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봉규 기자
<한겨레> 이정아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들은 지구인과 화성인처럼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문 이사장은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하며 인권변호사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명망을 얻었다. 오 전 시장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하고, 시사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참신한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두 사람은 모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이기도 했다.
정치판을 뒤흔든 두 사람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오래전 한 가전제품 회사의 광고 문구처럼, 어떤 선택은 사람을 ‘골’로 보내기도 한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양쪽의 러브콜을 받던 오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서울 강남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2006년 지방선거 땐 ‘강금실 대항마’로 뒤늦게 나서 서울시장이 됐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라며 한강 둔치를 콘크리트로 뒤덮고 그곳에 골프장을 지었다. 같은 기간 문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고,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부분을 그와 함께하며 참여정부의 공과를 그대로 떠안았다.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뒤엔 친노 세력의 구심점으로서 정치 일선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렸다.
올해 은 문 이사장을 세 차례나 인터뷰했다. 다소 이례적인 경우다. 표지에도 그의 사진이 두 번 올랐다. 4월과 10월 두 차례 보궐선거와 야권 통합 등 핵심적인 정치 이슈에서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그만큼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친노 세력이 민주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혁신과통합’ 공동대표를 맡아 정치력을 발휘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중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6월 출간한 책 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10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문 이사장은 야권의 잠재적인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였다.
선택이 가져올 파장에 책임져야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서울시의회·서울시교육청과 기싸움을 벌이다 주민투표까지 진행했다. 투표 결과에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건 이 도박은 ‘5살 훈이의 투정’ ‘셀프 탄핵’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철저한 실패로 귀결됐다. 오 전 시장의 선택은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그 자신을 망가뜨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10·26 보궐선거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대 ‘야당과 시민사회’의 구도로 치러졌다. 한나라당의 패배와 박원순 시장의 당선은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임을 확인해줬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통합 흐름을 가속화했다.
두 사람의 선택이 남긴 의미를 몇 마디 단어로 쉽게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정치인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불러올 파장을 예상해야 하고, 반드시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말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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