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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4월엔 가능할까

지난해 7월 예정된 인양 작업 해 넘겨 4월로 연기…

해수부·인양업체·컨설팅사 서로 감싸며 책임 피해가
등록 2017-01-24 13:18 수정 2020-05-02 19:28
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에서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의 지앙 옌 부사장이 인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에서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의 지앙 옌 부사장이 인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세월호 선체 인양이 결국 해를 넘겼다. 2016년 7월 예정이던 선체 인양은 2017년 4월 말로 연기됐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상반기 안에 인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약속을 마냥 믿기는 어렵다. 이미 여러 차례 인양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세월호 특별위원회는 1월16일 국회에서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선체 인양 작업을 하는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의 지앙 옌 부사장과 기술자문을 맡은 영국 TMC사의 사이먼 버든 지부장, 김현태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부단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해수부와 인양업체 쪽은 세월호 선체 인양이 미뤄진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잔존유 회수 문제다. 선체 인양 과정에서 배 안에 남아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필수 작업이다. 해양오염 문제뿐 아니라 회수되지 않은 기름이 인양 작업을 하는 잠수사의 시야를 가리는 등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체 인양이 미뤄진 세가지 이유

상하이샐비지 쪽은 선체 인양 사업 입찰 당시 받은 해수부 자료에는 대부분의 잔존유가 오일탱크에 있을 것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화물칸 쪽에 상당히 새어나와 이를 제거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고 밝혔다.

둘째, 수중에서 선체를 가볍게 하는 부력 형성 문제다. 뱃머리를 들어올릴 때 애초 세월호 내부 18개 탱크에 공기를 주입해 부력을 형성하고 선체 무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0개밖에 사용하지 못해 부력제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 33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셋째, 지형 문제였다. 세월호 선미 쪽 해저 지형이 조사한 것보다 훨씬 딱딱한 퇴적층이라 제대로 굴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미를 들어올리기 위한 철제빔을 굴착 뒤 설치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는 것이 해수부와 업체 쪽 설명이다.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추가로 걸린 시간이 총 7개월이다.

문제는 선체 인양이 연기된 이유가 대부분 미리 예측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는 점이다. 선체 내 어느 곳에 수거하지 못한 기름이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나, 세월호 침몰 지점 주변의 해저 지형 특성은 충분히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인양 관리·감독할 전문 감리업체 없어

해수부에서는 4월 말 선체 인양이 가능하다고 공언하지만 최종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황이다. 인양 방식이 상하이샐비지 쪽이 처음 입찰했을 때 제시한 해양 크레인 활용 방법에서 두 대의 바지선을 이용하는 ‘탠덤 리프팅’(Tandem lifting)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양 방법은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이날 김현태 부단장은 4월까지 구체적 일정을 담은 공정표가 나와 있냐는 질문에 “4월 인양을 목표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상하이샐비지가 설계도면과 자료를 제출했고, 저희(해수부)는 국책연구기관에 그 시뮬레이션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중이다. 그것이 검증되면 4월까지의 공정표를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새 인양 방식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공정표만 나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표대로 일이 진행될지가 더 큰 문제다. 이미 잔존유 회수, 세월호 선미·선수 들기에서 계속 차질을 빚은 것처럼 인양 과정에 어떤 복병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다. 복병을 피하려면 지금까지 인양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인양 방법 변경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잘못된 점은 없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국민 설명회에서 전체 인양 과정을 관리·감독할 전문 감리업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영국 TMC사가 감리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현태 부단장은 이날 “TMC사가 법적으로 감리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TMC사의 업무는 전체 인양 작업의 독립적 감리가 아니라 기술자문에 그친다는 의미다.

실제 TMC사는 대국민 설명회에서도 상하이샐비지와 해수부를 계속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사이먼 버든 지부장은 인양 일정이 계속 연기되는 문제에 대해 “(인양 연기 이유에 대한) 상하이샐비지의 자료는 설명 가능한 것이다”라며 “선체 해저면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상황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인양 지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선미 퇴적층 상태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하이샐비지의 인양 연기 이유가 합리적이었다는 취지다.

누구에게도 책임 물을 수 없는 구조

해수부가 공격받을 때는 상하이샐비지와 TMC사가 동시에 감쌌다. 이날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수부가 부실한 자료를 줘서 인양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자, 지앙 옌 부사장은 “(해수부가 제공한) 정보는 대부분 정확했다”며 “(해저 지형은) 실제 잠수부를 투입해서 조사했을 때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사이먼 버든 지부장도 “다른 공사와 다르게 인양은 최초에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작업하며 최선의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해수부도 보답했다. 상하이샐비지가 애초 인양 작업 계약 만료 기간인 2016년 12월31일까지 일을 끝내지 못했으니 지체상금을 물릴 것이냐는 질문에 김현태 부단장은 “상하이샐비지가 고의로 인양을 안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체상금은 특정 기간 내에 계약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해당 사업을 맡은 업체가 지체된 시간에 따른 금액을 발주처에 내는 부담금이다. 해수부가 인양 지연 책임이 상하이샐비지 쪽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자료가 전달됐어도 인양 계획이 해를 넘기고 결국 인양 방법까지 변경됐어도 해수부, 상하이샐비지, TMC사 가운데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인양 방식의 혼란도 짚어야 할 문제다. 이 입수한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사건’(언딘 특혜 의혹 사건) 수사 기록을 보면, 상하이샐비지가 최근 탠덤 리프팅 방식으로 인양 방법을 바꿔 도입하려는 재킹바지선 활용은 세월호 참사 초기에 결정된 인양 방식이었다.

당시 세월호 인양 논의를 주도했던 언딘의 장아무개 이사는 검찰 조사에서 “(2014년) 4월25일경 우리(언딘)가 제시한 인양 공법 중 잭업 시스템으로 인양을 하기로 (해경 등과의 회의에서) 결정되었다”고 말했다. 잭업 시스템은 재킹바지선을 활용해 유압으로 세월호를 인양하는 방안이다.

2014년 4월21일 해양경찰청이 작성한 ‘여객선 세월호 수색 및 인양 관련 쟁점’ 문건에는 잭업 방식을 “선체 밑에 넣은 체인을 인양 능력이 큰 대형 바지선을 이용하여 인양(2척의 바지선을 이용하며, 양쪽에서 체인을 감아 바지선의 가운데 빈 곳으로 침몰 선박을 부상시키는 방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해경은 잭업 방식 인양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에 가서 장비를 확인했다. 그 뒤 실종자 수색을 우선 요구한 피해자 가족들과 언딘 특혜 의혹 등으로 인양 논의는 중단됐다.

본격적으로 인양 방법이 다시 논의된 것은 2015년이다. 그해 4월 ‘민관 합동 세월호 선체 처리 기술 검토 태스크포스’는 4개월 동안 연구 끝에 세월호 선체에 93개의 인양점을 만들어 해상 크레인에 연결한 뒤 들어올리고 ‘플로팅 독’(Floating Dock·선박 건조 공간)으로 옮겨 항구로 이동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2015년 7월에는 해양 크레인을 이용하되 인양점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밑에 철제빔을 깔아 들어올린 뒤 플로팅 독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제안한 상하이샐비지가 인양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인양이 계속 미뤄지면서 바람 때문에 크레인을 사용하기 어려운 겨울이 오자 상황은 다시 변했다.

돌고 돌아 처음 인양 방법으로

결국 2016년 11월 해수부가 주관한 세월호 인양 전문가 기술자문회의에서 크레인을 활용하지 않고 재킹바지선 2대를 이용해 세월호 밑에 깔린 철제빔을 들어올린 뒤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기는 것으로 방식이 변경됐다. 체인 대신 철제빔을 사용하는 것만 바뀌었을 뿐 결국 2014년 4월에 결정된 방법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세월호 참사 1천 일을 넘겼지만 선체 인양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곳에는 9명의 미수습자가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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