만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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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5월 대선까지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직후 황 권한대행은 대국민담화를 내어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고 국민 간 갈등과 대립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총리가 대통령 궐위 직후 담화문에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듯 “저는 지난 3개월 동안 국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혼신의 노력으로 국정을 챙기기 위해 힘써왔다”는 내용을 담았다.

03  국가정보원보수단체의 돈줄이었다는 의혹은 사실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에 (자금) 지원은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내가 국정원장으로 있던 시절에도 지원을 했고, 지금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가 3월9일 보도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8개월간 국정원장을 지냈다. 국가정보원법은 국정원장과 직원들이 정치활동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04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대책을 3월9일 발표했다. 긴급자금 85억원을 편성해 그동안 지원 배제된 문화예술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예술의 자유 침해 금지, 지원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예술가의 권익 보장에 관한 법률’도 만들 계획이다. ‘문체부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이다.

05  3월6일 밤, 어둠이 깔린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미 공군 대형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가 내려앉았다. 수송기는 사드 발사대 2기와 부속 장비를 내려놨다. 국방부는 하루가 지난 뒤에야 국내 사드 반입 사실을 발표했다. 조기 대선으로 다음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사드 배치를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든 일종의 ‘대못 박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주한미국사령부 제공

주한미국사령부 제공

06  사드 배치가 일으킨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은 보복 조처를 내놓고 있다. 이미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는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 내 롯데마트 절반이 넘는 50여 곳이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벌금을 받았다. 중국 내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 상품 판매가 제한됐고, 비자 발급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줄어 서울 명동을 비롯해 주요 중국인 관광지는 한산해졌다.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데, 대통령이 쫓겨난 한국 정부는 그저 넋 놓고 있다.

07  숨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나타났다. 3월8일 올라온 동영상에서 김한솔은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김일성) 가문의 일원이며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해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친족인 김한솔이 갑자기 등장한 것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한솔의 동영상에 로고가 등장하는 ‘천리마민방위’란 단체의 정체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동영상 주인공은 김한솔이 맞다”고 밝혔다.

08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을 CJ그룹 직원이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회장 동영상 촬영 혐의의 공범으로 CJ 직원 ㅅ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가 ‘이 회장의 모습이 담기도록 동영상을 찍어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는 이 회장이 직접 ‘화대’를 주는 모습이 담겼다.

09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자기기 해킹·도청 실태를 폭로한 것과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의 보도에 따르면, FBI는 대량의 문건이 어떻게 위키리크스 쪽에 넘어갔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인사들과 힐러리 선거운동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전자우편을 공개해 트럼프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돌연 새 정부의 타깃이 되었다.

10  과정도 결과도 모두 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이 1승2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1라운드 탈락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이스라엘에 패한 것을 비롯해 지난 대회에서도 패한 네덜란드에 또 덜미가 잡혔고, 예선 탈락이 확정된 뒤 진행된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끝에 겨우 이겼다. 안방에서 승승장구를 기대하던 야구팬들의 기대가 무너진 결과를 두고 ‘한국 야구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준비, 전략, 결과에서 모두 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다운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3월10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의 눈과 귀는 오직 한 사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쏠렸다. 그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말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역사는 한 고비를 넘겼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의 막말 변론 속에서도 냉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이끌었다. 탄핵심판 선고 당일 실수로 헤어롤을 꽂고 출근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화제가 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사필귀정. 대한민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서 헌정 사상 처음 탄핵, 파면된 대통령으로 추락했다. 소통을 거부하는 리더십, 비선에 기댄 국정 운영,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에서 보여준 무능, 반대 성향 인사들을 향한 무자비한 찍어내기…. 그가 보여준 지난 4년의 대통령상은 고스란히 반면교사로 회자될 것이다. 이제 그는 13개의 범죄 혐의를 지닌 피의자로서 사법 처리를 앞두게 됐다.







이주의  숫자


1234567891011



한겨레 이정우 기자

한겨레 이정우 기자

숫자의 마법일까. 호사가들의 말장난일까. 탄핵 과정이 1~11까지의 숫자로 정리된다.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시 기권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그리고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날인 8(지난해 12월8일), 탄핵소추안 가결일 9(지난해 12월9일). 10은 탄핵 선고한 날, 11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시각이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꺼지지 않는 촛불을 드립니다. 탄핵/대선 특대호 1+1 바로 가기
▶http://bit.ly/2neDM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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