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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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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업…부숴버릴 거야”

<月刊 비범죄화> 본지 독점 인터뷰… 일체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조건 인터뷰’
강호의 한 ‘페미’하는 사람은 다 본다는 키치향 가득한 이 잡지의 정체를 밝힌다
등록 2013-07-23 03:51 수정 2020-05-02 19:27

“우리 성판매여성비범죄화추진연합(이하 성비련)은 오늘, 성판매 여성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범죄화할 것을 엄숙하고 거룩하게 선포하는 바이다. 다만 선언하고 선포할 분, 설득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선언은 그런 거니까.”
‘2013년 4월 어느 봄날에’로 끝나는 창간호에 실린 ‘성판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라’ 선언문의 충격적 서두다. 선언문의 조항도 단호하다. “2. 성판매자를 범죄자와 피해자로 나눌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자들을 규탄한다.

앗, 얼굴이 일부 드러난 위험한 사진. 는 “음지에서 일하면서 음지를 지향한다”는 원칙을 목숨처럼 여기는 조직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국정원이 이들의 조직을 사찰한 사실에서도 확인되는 위험이다.정용일

앗, 얼굴이 일부 드러난 위험한 사진. 는 “음지에서 일하면서 음지를 지향한다”는 원칙을 목숨처럼 여기는 조직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국정원이 이들의 조직을 사찰한 사실에서도 확인되는 위험이다.정용일

4. 성판매자를 성적으로 타락한 자, 더럽혀진 자, 비난받아 마땅한 자로 낙인찍어 차별하는 자들을 낙인찍을란다.” 뻔한 선언도 읽게 만드는 ‘란다’의 단호한 어투, 모든 잡지의 이상향 의 체취가 가득한 키치적 편집. 여성학자 정희진씨가 칼럼(www.hani.co.kr/arti/opinion/column/594616.html)에 소개한 를 급하게 찾아봤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성비련 참여단체의 면면. 거룩한 이름의 일부만 옮긴다. “곰팡이와싸우는세입자연대, 도우미안쓰는노래방협회, 딸자식뭘하고돌아다녀도지지할학부모회, 목소리크고못생긴꼴페미연대, 反야근칼퇴근직장문화확립추진위원회, 성구매할생각없는한줌의남성모임, 성욕의총량을측정계량중인연구자(개인), 한국에와서여성우월주의로변질된패미니즘연구회, (우리 졸라 많지?)” 주거권 확보, 노동시간 단축, 여성인권 향상 등등등 시대적 과제를 알알이 담은 이름들이다. 더구나 1년만 출간하고 망할 예정. 머잖아 전설이 될 이들을, 지인들을 ‘쪼고 쪼아’ 어렵게 만났다. 끈질기게 인터뷰를 요청한 끝에 “너니까 해준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일체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만났다. 본지 독점 인터뷰, , 너는 누구냐?

경찰 추산 80명… 실제는 극비먼저 기분이 나쁘다. 정희진씨 칼럼을 보니 강호의 한 ‘페미’ 한다는 언니들은 다 받아본 것 같은데, 나한텐 왜 안 보냈나. 나도 이름 네 자 쓰는 애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냈다. 수신자는… 경찰 추산 80명이라고 해두자. 실제는 극비다. 다만 칼럼이 나간 이후 2배로 구독자가 뛰었다.

성비련이 유령단체 아니냐, 의혹이 날로 번지고 있다. 실체를 대라!

우리도 들었다. 억측이 난무해 우리 연합 내에 비상이 걸렸다. 회원단체들이 얼마나 억울해하는지 모른다. 성비련의 영향력을 질투하는 이들의 근거 없는 모함이다.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단체 면면이 아주 화려하다. 어떻게 이렇게 휼륭한 단체를, 이렇게 많이 모았나.

신청이 물밀듯 들어왔다. ‘성판매 여성만 비범죄화’에 공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무국에서도 고무적이었다. 이게 국민 여론이 아니고 뭐겠는가. 우리가 뭔가 큰일을 해낼 것 같다.

단체들이 정말로 실체가 있나.

내가 곰팡이와싸우는세입자연대 대표다! 날조 아니다. 하나하나 생활의 페이소스가 묻은 이름이다.

‘동성연애’안하는동성애자연합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깠다’는 것이 사실인가.

오해다. 접수 신청이 너무 많아 실수로 빠졌다. 5월호에 실린 충격 고백 그 후를 봤냐? 읽어줄까? ‘연락 많이 왔어요. 너 페미니즘이었냐고. 그럼 레즈비언인 거냐는 소리까지… 이젠 극복했죠.’ 우리 그런 사람들이다. 절대 호모포비아 아니다. 다만, 동성연애열심히하는동성애자연합이면, 깠을 수도….

단체 회원들은 어떤 이들인가.

설명이나 설득하기는 거시기한 억울함과 사회적 울분을 가진 사람들이다. 각자 처한 현실이 뭔가 앞뒤가 안 맞고 설명이 잘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절대 이름 보고 웃으면 안 된다.

마음속으로 ‘가입’ 세 번 읊조리면단체에 참여할 방법은.

마음으로 가입하면 된다. 마음속으로 ‘가입, 가입, 가입’ 하고 3번 읊조리면 가입된다.

범죄면 범죄고 아니면 아니지, 비범죄화는 뭔가.

성판매 여성을 처벌하는 게 도대체 말이 안 되는데, 성매매방지법이 나온 지 8년이 넘도록 처벌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다. 사회적 낙인은 더 심하다.

어, 성판매 여성도 처벌하나. 사문화되지 않았나.

몰랐나? 구매자와 업주뿐 아니라 여성도 처벌을 받는다. 한 업소를 치면 업주는 1명이고, 여성은 여럿이다. 벌금을 못 내서 구류를 사는 경우도 있다. 처벌조항 탓에 여성이 업소에서 다른 인권침해를 당해도 법에 호소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성매매로 처벌받을까봐. 무엇보다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 엄청난 공포다.

업주들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뭐라고? 질문에 완전 분노한다. 우리는 성판매 여성‘만’ 비범죄화를 주장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성매매 업주들이랑은 적인 셈이다. ‘도우미안쓰는노래방협회’에서 연대 신청이 들어왔을 때, 진짜 도우미 언니 없는지 실사도 나갔다. 협회에 대해 처음에 좀 의심한 게 죄송할 정도로 연합 활동에 열성적이다.

도대체 설득이 아니라 선언을 한 이유는 뭔가.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하고, 성판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는데 왜 홍시 맛이냐고, 홍시 맛인 걸 설득해보라고 하면 곤란하다.

초지일관 시적이다. 5월호에 실린 한시(漢詩), 월간 문예 수상작 ‘비범죄가’를 들어보자. “니탓이다 니탓이다 내탓마라 니탓이다/ 업주가 가게차려 남성손님 몰려드니/ 성매매 유흥업소 어찌 여성탓이런가/ 업주 손님 잡아가고 나만 산들 어떠하리… 어즈버 비범죄화 꿈이런가 하노라” 한강 평화공원에서 백일장을 주최해 뽑은 명작이다. “사생대회 나온 고등학생 틈바구니에서 필력을 발휘하느라 몹시 힘들었다”는 이들이 에 독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다음호에 ‘비범죄가’는 리듬에 실려 뮤직비디오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선곡의 이유는? “4·4구의 라임도 맞고, 시대정신도 맞고.”

5월호에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성구매할생각없는한줌의남성모임’ 회원을 수소문 중이었다. 찾았나.

정기구독 신청을 통해 겨우 1명이 있었는데… 단체에 전달하는 걸 까먹었다.

의 향기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멋지다.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이분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색감이다.

비범죄화로 4행시를 지으면아, 생각났다. 비범죄화하면 자활과 갱생의 길이 촉진되지 않는다고 착한 이들은 생각한다.

처벌과 낙인은 자활 이전의 문제다. 이게 해결돼야 탈성매매도 생각할 수 있고,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

성판매 여성의 노동조건 운운하던데, 조건 만남도 아니고 조건이 뭔가.

이 얘기 하려면 밤새워야 한다. 안전, 수익 배분, 차별 문제 등… 할 얘기가 ‘졸라’ 많다. 음… 힘들다, 패스! 자료 찾아봐라.

아무리 클릭질을 해도 잡지의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제목만 있다.

우리는 선언만 한다니까. 설명은 구덩이에 빠지는 일이야. 그래서 인터뷰 안 한다고 했잖나. 말해도 듣지 않으면서.

왜 내용이 없느냐, 물밀듯 항의가….

그래서 클릭하면 ‘메롱’이라고 뜨도록 하자니까. 그것도 일이야, 하려면 네가 해. (인터뷰를 하던 ‘지들끼리’ 티격태격)

자, 싸우지 마시고. 묻지 못해서 하지 못한 말은.

비범죄화로 4행시를 짓겠다. 비: 비난 마라 범: 범죄가 아니다 죄: 죄가 없다 화: 화르르르~~

미처 담지 못한 대답을 나열한다. “보는 사람이 최대한 오해하도록 말줄임표를 사용한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음지를 지향한다”. 주옥같은 말들의 끝에 참여단체 중 유일하게 지루한 이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활동가들 아니냐 물었다. “절대 아니”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성산업… 부숴버릴 거야’를 외치는 는 메일링(goo.gl/KkFik)을 신청하면 온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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