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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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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 90일의 기록

쉼없이 달려온 특검의 성과와 바통 이어받은 검찰의 과제
등록 2017-03-07 08:45 수정 2020-05-02 19:28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 마지막 날인 2월28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 마지막 날인 2월28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20일의 준비 기간을 포함해 90일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박영수 특별검사가 2월28일 모든 수사를 마무리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끝내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 등 특검의 발목을 잡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밝히고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 한발 더 가까이 가는 성과를 거뒀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수사하면서 사상 첫 현직 장관 구속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앞으로 특검은 공소 유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영수 특검과 4명의 특검보가 공소 유지를 지휘하며 파견 검사 중에는 윤석열 수사팀장, 양석조 부장검사 등 8명이 남는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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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뇌물 의혹(8명)

앞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씨에게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만 물어 구속 기소했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씨 소유 업체 등에 돈을 건넨 이유가 청와대의 강요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특검은 이 돈의 성격을 뇌물로 규정해 수사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최지성·장충기 등 삼성그룹 고위 간부들도 뇌물공여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에게도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이득을 보고 국민연금공단은 손실을 입었다. 이 책임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졌다.

최순실  뇌물 및 제3자 뇌물수수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횡령 등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 실장  뇌물공여 등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 차장  뇌물공여 등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뇌물공여 등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뇌물공여 등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배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7명)

’법꾸라지’로 불리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특검의 손에 구속됐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해 직권남용을 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의 생각에서 비롯된 블랙리스트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를 거쳐 문화·예술인의 숨통을 쥐는 무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2월28일 법원에 나와 블랙리스트 작성은 “진보세력에 편향된 비정상을 정상으로 하려던 것”이라며 정당한 업무였다고 항변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신동철 전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김상률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김소영 전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비서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대통령 비선 진료 의혹(7명)

특검은 2014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섯 차례 보톡스 시술 등을 하면서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김영재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에게 자신의 회사의 해외 진출 특혜를 노리고 49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검찰에서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 전 수석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최순실·최순득 자매를 진료하면서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교수는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대포폰 70여 개를 만들어 박 대통령 등에게 건네고 김영재 원장의 불법 시술을 도운 혐의 등으로 이영선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에게 2월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뇌물수수 등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뇌물공여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  뇌물공여, 의료법 위반 등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의료법 위반

이영선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의료법 위반 방조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교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의혹(8명)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2015년 수시모집에서 남궁곤 당시 입학처장에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혜는 입학에만 그치지 않았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과 이인성·류철균·이원준·이경옥 교수는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는 자신의 제자에게 정씨의 인터넷 강의를 대신 듣게 한 뒤 대리시험까지 치도록 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정씨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씨에게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사문서위조 미수 등의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업무방해 등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업무방해 등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업무방해 등

이인성 이화여대 교수  업무방해 등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  업무방해 등

이원준 이화여대 교수  업무방해

이경옥 이화여대 교수  업무방해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  업무방해

검찰 수사 과제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등 온갖 의혹에도 형사처벌을 피해온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등 온갖 의혹에도 형사처벌을 피해온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특검 수사 기간이 종료되면서 키는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특검에 앞서 이 사건을 맡았던 특별수사본부를 다시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의자 박근혜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등 세 가지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뒤 피의자로 입건해 검찰로 넘겼다. 박 대통령의 혐의는 앞서 검찰이 적용한 8개에 3개가 더해져 총 11개가 됐다.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를 모두 피해왔다. 하지만 3월 중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된다면 더 이상 도피는 불가능해진다.

문고리 2인방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구속된 사람은 검찰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한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뿐이다. 특검법에는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해두었지만 두 사람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우병우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은 특검의 칼날도 피해갔다. 수사 정보 유출, 세월호·정윤회 문건 수사 개입, 특별감찰관 내사 중단 압력, 가족 회사 자금 유용 등 숱한 의혹에도 특검은 우 전 수석을 기소하지 못하고 사건을 검찰에 남겼다.

대기업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 중 특검 수사를 받은 곳은 삼성뿐이다. 검찰은 재단 출연 기업들이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이유로, 특검은 시간 부족으로 CJ·SK·롯데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 특검이 삼성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만큼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은 다른 대기업들을 상대로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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