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버릴까 말까

유해성 지적에 “편파 보도” 업계 반발…WHO “안전 확증할 과학적 근거 없어”

제896호
2012.02.02
등록 : 2012-02-02 10:26 수정 : 2012-02-03 11:22
<한겨레21> 김경호
전자담배, 얼마나 해롭기에?

지난 설을 앞두고 나온 뉴스 덕분에 많은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심란하다. 지난 1월19일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발표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국내에 시판 중인 73개 업체 121종 전자담배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든 상품에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발견됐다. 또 일부 전자담배에서는 니트로사민 등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전체 상품의 45%에서 니코틴 함량 표기가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은 조금 더 센 제목과 함께 언론에 보도됐다. “발암물질에 니코틴까지 잔뜩… 담배보다 더 독한 전자담배”(<조선일보>), “전자담배 피우다 암 걸릴라”(<세계일보>).

검출된 발암물질, 일반 담배에도 있어

보도만 보면 당장 손에 쥔 전자담배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정부 발표는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보도자료를 뜯어보면, 모든 전자담배에서 발견된 독소는 아세트알데히드 한 종뿐이었다. 다른 독소는 일부 전자담배에서만 발견됐다. 예를 들어 니트로사민은 4종의 전자담배에서만 발견됐다. 니코틴 함량 표기가 맞지 않는 곳도 45%였지만, 이 말을 뒤집으면 절반이 넘는 55%의 상품은 함량 표시를 지켰다는 뜻이 된다. 즉, 상당수 전자담배에서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제외한 다른 독성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그나마 아세트알데히드는 전자담배뿐 아니라, 일반 담배나 심지어 술에도 일부 포함된 발암물질이다. 대한민국전자담배협회가 성명에서 “전자담배에 대한 언론의 무차별적인 편파 보도”라고 볼멘소리를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실제로 해외 자료를 보면 전자담배에 대한 ‘옹호론’이 적지 않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과학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는 지난해 11월 기고에서 “전자담배는 금연을 도울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 이탈리아 카타니아대학에서 나온 따끈한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이탈리아의 연구자들이 금연할 계획이 없는 흡연자 40명을 대상으로 전자담배를 흡입하도록 했더니, 24주 뒤 22명이 실제로 흡연량을 줄이거나 금연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센터의 제프 시티어 박사는 지난 8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기고에서 “미국과 영국의 담배 관련 정책이 편견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해야 한다”라며 전자담배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 연구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해외의 주요 매체를 통해 나오는 내용은 전자담배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해외선 “금연 도움” 옹호론도 만만찮아


과연 그럴까. 현상의 각도를 달리하면 또 다른 측면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립암센터에서 낸 ‘전자담배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분석’ 보고서를 보면, <뉴욕타임스>에서 인용한 카타니아대학의 연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 연구가 전자담배 업체 ‘카테고리아’(Categoria)의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본’의 손을 탔다는 말이다. 보고서는 “(상업적 지원을 받지 않은) 연구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수행된 연구들은 전자담배가 니코틴 전달 장치로서 기능이 떨어지며, (전자담배의) 제조, 질 관리, 판매 및 광고가 규제돼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가디언>에서 인용한 WHO의 보고서는 어떻게 설명될까. WHO의 누리집을 찾아보았지만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같은 해 WHO가 낸 보도자료에서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WHO는 전자담배의 안전과 효과를 확증할 어떠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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