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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는 평생인턴제?

공공·금융 부문 노조 사상 최대 연쇄파업, 정부의 강경 반응 뒤에 일렁이는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

제1132호
등록 : 2016-10-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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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된 이슈를 기존 뉴스보다 더 자세한 사실과 풍부한 배경 정보를 담아 더욱 친절한 문체로 전해드립니다. _편집자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9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해고연봉제, 강제퇴출제 분쇄,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주장했다. 정용일 기자

공공·금융 부문 노동조합들의 사상 최대 규모 연쇄파업이 9월23일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철도노조는 9월27일 파업에 들어간 뒤 벌써 2주를 넘겨, 2013년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파업 기록(22일)을 깰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의 조합원 총수를 따지면 20만 명에 가까운데요, 이들이 이렇게 일치단결해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 성과주의에 매몰된다면

정부가 공공기관에 도입을 ‘권고’한 성과연봉제 때문입니다. 말이 권고였지 중앙정부 산하 120개 공공기관은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노조의 반대와 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실적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성과연봉제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노조는 왜 반대하는 걸까요?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가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 난리인 걸까요?

먼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무엇인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월급명세서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겠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010년부터 1~2급 간부를 중심으로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전체 직원의 70%에 달하는 4급 이상 직원에게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지난 1월에 내놓습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아니라 성과에 따라 기본연봉이 차등 적용되고, 기관과 개인 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됩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일 잘하는 사람에게 임금을 많이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일을 못하는, 또는 못한다고 평가받은 사람의 임금을 깎는 구조입니다. 1~3급의 경우 올해 C등급 이하 등급(전체 평가등급은 S~D)을 받으면 내년 기본연봉이 깎이는데, 다음해가 되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평가(비누적식)하는 게 아니라 전년 성과가 그대로 누적돼 책정됩니다(누적식). 이 차등의 폭은 평균 ±1.5%입니다. 전체 임금에서 집단·개인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율도 15~30%로 늘어납니다. 한번 나쁜 등급을 맞으면 회복이 어렵고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에서는 임금이 최고·최저 등급 간 격차가 1~3급이면 23%, 4급은 13%가 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별 성과연봉제가 과연 공공기관에 맞냐는 겁니다. 노조에서는 “공공서비스를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성과주의에 매몰돼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공공기관들은 기관별 경영평가에 따라, 또 기관 내 부서별 평가에 따라 집단성과급을 받아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미 ‘성과주의’가 어느 정도 퍼져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원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고객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품인데, 한 달에 4~5계좌씩 팔라는 할당이 떨어졌다. 입사 동기들끼리 사주고 ‘1만원만 넣어주시면 안 될까요’ 하며 구걸하듯이 팔았다. 지점장이 승진을 앞두고 있으면 실적 압박이 더 셌다”고 말합니다. ISA는 정부가 설계해 은행권에서 판매했는데 정부는 ‘만능계좌’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80%가 1만원짜리인 ‘깡통계좌’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성과평가가 애매한 기관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일도 생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대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업무를 담당했는데, 부당수급 적발액이 매년 성과평가 지표에 들어가다보니, 요양기관에 어떻게 하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하기보다는 부당수급이 없는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목표 금액을 맞추기 위해 다른 지사에서 부당수급 자진신고서를 빌려다 성과로 채워넣었다”고 말했습니다.

기관 내 지점·부서별 평가에서도 이런 수준인데, 개인별로 평가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공공서비스의 특성상 협업이 중요한데, 협업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공기관은 ‘총액인건비제’라고 해서,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할당받아 그 범위 안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줍니다. 그렇다보니 한정된 인건비 안에서 누군가가 돈을 많이 받으면 누군가는 적게 받아야 하는, 즉 S를 받은 사람이 D 받은 사람의 임금을 빼앗아가는 구조입니다.

또, 지난 3월 정부는 두 달 전에 발표했던 ‘공정인사지침’(쉬운 해고 지침)의 공공기관 버전인 ‘직원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방안’을 내놓습니다. 이는 성과가 낮은 사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성과연봉제가 결국 저성과자 퇴출 제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노조에선 주장합니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요.

서울대병원의 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선 내 담당이 아니어도 어떤 환자가 위급해지면 함께 달라붙어 돕는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이런 협업이 가능할까? 다른 환자 돕는 사이 내 환자가 잘못될 수도 있는데?”라고 반문합니다.

결국 성과주의가 국민 생명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성과주의의 참극은 11년 전 일본에서 있었습니다. 106명이 숨진 일본의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인데요. 이 열차를 운행하던 기관사는 빡빡한 운행 일정을 맞추려다 사고 직전에 정차했던 역을 지나칩니다. 이후 징계받을 것에 심적 부담을 느낀 기관사는 차장과 무선 교신을 하는 데 정신을 빼앗겨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낮추지 못했고 열차가 탈선해 아파트에 부딪히고 맙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기관사 성과평가제의 전면 재검토를 실시했습니다.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인턴을 떼고 정직원이 된 지 석 달 된 새내기 철도공사 부기관사도 “성과연봉제는 평생인턴제”라고 말하는 실정입니다.

지금부터는 도입 과정에 대한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정부는 지난 1월 성과연봉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5월 말이라는 한계선을 제시했습니다.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고(그 금액이 모든 공공기관을 통틀어 1680억원에 달합니다. 모두 우리 세금입니다. 노조에서는 이 인센티브를 철회하고 ‘비정규직을 위해서 쓰라’고 주장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관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주고 내년 인건비 인상을 해주지 않겠다는 엄포도 놓습니다.

성과연봉제, 양대 지침 확산하는 첫 시험대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임금체계가 호봉제여서 정년 60살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크고 청년 일자리도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지난해 공공기관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 철도공사는 131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해놓고 560명만 채용하는 등 공공기관의 24%가 법이 정한 청년 채용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다수 노조는 이런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노사 단체협약을 갱신하거나,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입니다. 회사 쪽은 노조가 반대하다보니 당연히 단체협상으로는 불가능하고,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쪽을 택합니다. 취업규칙 변경은 각 공공기관의 이사회 의결 사항이기 때문이죠.

이 취업규칙 변경도 노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불이익한 점이 있다면 노조(노조가 없는 경우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근로기준법상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기관장)는 처벌받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은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취업규칙을 바꿔버립니다. 근로기준법의 처벌 규정을 무시하고 이런 절차를 감행하게 된 데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취업규칙 지침으로 공정인사지침과 함께 ‘양대 지침’으로 불립니다)이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업규칙 지침에는 “취업규칙을 노동자에 불이익하게 변경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변경의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담겨 있습니다. 이 판례를 바탕으로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고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셈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또 다른 판례에서 ‘사회 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할 때는 “노동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변경의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내용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노조 등과의 교섭 경위 등”을 고려하고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답니다.

그런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가 공공기관 기관장들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고소·고발하는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노조가 동의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사회 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선언해버립니다. 근로기준법의 강행 규정을 무시하고 예외적인 판례를 일반화한 거죠.

국가인권위원회는 취업규칙 지침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 때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인식을 낮추고, 오히려 사용자에게는 지침이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합리성이 바로 인정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근로자의 동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어, 근로기준법의 규범력과 법원의 제한적이고 엄격한 해석·적용 원칙이 현장에서 약화될 우려가 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우려가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현실화된 셈입니다.

이런 면에서 양대 지침에 반대해온 노동계는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싸움이 양대 지침에 맞선 싸움, 즉 ‘철밥통’ ‘귀족노조’ 공공기관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싸움이라고 주장합니다. 앞서 밝힌 저성과자 퇴출과 관련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이 모두 성과연봉제와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민간에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국 공공기관이 양대 지침이 확산되는 첫 시험대가 된 셈입니다.

철도 파업 불법 규정, 정부의 무리한 법 해석

이런 이유로 공공·금융 부문 노동자들은 파업에 나섭니다. 노조들은 ‘불법 파업’ 낙인을 막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며 ‘합법 파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고용부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불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정부의 논리는 철도노조가 파업에 이른 경위가 임금 등에 대한 ‘이익 분쟁’이 아니라 성과연봉제 관련 내용이 담긴 취업규칙의 효력을 다투는 ‘권리 분쟁’이기 때문에 파업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권리 분쟁은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지, 왜 파업을 하냐’는 주장인데 이를 따르자면 회사가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체계를 바꿔도, 노조로서는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소송을 내면 대법원 판결까지 2~3년이 걸리고 그동안 성과연봉제는 이미 시행된 지 오래됐을 겁니다.

노동계의 반발, 노동 전문 변호사들의 비판은 둘째 치더라도 법무부조차 고용부의 해석에 무리가 있음을 밝힙니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철도 파업 관련 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 보고’ 문서를 보면, 철도 파업이 시작된 9월27일 아침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법무부는“이번 (철도노조)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목적의 불법성 여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힙니다.

불법이라고 이미 선언한 고용부조차 “파업의 목적상 정당성이 없어 불법 파업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밝히면서도 “(노사) 보충교섭,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과 등 법리상 문제가 일부 있어 고용부가 전면에서 강력 대응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은 “물류 대란 등 국내 경제 상황과 국민들의 공기업에 대한 인식(‘신의 직장’)을 감안할 때 불법 파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근간에 관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국토부가 강력히 대응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결국 철도 파업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이 된 것이고, 정부가 무리한 법 해석을 감행하면서까지 철도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적 논란은 차치하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인식입니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4조의 내용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항이 존재하고 근로기준법 역시 이런 ‘숭고한 정신’에 근거해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의 정신을 지켜야 할 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 있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그동안 노동자-정부 교섭을 요구해왔습니다. 어차피 정부의 뜻대로 사용자들이 움직이니 노조와 정부가 직접 대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은 10월6일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중재안의 내용에는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교섭을 통한 합의 사항임을 인정하고, 2017년 시행하려는 성과연봉제를 유보한다 △공공기관 노조는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총파업을 중단한다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내 노-정 당사자를 포함한 여야 논의기구를 구성해 2017년 3월 말까지 공공기관 개혁과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방안을 마련한다 등입니다.

철도 파업은 노-정 갈등의 대리전

10월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유일호 기재부 장관은 “국회 관련 논의기구가 구성되면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논의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다만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이 지켜지는 방향으로 합의가 마무리됐으면 합니다.

박태우 <한겨레> 사회정책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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